나무

 

 

 

떠남과 만남이

죽음과 삶이 모두

바람부는 길 위에 있다

 

기다림이 생을 견디게 한다

 

 

 

 

--- 점심을 먹고 학교 뒷산으로 오르는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어느 시인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작은 갈림길 초입에 무슨 이정표처럼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구요.

 

  평소 무심히 그냥 지나치던 그 나무 아래에 앉아 담배를 태웠습니다. 그리곤 오래도록 앉아서 누군가를 생각했습니다.  햇살은 눈부시게 부서져 내리고, 부드러운 바람이 나무와 제 머릿결을 매만지며 지나가곤 했습니다.

 

  바람과 햇살을 고요하게 맞으며 흔들리는 그 순간, 발을 가지고 있는 제가 마치 나무처럼 지금 이곳에 뿌리내린 것은 아닌지...  왠지 제가 그냥 나무가 된 것 같은 환상이 황홀하게 들었습니다.

 

  그리움이 이 생의 길을 일으킨다면...

  기다림만이 이 생을 견디고 살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은

  길 위에서 나무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려본 적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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