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받이 의자
등 위의 저
고요한 공간은 기다리고 있다
걸레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체투지의 자세로 엎드려
뚫어져라, 출렁이는 저 너머를 응시하며
다가오는 시간을, 부드러운 물처럼
열고 들어설 당신, 아니 당신의 그림자를
볼 수는 없지만
지구의 반대편에서 소리도 없이
침묵의 발자국을 새기며 다가와
서서히 앉는 노을은 얼마나 따스한가
당신의 등에 내 등이 서서히 다가서는,
고요했던 틈이 사라지는 순간,
보진 못하지만 출렁이던 물이
다가오는 시간의 강으로 흐르다
넘치는
당신의 바다 밑으로
서서히 가라 앉는
---가장 낮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그리움의 수위로 차오르는 저 너머를 바라다 본 적이 있으신지요?
새들은 저 편 하늘 끝으로 날아가 점점이 박혀 먼 소실점으로 사라져 가고, 붉은 해는 제 몸을 부스러 뜨리며 서서히 내려 앉는 저물 무렵
어둠이 깊어지는 밤이 오기 전에 노을은 그 얼마나 따스했던지요?
한 때 저는 그런 시간과 풍경 속에 덩그러니 놓인 등받이 의자를 꿈꾸었습니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오직 사랑으로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고요히 제 등으로 다가오기를
외로워서 그리운 게 아니라
오직 그리워서 처절하게 보고픈 그 누군가가 제 등 뒤로 서서히 다가오기를
오래도록 엎드려 기다린 제 등에 사랑하는 그 사람의 등이 다가와 포개지는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런 순간을 얻기만 한다면
저 심연의 바다 밑으로 제 영혼과 육신을 가라앉혀야 한대도 기꺼이 수락해야만 할 것같은 예감에 오래도록 휩싸였습니다.
여전히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로지 사랑만으로 사랑하는 그 사람이 저 지구의 반대편에서 서서히 엎드린 내 등을 향해 고요한 발걸음으로 뚜벅 뚜벅 다가와 제 몸 위에 자신의 영혼을 앉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