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가끔씩 생각한다 혹시

붉은 장미를 가슴에 달아 줄

아이들을 내다보며, 나는

이 교탁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등급으로 찍혀 나오는 성적표로

아이들을 평가해선 안 된다고 늘

다짐했지만, 정작

 

아이들의 성적대로 아이들이

걸어갈 길을 바라봤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개망초 흐드러진

들길을 오랜만에 걸으며

 

지천에 이름도 없이 피어 있는

옥희 슬기 승욱 성민 자인 재욱

혜진 영재 명우 문기 인정 부영이 같은,

 

꾸미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아이들의 가슴에 이름을 부르며

달아주기 위해 나는

 

이 교탁에 서 있어야 한다고...

 

 

 

--- 아직 시작도 안 한 예비 고3 어린 벗들과 오늘도 상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이 농어촌 지역에 있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라 아이들은... 오래 전 제가 다녔던 학교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낮은 성적과 앞으로 어떻게든 진학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대학이란 미래의 공간의 간극 사이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잔뜩 안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은 어쩌면 사치일런지도 모릅니다만... 여튼 저는 첫 개별 면담의 이 소중한 시간에 어린 벗들의 성적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대학진학에 관련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할 때 즐거운지 행복감을 느끼는지를 조용히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네들의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의 현실적 기대나 욕망이 아닌 어린 벗들 자신의 내밀한 기대와 소망을 듣고 싶었습니다. 긴장한 얼굴로 내 옆자리에 앉아 성적 얘기가 당연히 나오겠지 라는 기대를 했던 어린 벗들은 그냥 소소한 일상과 생활만을 묻는 이 새 담임샘의 얘기가 편하게 느껴졌는지... 십 여 분을 지나면서 다소 긴장이 풀린 얼굴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더군요. 기뻤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런 기쁨과 행복의 느낌이 안에서 서서히 번져갈 때 오래 전에 썼던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들길을 걸으며 이 시를 썼던 그 때로부터 저는 이미 많이 멀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씁쓸함이 들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쟁과 승리만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가르치고 강요하는 이 세상에서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그래서는 결코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제가 만나는 어린 벗들에게 조용하게 나직나직이 알려줘야 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곧추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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