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생선을 발라 먹다 마침내 드러나는 가시들을 보면

울컥! 나도 모르는 슬픔이

목울대를 잠시 적시고 간다

 

빈약한 육체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가시들

바싹 구워 노릇노릇한 껍질과

부풀어 오른 속살만을 파먹기 바빠

알지 못했던 살의 뼈대들

 

푸른 바다의 시절

나에게도 부푼 영혼이 있었다는 듯

은색 빛으로 반짝이는 가시들

잘못 삼킨 사람의 목젖에 박혀 힘들게도 하지만

결코 다시는 어디에 가 박히지 못할

이제는 더이상 부푼 영혼을 꽃피우지 못할

 

누군가 부푼 내 영혼을 젓가락질한다면

내 남은 가시의 뼈들이

흘러갈 곳은 어디일까?

 

 

 

--- 처음 마석이라는... 경기 동북부의 이 작은 읍에서 직장을 잡고, 도시가 아닌 시골학교에서 들꽃처럼 순박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이 된 첫 해!  바바리 코트를 휘저으며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출근하곤 했습니다. 홀로였으며 월세였지만, 큼직한 지상의 방 한 칸으로 돌아가는 귀가길이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곳은 전통 5일장이 서곤 했었는데, 장이 서는 날이면 저는 보충수업을 마치고, 저물 무렵 느릿느릿 이 장터를 지나 귀가하곤 했습니다.

 

  그런 날이면 등이 굽어 몸이 더 작아 보이는 할머니의 노점 생선좌판에서 저는 고등어나 이면수 등의 생선을 사곤 했습니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도마 위에서 너무 피맛을 본 큼지막한 식칼의 일획에 뎅겅 하고 잘려져 나가던 생선 대가리와 그 피비린내 나는 내장들... 여튼 잘 다듬어진 생선 토막을 검정 봉지에 담고서 해가 지는 굴다리 작은 터널을 지나 빈 방으로 들어오곤 했습니다. 그리곤 소주 한 병의 만찬에... 그날 기분이 끌리는 단 한 권의 시집과 이 생선들을 올려 놓고 정말 맛있게 속살을 파먹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울컥! 했던 순간들이 찾아오면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했던 나나들이었지요. 누구도 보는 사람이 없었기에... 남자의 눈물은 그리 속되지 않다고 지금도 가끔 되뇌이지만... 여튼 그 때는 참 대책없이 그랬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혹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으시다면... 당신은 어떠셨나요? 

사랑하는 그 사람의 부풀고 부드러운 속살만을 파 먹고 탐하진 않으셨나요?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 부푼 영혼의 속살이 사실 알고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속 상처의 가시로부터 부풀어 올랐다는 진실을 알아야만 합니다. 

  진정 누군가를 뼈아프게 사랑함은... 어쩌면 사랑하는 이의 부푼 속살이 사라진 후

남은 그 가시의 뼈들을 아프지만 꼭 껴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사랑이란 얼마나 깊고 어려운 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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