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연가 -우산
그대의 떨리는
손이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체온이
내 가는 살의
영혼을
하늘로 펼칠 때
어차피
나의 운명은
그토록
젖어 드는 것
우울한 비가
멎지 않도록
자꾸만 자꾸만
가슴에 스미는
빗물을 튕겨내는 것
--- 오랜만에 비가 내리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날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늙으시는 어머님의 허리와 다리가 어젯밤엔 그리 쑤시다고 할 때 예감했어야 했는데... 그 어떤 예보보다 놀라운 예감이 이렇게 비가 되어 내리더군요.
원래 비를 맞고 다니는 걸 워낙 좋아해서~ 평소 같으면 그냥 제 머리를 막아 주는 허름한 모자 하나 믿고 바깥 산책을 나갔을 텐데... 아직도 이 나이든 늙은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님의 잔소리 덕에꺼내게 되었습니다. 신발장 한 구석에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꼿꼿하게 서 있는 우산을~
생각했던 것보다 비는 훨씬 많이 내리고 내렸습니다. 가는 우산살을 잔뜩 흐린 하늘을 향해 펼쳤을 때 마른 버즘같은 먼지들이 자꾸만 촉촉한 땅으로 떨어지더라구요. 아~ 우산 이 영혼도 누군가를 한참동안 기다리고 기다렸겠구나! 누군가를 대신해 하늘의 눈물을 대신 맞을 수 밖에 없는 비오는 날이 어쩌면 이 영혼에게는 역설적이게도 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구나! 온통 슬픔과 우울한 비여도 멎지 않아야 그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을 수 있겠구나!
사랑이란
밝은 날이 아니라 온통 흐리고 슬픔으로 젖어야만 하는 시간에 그 사랑의 대상이 되어
그 사랑의 대상 너머의 그늘에서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해야만 다가오는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꾸만 사랑하는 당신의 한복판으로 쉴새없이 떨어져 내리는 슬픔의 눈물을
내 온 몸과 가슴으로 받아내고 튕겨내고 싶은 그런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