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폐인이라고 말했다.
나는 자꾸만 방싯방싯 웃었다. 그거 참 좋은 말이군요.

하지만, 나는 아직 '폐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폐인... 폐인... 자꾸만 발음하다 보면 패인(PAIN)하고 소리내게 된다.

폐인은 내게 PAIN이다. 폐인! - 아, 고통
고통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자!

폐인!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은 결코 남을 해치지 못할 것이다.
'고통'을 가슴으로 느끼는 자는 남을 '고통'으로써가 아니라
'사랑'으로써 대하는 사람일 것이다. 결국,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는 자는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사람일
것이다.

나는 여지껏 내 '고통'만을 예민하게 감지해왔던 사람이다. 그래서

타자의 '고통'에 대해서 조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고통'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었던 자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폐인이 될 수 있겠나!

나도 폐인이 되고 싶다! 아,

아름다운 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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