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 무렵의 연가戀歌

 

   

 

저물 무렵

누군가가 떠난 자리

누군가는 남아

 

너를

어딘가에 있을

방문을 닫은 채 소리없이 울고 있는 너를

온전히 생각하는 시간

아니

뼈를 관통하는 통증으로 오롯이 새겨야만 하는 시간

 

부드러운 바람의 여린 손목에도

꽃은 이미 지고

퍼렇게 멍든 잎들이 아프다 아프다고

소리없이 흔들리는 시간

 

떨어진 입들을 쓸쓸히 담으며

마음에 입맞춤하는 시간

멀리 저 먼 곳에 있을 파묻고 우는 네 어깨를

긴 손가락을 들어

다독 다독 해주고만 싶은 시간

 

어둑어둑 아무리 어두워져도

토닥 토닥 괜찮다고 말없이 안아주고 싶은 시간

 

먼 곳에

제 아무리 멀리 있어도

뜨는 별의 그리움으로

한 백 년은 깊어지는 시간

 

한없이 어두워지고 어두워져도

서러움이 나를 이길 수 없는 시간

파묻히는 어둠으로 영원히 사라져

밤의 미아로 떠돈다 해도

별빛의 눈동자

너의 바탕으로 영원히 저물겠다는 다짐

 

누군가가 떠난 자리

누군가는 여기에 남아

 

너를

너만을 연주한

너의 노래를 오래도록 듣는

 

 

 

 

--- 해가 질 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루가 또 하나의 일생이라면... 그렇게 환하게 세상을 비추던 태양도 어둠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시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제 몸을 바스러 뜨리며 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삶도 사랑도 그렇습니다. 인간의 몸을 받은 존재이기에 영혼이 깃든 육체는 시간이라는 숙명 앞에서 조금씩 조금씩 소멸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언젠가 끝날 수 밖에 없는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한 생을 살아가며 사랑하는 일은 운명적으로 서럽고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환희의 순간보다는 외로움과 아픔의 순간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물 무렵 누군가를 그리고 보고파 하고 사랑하는 일은 그 사랑하는 사람의 소멸의 운명과 슬픔, 지독한 외로움과 그늘을 사랑하는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물 무렵 누군가를 뼈저리게 그리워 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해가 질 때 아프다고 너무나 아프다고 말했던 사람이 당신 곁에 있었거나 있으신가요?

 

  지금 제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그렇게

저물 무렵 뼈아픈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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