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을 보며 별을 떠올리다
낮에 켜있는 가로등에
울컥하던 날이 있다
차단되어야 할
반드시 전원을 꺼야만 할 시간에
눈을 밝히고 한 자리에 서서
나무처럼 뿌리내린 그리움이
아무리 등을 켜들어도
너무나 밝은 햇살 한 줌에도
사그라드는 생
나였구나
너였구나
환한 대낮에 어둠처럼 먹먹해지는 시간
밤이 깊어지면
오늘밤
둥근 초를 켜들어야지
끌 수 없는 어둠을 끄기 위해
지상의 별들이 눈을 밝히고 있듯이
내 안에 환한 등 하나 켜야지
마음의 심지가 타들어 가며
재처럼 주저앉고 가라앉는다 해도
생이여!
잠 못 드는 너를 생각해야지
너의 상처를 오롯이 비춰야지
눈물이 왜 순정한가를 비로소 알게 될거야
아픔을 아파하는 게 왜 지순한 사랑인지를 더디게 알게 될거야
꺼뜨릴 수 없는 이 미친 그리움은
끝없이 윤회하고 말거야
이 별에서 저 별로
저 별에서 이 별로
눈 감지 못한 별의 눈동자가
왜 지극히 너를 들여다보는지
너도 올려다 보게 될거야
--- 낮에 켜 있던 가로등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전원을 꺼야만 하는 낮의 시간에 쓸쓸하게 눈 밝히고 나무처럼 서 있던 가로등을... 그런 가로등을 보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햇살은 눈부시고 그토록 환한 대낮인데도 깜깜한 밤처럼 마음은 물기를 머금고 그저 먹먹해지기만 했습니다. 그 가로등이 마치‘나’처럼 사랑하는 ‘너’처럼 느껴져 그 아래 한 자리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가 한참을 아무도 듣지 않는 휘파람을 불다 저물 무렵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책으로 뒤덮힌 서재 책상에 둥근 초를 올려 놓았습니다. 집 안의 전원이란 전원은 모두 차단한 채 온전히 촛불만 켜놓았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고서는 하늘에 뜬 몇 안 되는 별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별빛이 별의 눈이라면 그 눈빛은 너무나 먼 곳에서 쓸쓸하고 침침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아득히 먼 곳에서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며 소금기 눈물을 떨구는 지순한 사람이 저 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리고 어쩌면 이 방에 불밝힌 저 둥그런 촛불이 지상의 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 순간 내 안에 환한 등 하나가 작은 불빛을 켜드는 게 아니겠어요?!
저 먼 곳의 별들이... 당신도 없는 이 빈 방의 작고 둥그런 촛불이... 그리고 내 안에 소리없이 켜든 등불이 어찌 저 막막한 어둠을 끌 수 있겠습니까? 끌 수 없으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건 어둠을 끌 순 없어도... 어둠 속에 있는 당신의 상처와 아픔을 조용히 비출 수 있다는 사실 아니겠어요! 오롯이 비춘 당신의 아픔과 상처에 따스한 온기의 불빛으로,,, 마음은 이렇게 침묵의 손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게 그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절절히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밤이었습니다.
아~~ 생각커니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일은 얼마나 깊고 그윽한 영혼의 영역인가요?!
다들~ 마음의 심지를 태우며 그리워하는 사람의 상처에 등을 밝히는 깊은 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