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낡아 구멍난 하얀 런닝구를 쭉 찢어 걸레를 만들었다.
방 안 구석구석을... 한 자리를 너무 오래 지켜 먼지가 켜켜이 내려 앉은

책들의 몸을...  닦았다. 거울을 닦듯이 열심히 닦았다.


닦는다는 것... 해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저분하고 때에 절었던 것들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음짓는 일을 바라본다는 것... 룰루랄라 휘파람까지 부르게 된다.
그러나 곧 잊어버리고 만다.

나와 내가 가진 것들의 깨끗한 몸과 마음을 위해 까맣게 어두워지는

걸레의 얼굴...

 

어렸을 때 구멍난 하얀 런닝구와 빤스를 입고 장사 나가시던

어머니의 얼굴... 씻어도 씻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의 더께들...

내 몸의 먼지를 위해 언제나 제 온몸으로 바닥을 훑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말- 걸레같다는 말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말- 걸레같다는 말
걸레같은 놈과 년이 하나 둘 많아지는 날

세상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면서 맑은 미소를 보내겠지.

아, 나는 언제쯤 걸레같은 놈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걸레같은 놈이 아니라는 사실... 바로 거기서 시작...

자 준비하시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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