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그 꽃이 어디서 피기 시작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 돌이 어디서 솟아올라 섬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 샘이 어디서 은은히 고여와 맑은 눈물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저 바람은 멀고 먼 과거로부터 불어왔지만
오래된 미래를 거슬러
여기로 불어오기도 했을 터

눈 멀지 않고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들을 동경했던 시절이 분명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브레이크도 없이
질주하는 시간은 무섭도록 일직선으로 이 생을 통과할 것이다

그것이 어디인지 누구나 말할 순 있어도
분명한 종점은 아닐 것이다

사라진다는 것
시간의 입술이 끝내 입맞춤하는 것들이
지는 꽃
침묵하는 돌
피가 흐르지 않는 몸이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뒤늦게 알겠지만

어쩌면 적멸이 아닌
소멸을 향해
소멸이 결코 영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그것이 바로
이 생이 가는 길이라해도

어딘가를 그리고
어딘가로 가려하고
누군가와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이별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와 지그시 만나
한 마음 지순히 내어주는

매순간 그런
찰나를 단 한 번의 순간으로 산다면
살아낼 수 있다면

빛나는 햇살 한 줌
부드러운 재처럼 내려와
시간이 입맞춤한
침묵의 생을
따스하게 피돌게 할 것이다

그곳 그 자리
온통 그리움의 땅으로
꽃들 피고 지리라
섬들 물 위로 솟아나리라
샘들 고이지 않고 흐르고 흐르리라

 

 

 

---화양연화(花樣年華) 라는 말이 있지요. 당연히 중국말이구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장만옥과 양조위가 출연했던 영화제목으로 더 유명했지요.
  '화양(花樣)'은 번역하자면 '꽃처럼, 꽃과 같은'
  '연화(年華)'는 '시간, 세월, 시간들' 이란 말이니까~

제가 좀 살을 붙여서 표현해 본다면
'피는 꽃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생의 시간들' 이라 말하고 싶네요.

저무는 시간들과 새로이 다가오는 새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이 연초의 시간들은
슬픔과 기쁨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늘 주곤 합니다.

늘 우리는 어떤 경계의 지점에서
뒤를 돌아다보곤 합니다.
뒤돌아 보면 늘 흐르고 지나간 것들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기억하는 자들의 마음으로
연어떼처럼 다시 되돌아 오기 마련이구요.

그리곤 아련하게 생각합니다.
내 삶에서 가장 빛났던 생의 순간들에 대해서~

가끔 어린 벗들이 제게 묻곤 합니다.
어느 시절이 샘에게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느냐고?

비록 제대로 답변을 하진 못했지만
그 때마다 제 깊은 추억의 저장고에서
자꾸만 시간을 거슬러 아름다운 꽃이 피었던
순간 순간들을 기억해 내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인간의 생의 흐름으로 놓고 봤을 때
이제 막 피는 꽃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어린 벗들에게도
이제 지는 꽃의 아픔과 저무는 해의 슬픔을 먹먹하게 느끼는 저같은 사람에게도
이제 스스로의 육체가 곧 저물어 가고 말 것이라고 느끼는 제 아버님같은 할아버지들에게도

시간은 브레이크가 없는 차와 같잖아요.
우리는 모두가 먼저와 다소 나중에 태어났다는 사실 말고는
그 차에 동승한 승객들이구요.

그 시간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줄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화양연화' 는
지금 막 꽃 피는 청춘의 시간이 아닐지도
이제 막 지는 꽃의 아픔으로 쓸쓸한 시간이 아닐지도

마음밭이 천국이든 지옥이든
아등바등 살아가는 살아내는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아파하고
어딘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를 가슴에 새기는
바로 지금 여기의 이 순간~!
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새해 초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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