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희망 -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
게일 보스 지음, 데이비드 G. 클라인 그림, 김명희 옮김 / 터치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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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밀려나고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조금씩 쌓이고 변하고 자라가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아무도 모르지만 끈질기게 살아남고 계속 자라가는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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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알면 달라지는 것들 - 자녀 성교육부터 데이트까지, 어물쩍 넘어가지 않으려면
김경아 지음 / IVP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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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에 대해 잘 몰랐다. 인생 대부분을 교회 기반으로 살았고, 교회가 말해 준 것은 '경계하라'와 '거룩하라'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어, 심지어 결혼 생활과 육아를 지나면서 비로소 성에 대해 '경계하라'와 '거룩하라'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속에 풍성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도. '성경적 성교육'은 지나치게 '성경적'이라는 역설이 보였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이 일찍 나왔다면 나도 조금 더 일찍 달라졌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생물학적 성(sex), 사회적 성(gender)에 대해 충실한 정보와 함께 잘 설명할 뿐 아니라, 성을 성숙한 삶을 위한 성품 중 하나로 보면서 영성적 접근까지 시도한 책이 아닐까 싶다. 금기시된 부분, 과장된 부분, 왜곡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자료를 챙기려고 노력하면서 다양한 경험·사례를 통해 쉽게 접근하려는 태도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만, 성을 '알면' 달라지는 것이라는 제목처럼 전반적으로 교육적 태도로 접근한 점이 조금 아쉬웠고, 성을 향유하는 삶에 대한 '성인용 성 담론'(?)도 이어서 나와 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들었다. '완벽한 단 한 권의 성교육 교재'라고 설레발칠 것은 아니지만, '이 책부터 시작해 보라'거나 '이 책은 반드시 거쳐 가라'고 권하기를 주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기존 책들과 확실히 다르다.

(2020. 12. 8,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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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아우구스티누스 - 유한자의 조건과 무한자의 부르심
로완 윌리엄스 지음, 이민희 외 옮김 / 도서출판100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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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완독은 힘겨웠지만 읽는 내내 정체를 정확히 말하기 힘든 은은한 끌림이 있었다. 힘겨웠던 점부터 이야기하는 게 솔직할 것 같은데, 이 책은 어렵다. "다시 읽는"이라는 제목 문구대로 로완 윌리엄스는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반박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를 재발견해 낸다. 그런데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서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또 현대의 신학자와 철학자들이 그를 해석하는 논의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논의를 따라가기가 솔직히 어렵다. 한나 아렌트, 마사 누스바움 등 거장들이 거론되고 자기 인식, 시간, 창조, 정치, 삼위일체, 사랑 등 묵직한 주제가 다뤄지는데, 이를 명쾌하게 이해해 정리하고 싶은 독자들은 조금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학문적 맥락의 복잡함과는 별개로, 이 책에는 그 무엇보다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영원 안에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자 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열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아우구스티누스를 읽고 가르치며 자신의 영성에 접목하고자 했던 로완 윌리엄스의 치열한 탐구 결과가 담겨 있다. 로완은 아우구스티누스야말로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과 의심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탐색적이고 건설적인 물음"(10쪽)을 던진 사람임을 알려 주며, 그 물음 안에서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의 신비를 탐색하고 자기를 발견해 가도록 도전한다. 내용과 맥락의 복잡함 때문에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묵직하게 가슴에 울리는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 때문에 계속 가슴이 벅찼던 것도 사실이다.

한 줄 평: 머리가 벅차기는 했지만, 가슴도 벅차오르는 책.

(2021. 2. 24,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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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로 책의 지도 - 텍스트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송인규 지음 / 비아토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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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를 '한 책의 종교'라 하기도 할 만큼 그리스도인들에게 책은 각별하다. 사실 이 '별의별평'도 좋은 책을 소개하겠다는 의도로 쓰고 있는 것이니, 나 역시 신앙에 있어 책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의외로 독서·공부법과 신앙 성숙의 관계를 잘 규명·설명·안내하는 책은 드물다. 특히 최근에는 그런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소문난 탐서가인 저자가 책과 독서, 그리스도인의 성숙에 관한 내용을 잘 정리한 책을 펴내 반갑고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자체로 이 책의 장점이다. 첫째, 독서의 유익과 독서 방법을 충실하게 소개한다. '책의 미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저자의 개인적 서사와 함께 서술돼 흥미롭게 읽힌다. '이분 엉뚱한 천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둘째, 신앙 성숙을 돕는 책의 유형과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책의 지도'인 셈인데 이 지도는 ①크리스천 마인드 ②세계관 ③영성 ④학문과 신앙 ⑤책 중의 책(성경)으로 범주를 나눴다. 각 범주는 다시 세부 범주로 나뉘고 주요 도서를 일별할 수 있게 정리했다. 두고두고 살펴볼 만하고, 독서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목록이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책의 지도가 저자의 개인적 관심과 여정을 반영한 것이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보편적으로 해당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언급된 책들도 기독교 서적에 한정돼 있으며 주로 조금 오래된 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이 모든 기대를 채울 수는 없는 법. 중간중간 나오는 재치 있는 일러스트가 마냥 딱딱할 수 있는 책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풀어 줘 좋았다.

한 줄 평: 엉뚱한 천재의 책과 신앙 이야기. 장점 두 개, 단점 한 개.

(2021. 3. 22,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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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하나님 - 이주와 난민, 그리고 환대 이야기
캐런 곤잘레스 지음, 박명준 옮김, 이일 해설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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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한국에도 난민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없는 존재'로 은폐돼 있던 이들은 제주도 예멘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발견됐는데, 발견되자마자 거친 혐오에 시달려야 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썩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왜 소수자들은 항상 발견되지 못한 채로 은폐돼 있거나, 존재를 드러내려 하면 극한 혐오에 시달리기 마련일까. 그런 존재들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여 주며 편이 돼 주는 일, 그들과 한 가족이 돼 함께 살아가는 일이 작고 약한 이들을 편드시는 하나님의 일이고 성경의 중심 내러티브, 즉 구원이다. <보시는 하나님>은 이 사실을 차분하게 '보여' 준다. 성경 이야기 재해석과 그 안에 녹아 있는 다양한 이주민 이야기도 아주 교훈적이다. 룻·하갈처럼 대표적인 이방인 이야기뿐 아니라 아브라함·요셉 같은 성공의 아이콘을 이주민 관점에서 다시 읽은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다. 또 저자가 성경 이야기 사이사이 서술한 자신의 이주민·여성 경험은 매우 감동적이다. 구체적인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맥락이라 한국 독자들에게는 필연적인 거리감이 있는데, 한국 난민 활동가가 정성껏 쓴 해설이 이를 잘 보완한다. 주제, 내용, 저자 등 여러 지점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선명한 보기 드문 책이다.

한 줄 평: 보시는 하나님이 보시는 것을 보여 준다. 꼭 보시라.

(2021. 3. 25,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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