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이집트인 따위가 서양의 근원인 그리스에 영향을 줬다고? - 서양의 오만에 대한 고발

블랙 아테나 1 - 날조된 고대 그리스 1785~1985, 서양 고전 문명의 아프리카.아시아적 뿌리 ㅣ 블랙 아테나 1
마틴 버낼 지음, 오흥식 옮김 / 소나무 / 2006년 1월

인류의 문명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발전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서양의 뿌리인 그리스 문명이 당대 최고 문명이었던 이집트 문명, 그리고 페니키아로 대표되는 레판트 지역의 영향은 최소로 받고, 자생적으로 발전하면서 필요한 것은 능동적으로 오히려 가져와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그리스인들은 이집트, 페니키아인들에게 영향을 받는 걸 넘어서 그들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았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저자인 마틴 버낼은 과거 그리스인들의 이집트/페니키아인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최근의 인식을
지식이란 것이 현재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식 사회학의 관점에서 소개한다.
그리스인들이 생각하기에 지식의 근원에서, 그리스도교의 위협으로, 그리고 진보+인종주의+낭만주의 시각에서 더러운 피부색을 가진 정체적인 비백인 따위가 서양의 근원인 그리스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기까지 과정을 소개하며 서양의 인종주의, 식민주의로 인해 왜곡되어 있는 그리스 문명의 진실을 보여준다.

중국 문명에서 큰 영향을 받은 한반도, 한반도를 통해 중국의 문명을 받아들인 일본이 한반도를 배제시키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서양인들이 이집트, 페니키아인들의 영향력을 배제시키기 위해 오랜 세월 기울인 노력이 오버랩되면서,
현재인의 기준으로 역사를 재단하고, 조상을 빛나게 꾸미는 인간의 본성은 어디고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수정 고대 모델, 즉 인도유럽어 화자가 그리스로 침투한 이후 동방이 그리스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학계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저자의 주장을 지지하는 논문과 반대하는 논문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이 모두 사실인지를 넘어서, <블랙 아테네> 출간 이후에 서양인의 인종주의적 시각이 이집트로 대표되는 동방의 영향력을 과소 평가하지 않았나, 과소 평가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는 점에서 본 저서는 시대에 큰 화두와 생각할 거리를 준 기념비적인 저서라 할 수 있다.

지식사회학의 관점에서 서양의 근원에 대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면 당연히 일독하길 권한다.

[100자평] 4월은 너의 거짓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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