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실린 첫번째 단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소설이 이야기의 원형에 가깝다는 것이다. 근대에 들어서 소설들은 소설도 원래 이야기라는 정의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데 성석제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이 그의 전 소설들과 차별되는 것 같다. 전에는 그의 소설은 그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 그냥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소설집에서는 해학속에서 통찰이 번뜩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읽을 때는 너무 재밌어서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뭔가 머리를 퉁 얻어맏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소설읽는 재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