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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N.H 클라인바움 지음, 한은주 옮김 / 서교출판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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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노력과 깜냥, 그리고 주위의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얼마든지 인생은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 ‘이 답답한 지구’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모여 사는 지구’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알을 깨고 나오느냐, 갇혀 사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는 청소년기이며 이때를 잘 보내기위해서는 주위 어른들의 도움이 크다.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인생이 결론적으로는 편향되고 좁은 인생이었는지, 다채롭고 넓은 인생이었는지가 판가름되어 버리는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청소년 시절, 불우하게도 자신이 생각하는 오직 한 가지 잣대만으로 아이의 인생을 한정지어 버리려는 부모를 만난다면 그 아이는 평생 답답한 학교 생활, 지루한 공부, 더 나아가 안정된 직장을 구했다하더라도 고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신이 살아온 대로 똑같이 본인의 아이들을 그렇게 키울 것이고 그렇게 좁은 세상에서 허우적거리며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가를 잘 되뇌어 봐야한다. 아이들이 본인의 분신이 아니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게 하기 위해 아이를 낳았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과 또 다른 인격체가 아닌, 도구로 전락해버리게 된다. 아이가 부모의 의견에 따르지 않았을 때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게 될 것이고 그러할수록 아이들을 더욱 옥죄어 버리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항변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보니,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참 힘들더라, 그래서 자신과 같은 힘들고 불행한 삶을 살게 하지 않기 위해 인생을 더 살아온 선배로서 따끔하게 충고를 해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핑계일 뿐이다. 그 부모도 똑같이 그 윗세대들에게 편향된 인생의 충고를 들어왔기 때문에,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직 그러한 충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공부 말고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가. 의사 말고, 변호사 말고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직업이 있나. 그 아이가 물질적인 풍요를 위해 의사나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삶을 살게 되더라도 그 일을 통해 성취감이든지, 삶에 대한 목적의식이라든지, 조그마한 보람하나 못 느낄 정도라면 그 사람에게 그 일은,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돈만 받아 쥘 뿐 그저 똑같은 ‘고역’에 불과한 일일 뿐이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처럼 평생을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면서 고통스러운 삶의 운명을 지우게 할 것인가.

‘닐’의 부모는 다시 한 번 자문해 봤어야 했다. 정말, 정말 자신들이 닐을 사랑했는지. 그 사랑이 스스로의 욕심에서 비롯된 왜곡된 애정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봤어야 했다. ‘닐’이 본인들처럼 평생을 그렇게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힘들게 살아가길 원하는지. 소득이 아무리 높아봤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의사라는 직업은 공사판 인부만큼 그저 ‘힘든 일’일 뿐이며, 하루하루 일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평생을 살게 할 뿐이다.

세상 모든 일이 힘들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부모라면 내 아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조금 덜 힘들어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었을 것이다.

닐은 평생 처음으로 자신에게 희열을 줄 수 있는,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을 찾았다. 부모의 도움은커녕 갖은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인생의 보물찾기를 기특하게도 혼자서 끝낸 것이다. 그랬던 닐에게 연극을 그만두고 의대 진학을 위해 공부만 해라는 명령은 사실상 닐에게서 삶의 의미를 빼앗는 도둑질에 불과한 것이었다.

키팅 선생의 조언은 비단 직업 선택에서만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오늘을 즐겨라, 인생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꾸며라. 그런 의미에서 낡고 고지식한 전통의 상징인 책상 위에 올라가 멀리 세상을 내려다보게 하는 장면은 큰 의미가 있었다. 책상 위에 쪼그려 앉아 교실 높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생만을 살지 말고 당당히 더 높이 있는 세상을 보라는 것.

간혹 주위에 보면, 부모의 사사건건 간섭으로 좁은 세상만 사는 친구들이 많다. 부모가 공부해라해서 공부를 하고, 잠을 자라고 하면 자고, 대학을 가라해서 가는 아이들. 그렇기 때문에 그들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은 ‘독특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사고방식과 똑같은 걱정으로 가득하다.

연봉 얼마짜리인 직업을 선택해야할지, 그래서 어느 대학을 가고, 학점을 잘 따서, 빨리 졸업한 후에 적당한 배우자를 만나서 어떻게 결혼을 할지. 똑같은 고민들뿐 이다. 오늘 미용실에서 한 머리가 잘 됐는지, 옷은 누구 옷이 더 예쁜지, 화장은 잘 먹었는지. ‘미’의 기준도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어서 ‘예쁘다, 예쁘지 않다’의 판단도 똑같다. 여자는 아름다움을 위해 살아야하는 좁은 세상이기에, 꾸미는 데만 전체 인생에서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고, 안정적이고 경제력이 높은 배우자를 만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서는 자기 자식들도 똑같은 삶을 살게 할 것이다.

내 주위엔 그 누구하나 ‘태양은 왜 저렇게 빛나는지’, ‘우주에는 누가 살고 있을지’, ‘나는 여기 외에 또 다른 행성 어디로 가고 싶은지’, ‘궁극적인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우리는 왜 태어나고 죽는 건지’, 정말 기본적으로는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을 청소년기에 할 시간도 없었고 사색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받쳐주지 못했으며 생각할 방법도 몰랐기 때문에 다 큰 어린이 돼서도 이러한 고민 하나 못해보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저 별 의미 없이, 남들과 똑같이, 모두 그렇게 사니까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 하늘은 그렇게 똑같이 별 의미 없이 사는 사람들을 60억 명이나 태어나게 했을까. 모두 사는 건 똑같은데 왜 다들 다르게 생긴 얼굴로 태어나게 했을까. 나는 ‘서로 다르게 살라고’ 외향을 다양하게 꾸며놓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니, 다른 생각도 할 수 있고, 따라서 다른 세상을 살게 하려는 것 말이다.

공부를 게을리 해서 육체적으로는 힘든 일을 하게 되더라도 마음 속에 넓은 세상을 가득 품고 산다면 그 사람은 이 좁은 공장 안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다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머릿 속에서 그 사람은 현재 뉴질랜드의 목장을 뛰어다닐 수도 있고, 하늘을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얼굴에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가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내가 닐의 부모였다면 아니, ‘죽은 시인의 사회’ 속에 나오는 모든 부모와 키팅 선생을 제외한 모든 선생이었다면 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가 결론이다. 똑같은 의사가 되더라도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고 싶은 의지 하나만 심어준다면 입시 공부는 더 의미가 있어지고 공부하는 순간도 더 이상 고역은 아닐 것이다.

마음 다짐이 먼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사’자 들어가는 직업뿐만이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으며 세상을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며 선택은 본인에게 달렸음을 인지해 주는 것만으로도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인생 교육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고 어떤 세상을 만나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지 사색할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아이는 얼마든지 더 행복할 수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다행히 사색할 시간들로 충분했다. 일일이 학원갈 시간으로 하루를 주입식 교육으로 물들게 하지 않았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친구들과 놀면서 하늘을 보고 땅에 먹이를 이고 줄 지어 기어가는 개미들을 보며 자랐다. 내가 더 큰 세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지금 현재는 이 정도의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깊고 넓은 눈을 가지며 인생을 살고 싶다. 이 영화의 라스트 씬인 아이들이 책상 위에 올라 서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때 나도 당당히 책상 위로 두 발을 세우고 더 멀리 세상을 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또한 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나는 똑같이 세상을 넓게 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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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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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실재하는가? 내가 지금 왜, 이 시간, 이 공간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면서 숨을 쉬고 있어야하는가에 대해 이 책은 길다면 길게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답이 있다. 바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것.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이 타인을 위한 삶을 교육받아졌었나.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봉사'는 다른 의미의 '이기심'이라는 것.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하고 남을 배려해야하며 더 나아가서는 남을 위해 살아가는 봉사정신을 기리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조금 삐딱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남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도움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 중 과연 누가 더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안기며 더 많은 행복감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전자라고 생각했다. 남을 돕는 다는 것은 도움의 손길을 보낼 수 있는 여유나 힘이, 상대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보다 더 많다는 뜻이므로 결론적으로 그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을 뽐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다. 봉사를 하러 다니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아마 자기 현재의 삶이 나름대로는 성공적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면서 부자들로부터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남을 도우면 우리는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봉사활동을 맨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도 하나같이 모두 그러하다. '남을 위해 살라'는 다른 말로 '나를 위해 봉사해라'라는 말과 뭐가 다를까. 지구 상에 나와 친구, 딱 두 사람만 존재한다면 이해가 더욱 쉽다. 난 그 친구에게 지금까지 배워온 대로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라고 충고할 수 있다. 그 '남'이라는 건 바로 말하는 당사자를 뜻하는 것이므로 '나에게 잘해라'란 말과 하등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봉사는 자신을 위한 일이다. 남을 위해서 살아간다고 말하지 말아라. 자신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남을 돕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리는 이미 충분히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말로는 어렸을 적부터 배워 온 '겸손'이라는 미덕 때문에 '배려'라는 걸 입에 달고 살지만 실로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자신을 위해 살아온 것이다. 배우자나 부모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상대를 위해 그런 삶을 선택했을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괴롭기 때문에 자신의 안일을 위해, 심적 안정을 위해 그렇게 했을 뿐이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용기이며, 또한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존중받아야하는 건 당연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 스스로가 이제는 톡 까놓고 진실을 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너무도 이기적인 모습들로까지 비춰질 지도 모를 '자기애'를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남을 위한' 이런 본심에도 없는 말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을, 지금 우리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태어났다. 그렇다면 좀 더 우리 자신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는 정말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사고하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할 첫 번째 조건은, '우리 자신의 모습 그대로 실재하기'였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청소년기에 안 가져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나는 어디서 왔고, 어차피 죽을 인생에 왜 태어났으며, 어떻게 살아야할지 수도 없이 고민했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자아를 형성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나는 온갖 벽보가 덕지덕지 붙은 전봇대에 불과했다. 나는 그저 학생이고, 예비 간호사이며, 털털한 친구였고, 유머스러운 넷째 딸이며, 까칠한 언니였다. 이 모든 꺼풀을 벗겨낸 온전한 '나'를 내보이지는 못한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을 어떻게 조각했느냐는 질문에 '네모난 석고에 이미 들어차 있는 아름다운 남자의 형상을 제외한 부분을 깎았을 뿐'이라는 대답은 큰 감명이었다. 나는 그동안 친구들을, 이웃을, 가족을 껍질을 벗긴 진실 된 모습으로 대했고, 그들 또한 진실 된 모습으로 나와 대면했을까.

'자기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친구'의 모습에 국한되지 않고 거기서 한 꺼풀 벗겨낸 온전한 인간으로서, 편견을 깨부순 채 그냥 그러한 사람, 남에게 충고하길 좋아하는 사람으로 친구를 봐왔다면 내가 그 아이와 끊임없이 다퉈야할 이유가 과연 있었을까. 나는 친구를 온전한 개성을 지닌 한 인간으로 보지 못한 것이다. 왠지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너는 그냥 그런 사람이야.'라며 모든 사람을 그 모습 그대로 보고 인정하고 싶은 마음을 빨리 적용시키고 싶었다.

이렇듯 일단 나로 존재한 다음에, 우리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과정이 있다. 사랑이 깨질까봐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말고, 내일 죽을 지도 모를 자신을 위해 지금을 아끼며 살고,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그동안 자신을 옥죄었던 그 모든 것을 용서하며 맘껏 웃어라는 것.

죄책감이란 것은 착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리석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왔는지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그동안 남을, 또는 그 사건을, 일어날 수밖에 없던 그 운명을 단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것은 '죄책감'이라는 모습으로 결국 나를 질타하기 위한 채찍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아진 건 없었다.

물론, 나는 앞으로 같은 상황에 닥친다면 절대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지도 모를 그 '똑같은 사건'에 집착하기에는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 난 끊임없이 나를 질타하고 나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다.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그리고 용서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왜냐면... 엘리자베스 퀴블러가 말한대로, 내가 이 공간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미 일어난 일. 내가 어떤 수습을 하고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노력을 하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때의 나를 용서하는 것.

이 책에서처럼 의외로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보다 나를 용서하는 것이 사실은 더 어려웠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시키라는 교육을 배웠기 때문일까. 나이기 때문에 만만하고, 나니까 스스로에게 더 쉽게 화를 내고 더 다그치고, 더 구석으로 내모는 또 다른 나의 모습.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너무 안쓰러워서 그때의 나를 만나 머를 쓰다듬고 안아주며 "너는 잘못이 없다"며 위로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는 올곧게 나를 사랑하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어렴풋이 나의 별 대수롭지 않은 재능과 외모를 스스로 칭송하며,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부정의 기운으로 저 멀리 꺼져버릴 것 같은 나를 어떻게 해서든 수면 가까이로나 끄집어 올려보기 위한 일종의 '안간힘'이었을 뿐이었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이다. 나는 대단한 힘을 지녔고, 무한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위대한 존재다. 그것 또한 내가 지금 현재 이 곳에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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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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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그동안 내 편견속의 그는 우리나라의 보안 프로그램 중에서는 최고를 자청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100위권 내에도 못 미치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장사치 이미지였다. 왠지 생긴 것부터가 사기꾼 기질이 물씬 풍기는 게 이 책을 집어든 순간부터가 고역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부에서부터 시작되는 본인 회사에 대한 홍보성 글과 자기를 둘러싼 그동안의 루머에 대한 지나친 변명들이 나를 갑갑하게 만들었다. 하~ 역시나 잘못 골랐다.

하지만, 초반부를 넘기면서 시작된 그의 올바르다 못해 사회 표준 상으로까지 치켜세워주고 싶은 공동체 이념과 삶에 대한 열정이, 그 동안 나태하게 살아온 나의 20대 후반을 되돌아보게 했고 이제라도 이 커다란 충격을 받았음에 감사해 했다. 처음 이 책을 감싸왔던 저급 회사 홍보용 책자라는 인식이, 이 책을 덮는 순간 뭐 그리 대단할 건 아니지만, 책 전체가 왠지 선 해 보이고 안철수의 심장이 뛰는 형상 그대로로 전해졌다. 그의 말마따나 책은 지은이가 그토록 오래 고민해오고 노력해온 것의 산물이기에 내가 그 두꺼웠던 불신의 장벽을 걷어내고 진심으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우리나라 CEO가 모두 이 사람 같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 무엇보다 사회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 해라는 대목은, 온갖 비리와 편법을 이용해 권력을 휘어잡은 모든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일일이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성공을 위해 편법을 쓰지 말라, 타인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하지 말라, 어떤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남 탓을 말라, 그 책임의 절반은 나에게 있다. 요즘 기업하는 사람들과 우리 모두에게 이보다 좋은 충고가 또 있을까.

‘우리’보다는 ‘나’자신이 더 중요해져버린 사회. 개인주의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자세는 큰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그 시작은 나부터였다. 학교를 들어오기 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또는 이렇게 학교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행해왔던 이기적인 행동이 모두 들켜버려 부끄럽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길의 첫걸음은 시간 지키기라는 것. 시간 지키기의 중요성은 알지만 그 얼마나 지키기 힘든 일이었는가를 돌이켜봤을 때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았음을 금방 알아챘다. 시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해 지적하는 것 또한 그 상대방을 배려하는 하나의 행동 지침이라는 것도 크게 깨달은 부분이다. 단순히 상대방이 싫어하니까, 내가 조금만 더 양보하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상대방의 단점을 고쳐주는 계기를 제시하지 못해 결국은 그가 사회로부터 고립 당하게 되는 과정에 까지 이르게 된다는 충격적인 결말이 될 수도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모든 사람이 자기 말만 하려고 하다. 무슨 말 못해 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귀는 닫고 무조건 자기 입부터 열고 전쟁터에 나온 사람처럼 맹렬하게 쏘아 치는데, 얼마나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이가 없었으면 저 정도일까 싶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 사람은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문구 중에 하나는, 현대 사회는 절대 혼자 노력해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점점 사회가 더 복잡해져가기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세해 공동 작업을 통해서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 이기주의가 결국은 한 개인을 파탄에 이르게하고 말 것이라는 자명한 이치를 속 시원히 꿰뚫어주는 명쾌한 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다른 분야의 사람과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을 행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자신의 말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도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얼마 전에 간장게장을 사라는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텔레마케터는 끊임없이 나에게 자기 회사 게장의 맛이 있으며 가격을 이번에 대폭 하락시켰고 따라서 이번이 품질 좋은 간장게장을 사 먹을 마지막 기회라는 것만 강조했다. 난 얼마 전에 그 회사에서 간장게장을 샀었고 재 구매를 요구하는 그 전화를 받고, 당시 먹고 난 후의 소감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야 그 회사가 제품을 잘 보완해서 앞으로 더 나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나름의 배려였다. 하지만 주구장창 자기 현재 상품의 장만을 고막이 터지게 외쳐대는 텔레마케터에 질려서 그만 알겠지만 대신 사 먹지는 않겠다는 대답만 하고 끊어버렸다. 기업하는 사람이, 그것도 식품 회사 홍보∙영업팀의 실력은 가히 최하급 수준이니 이 회사의 미래는 안 봐도 뻔하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현재를 열심히 살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너무도 간단한 말이지만 이렇게 또 와 닿는 말도 없었다. 장이모라는 세계적인 감독이 앞으로 자신이 30년을 더 산다면, 그 중에 3분의 1은 잠을 잘 것이고, 또 이동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앞으로 자신이 일할 수 있는 날은 3000일 밖에 되지 않는 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난 앞으로60여년을 더 산다면, 6000여 일 밖에 일하는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과제를 하고, 밥을 먹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놀고 하던 나의 하루들이 그렇게 잔인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내 심장이 쿵쾅거리며 미칠듯이 ‘열심히 열심히!’를 외쳐대는 것 같았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에 따라 나의 경쟁자는 이제 내 옆의 짝꿍도 아니며 전 세계인일 것이다. 그들에 비해 난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짜릿한 평가를 해 볼 순간이 왔다. 지금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일이나 더 나은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일이 힘들다고 포기해버린다면, 그것도 한창 젊을 때인 2,30 대에 포기를 해버린다면 이 포기는 평생 자신이 이것밖에는 더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설정해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는 오늘을 정말, 정말 열심히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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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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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법사라는 환상으로 무장된 판타지 소설이지만,  환상 대신 현실을 이야기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소설.  하지만 꼭 그렇다하더라도 환상을 포기하지는 않는...   

왜 창비에서 청소년문학상을 쥐어줬는지 이해가 가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불행에 몸부림치던 우리 앞에 어느날 문득, 나의 이런 모든 고통을 쉽사리 해결해줄 것만 같은 마법사가 나타났다면...? 

아주 매력적인 설정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모든 문제는 직접 부딪혀서 해결해야한다는 너무도 뻔한 주제의식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피터팬증후군에 찌든 사람들로 북적대는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에게 마냥 어린아이같은 무책임함을 버리라는 강력한 일침으로 위대한 공감을 사고도 있다. 

간혹 배선생의 감정변화가 다소 작위적이고, 마법사인 점장이 소년의 편이 되어가는 에피소드가 너무도 식상하지만... 그러함에도 마법사라는 설정을 나름 설득력있고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번 읽으면 쉽게 손에서 떼어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흡입력을 지녀서 언제 백페이지를 훌쩍 넘겼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 정도면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할 듯. 

하지만 나름 열린구조로 두가지 결말을 제시했는데... 이러한 설정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운 면이 있다. 작가의 화려한 필력으로 어느순간 소년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소년이 마치 실존인물이 것 같은 리얼리티를 제공했는데 난데없이 Yes의 경우와 No의 경우같은 결말을 제시함으로써 "아... 이건 그냥 이야기일 뿐이었지"하는 허망함을 갖게 됐으니까.

뭐, 그러하더라도 꼭 위저드베이커리가 지구 어딘가에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꿈을 가지게 됐으니 그것으로 족한다.  작가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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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
더글라스 에이브람스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있다.
내 돈 주고 최근에 두번째로 산 책.

어린왕자 다음으로 더 철학적인 이야기를 보고싶었지만, 왠지 끌리더라.

'다빈치코드'를 내 준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라 기대를 잔뜩하고서 첫 몇 장을 읽고는 좀 실망했다.
사랑이야기.라서.

서양 중세사회를 배경으로한 모든 소설이 그렇듯, 주로 배경설명과 인물의 의복을 상세히 묘사하는데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스킬에 대해 솔직히 좀 질리던 참이었는데,,,

게다가, 바람둥이 돈 쥬앙의 여자꼬시기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는데...실망.

"모든 여자는 사랑받을 권리가 있고, 그래서 나는 모든 여자들을 사랑해주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는 변명 소리.

뭐, 신선하긴하다만, 돈주앙이 보는 여자에 대한 철학이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는 흥미위주인듯.

총 300페이지가 넘고, 아직 30페이지 정도밖에 읽지 못했으니, 뒤에는 좀 다를지 어떻게 아냐고 위로중이다.

 

하지만,,, 은근히 야해서 금방 읽을 지도...ㅋㅋ

 

암튼 공짜로 준, '비밀의 일기장'이 넘넘 맘에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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