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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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호평을 받는 <월든>은 제게 숙제였습니다. 

큰 마음을 먹고 숙제를 끝냈는데, 영 개운치 않았어요. 

생각보다 별로였거든요. 

왜 별로일까.... 이 또한 숙제였습니다. 

 

책 읽기 전에 예상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미지와 완독 후 이미지가 사뭇 달라서 그런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넉넉한 풍채에 인자하게 웃는 인상이 얼굴에 주름으로 새겨져 있고 켄터키 옛집에 나올 듯한 밀짚 모자와 푸근한 멜빵바지를 입고 있는 넉넉한 삼촌이었거든요. 

그러나 책 읽은 후의 이미지는 키가 크고 꼬장꼬장하게 마른데다 인생의 고민이 잔뜩 새겨져 있는 얼굴에 숱이 별로 없는 머리를 내놓고 낡은 옷을 입고 있는 노인같았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그가 <월든, 혹은 숲속의 생활>의 삶을 산 것은 고작 29세였으며, 책을 쓴 것도 38세에 불과했습니다. 

 

소로는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 호숫가 삶을 택했다지만, 제가 보기엔 목사직 같은 안정적인 생계가 힘들어져 어쩔 수 없이 간 게 아닌가 싶어요. 소로 자신도 그렇게 말했구요. 

그렇게 정착한 호숫가에서 이웃 주민들의 삶을 관찰하며 그들의 어리석음과 무지함을 탓하곤 해요. 왜 그들은 삶을 저당잡힌 채 살고 있는가, 왜 번지르르한 싸구려 물건을 들여다보며 살고 있는가, 검소한 생활을 하면 필요 이상의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하면서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고독감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축된 적이 없었다. 나도 외롭지 않다. 나도 외롭지 않다." 

 

그가 비록 "나의 일과는 흙이 자신의 여름 생각을 쑥이나 개밀이나 피 같은 잡초가 아니라 콩잎으로 나타내도록 설득하고, 그리하여 대지가 '풀!'하고 외치는 대신 '콩!' 하고 외치도록 만드는 일"이란 멋진 표현을 해도,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다' 말하며 콩코드 농부를 탓하는 소로가 더 크게 보였습니다. 

책을 전혀 읽지 못하는 사람의 무식과, 아이들과 지능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책만 읽는 사람들의 무식 사이에 큰 차이를 두고 싶지 않다는 발언 또한, 그나마 없는 호감을 떨어뜨렸습니다. 마치 자신은 수준과 격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 같았어요. 근근히 살아가는 그의 이웃은 스스로의 선택이라기보다 사회와 자본의 울타리 안에 메인 평범한 농부일 뿐인데 말이에요. 

사회 문제는 보지 못한 채 개인의 문제로만 치환해 그들을 탓하는, 제가 싫어하는 시각이지요. 

 

그럼에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탁월한 시각과 삶의 양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인용하지 않아도 될만큼 차고 넘쳐요. 

그러나 제겐 장점보다 울분 가득한 고독이 더 크게 보이네요. 

29세 혈기왕성한 나이에 혼자 조용한 호숫가에 살며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그에게서, 조금은 답답한 제 자신이 보여서일까요. 

스스로에게 주문걸만큼 외로웠는데, 매우 치밀하게 외로움을 숨기려는 그가 너무 투명합니다. 수많은 자연 예찬에도 불구 부엉이 소리를 '엄숙하기 짝이 없는 무덤의 노래'라 말하는 그가 안쓰러워 보입니다. 그가 남긴 글보다 여백으로 남아있는 행간 사이에 그의 본 모습이 더 남아있는듯 해요. 

소로는 이런 제 시선에 뭐라 말할까요. 

불쾌하다 할런지, 보일듯 말 듯 미소를 지어줄런지... 

그저 그가 머물렀던 월든 호숫가를 휘리릭 한바퀴 돌아볼 거 같아요. 

이젠 이곳도 예전과 다르군.... 하면서요. 

 

어느 누구도 대다수 사람들과 다른 삶을 고민없이, 외로움 없이 살긴 힘들 것입니다. 

혼자 떨어져 다른 하늘을 바라보는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진 않을테지요. 

외로울 땐 외롭다고, 힘들 땐 힘들다 솔직히 얘기해도 될텐데요. 

아마 그의 시대와 지금이 다른 이유도 있을 겁니다. 

 

꼿꼿한 눈길을 하고 있는 소로, 이젠 힘 빼도 괜찮아요. 

많은 이가 당신 글에서 영감을 받고 있으니까요. 

더 이상 외로워하지 마시길. 

 

 

                

 

 

읽은 날  2012. 6. 2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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