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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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수저>란 책을 읽으면서 그간 읽었던 자전적 소설을 떠올려 봤습니다.              

 

 

 

 

 

 

 

 

 

 

 

<은수저>는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극찬을 받은, 나카 간스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이 책을 본 일본의 한 중학교에서는 기존의 국어 교과서를 버리고 책 내용대로 체험학습을 했다네요. 100년 전 즐겨먹었던 전통과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옛 상점을 수소문해 학생들과 함께 먹어보는 등... 이러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우수한 대학에 진학해 일본을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이 책에는, 무엇이든 먹여줘야 겨우 먹는 습성에 그마저도 누군가 시야에 들어오면 수저를 내던지고 집에 가겠다 떼를 쓰고, 어떤 것을 갖고 싶다는 말을 해본적 없는 유약하고 낯가림이 심한 아이에서, 청일전쟁에 대해 당차게 의견을 피력하는 소년으로, 깜짝 놀랄만큼 성장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젊은 음악가의 초상>은 한국인 최초의 음악학자라 불리우는 이강숙 교수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재능을 가졌던 유년기에 대해 얘기해요. 그저 소리에 불과한 것(피아노 소리)에 혼을 뺏기고, 그것이 음악이 되어 자기 귀에 들리는 순간 감동하여 실신하기도 했던 자신의 유년기를 말합니다. 

열정을 다해 하고 싶었던 음악과 어머니의 반대, 그리고 조르바같은 친구 병구가 나오는 그의 이야기는 고쳐배움을 통해 쉼없이 달려왔으나 여전히 목마르다며 끝이 납니다.         

 

 

 

 

 

 

 

 

 

3.1 운동 후 일제의 눈을 피해 독일로 건너간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 입니다.  

유리창 달린 새 학교가 싫었으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선선히 가기로 하고, 새학문이 싫었으나 어머니 뜻에 따라 선선히 하고, 3.1 운동 후 유럽에 갈 용기가 없었으나 어머니 뜻에 따라 선선히 독일로 건너갑니다. 

3.1 운동 가담조차 자의식과 열정이 아닌 얼떨결에 등 떠밀려서 했지만, 구차해 보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이 낯설고 힘들지만 담담히 한걸음 내딛고 후회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담백한 이미륵의 성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책만 보는 바보> 입니다. 

이 책을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정조시대 스스로 '간서치'라 불렀던 청장관 이덕무의 이야기지만, 이덕무가 아닌 안소영이 쓴 책입니다. 안소영은 일찍이 이덕무에 매료되어 그와 관련된 글을 샅샅히 찾아내어, 이덕무의 시선으로 그의 벗들과 시대를 불러옵니다. 

 

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익히 아는 오륜이건만 이덕무는 오륜을 이야기할 때마다 서글퍼집니다. 

군신유의, 임금을 대할 기회가 서자인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고, 부자유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부부유별, 그의 아내도 그처럼 서출 출신, 장유유서는 또 어떤가요. 서자출신은 노인이라도 본가 어린아이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지요. 

이런 시대와 한겨울 숨을 쉬면 입김이 성에가 되어 이불에 맺힐 정도로 가난했던 이덕무에게 유일하게 한자리 내어줬던 것은 붕우유신 뿐이었습니다. 

연암 박지원, 담원 홍대용, 박제가 등 뜻이나 처지가 비슷했던 훌륭한 벗들이 있었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양반이라 농사짓지 못하고 서자라 관직에 나아가지 못하면서도 온종일 방 안에서 햇빛을 쫓아 아침.점심.저녁으로 상을 옮겨가며 책 볼 정도로 이덕무는 가난한 애서가였습니다. 

울분 가득해 넘칠 것 같은 처지였으나, 그는 조용하고 나직합니다. 어떻게 그리 차분할 수 있을까요. 

 

 

 

이 포스팅을 위해 <압록강은 흐른다> 와 <책만 보는 바보>를 다시 읽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은수저> <젊은 음악가의 초상>, 총 4권 중 가장 시선이 가는 것은 <책만 보는 바보>였어요.

인상깊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대개 예전 감동만 못합니다. <압록강은 흐른다> 또한 그러했어요. 

그런데 다시 읽은 <책만 보는 바보>의 감동은 여전하더군요. 

 

세 권과 달리 <책만 보는 바보>는 유년기를 지나 일생을 마치기 직전까지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아름답게 기억되곤 하는 유년기를 지나 좀 더 독립적인 주체로 삶을 살아낸 기록이라 눈에 더 들어온 것 같아요. 

만약 세 권이 성인기의 내용을 담고 있었더라며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좀 더 생각해보면 유년기를 회상하며 쓰는 것보다 성인기, 노년기... 당대를 직접 쓰는 게 훨씬 더 어려울 것 같아요. 

 

또한 <책만 보는 바보>는 다른 세 권과 달리 자신의 기록이 아닙니다. 안소영이란 뛰어난 공감력을 가진 21세기 작가에 의해 재해석된 책이지요. 

그러나 그가 창작하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청장관전서> 등 지금까지 전해지는 기록물로 이덕무 속으로 들어가 그의 마음에서 절로 썼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당연히 자전적 소설로 여기고 있구요. 

 

유년기를 지나 각자가 살아있는 현재까지의 삶을 소설로 쓴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만 아는 자신의 모습, 남들이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모습 등 여기저기 드러내고 싶은 것이 많고, 이를 문학적으로 조율하는 것 또한 무척 어려운 일이니까요. 

에드워드 윌슨이 자신의 삶, 의지, 목표, 희망을 버무려 써낸 자전적 소설, <개미언덕>이 인상적이지 못한 것은 문학성이 부족해서였습니다. 분명 자전적 소설이고 그리 읽었음에도, 이 포스팅에 오르지 못하네요. 

 

일부러 자전적 소설을 챙겨 읽은 건 아니에요.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은 <책만 보는 바보>를 위해 긴 글을 쓰게 됐습니다. 

1년에 두어 번 할까 말까한 재독과, 쓰여지지 않고 있는 많은 독후감 속에 

읽는 것도, 독후감도 두 번째인 이 책, 

정말 이 책이 좋습니다.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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