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욕망+모더니즘+제국주의+몬스터+종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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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 주경철. 이 두 사람의 이름은 제게 '우석훈' 연관어로 기억됩니다. 

처음 주경철의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를 읽은 후 우석훈의 <1인분 인생>에서 주경철 이름을 보게 됐을 때, 무척 반갑더라구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주경철의 <문화로 읽는 세계사>를 읽기도 했습니다.

이 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에서도 의도치 않게 우석훈을 만났습니다. 

바로, 우석훈이 다음과 같은 해제를 달았더라구요. 

 

"현대에 재해석되지 않은 역사는 죽은 것이고, 시대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후대에 그 시대도 재해석 되는 것이다. 해석이 죽은 시대는 그 시대 자체가 죽었거나, 해석이 살아 있는 다른 시대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역사학을 가지지 않은 나라에서 능동적으로 시대를 열거나 주도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라면서, 일본은 역사학이 튼튼한 사회적 자본으로 역할을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IMF 경제 위기 전부터 역사학 인프라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했습니다. 

역사학의 힘이 차고 넘쳐서 소소한 생활사와 비경제적인 요소의 경제사까지 다룰 여력이 되는 일본과 비교해, 쥐어짜고 또 쥐어짜 어렵게 책 한 권 만들어내며 근근히 버티는 한국 역사학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석훈의 해제대로, 이 책은 일본 역사학의 집단적 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과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다섯 꼭지 -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의 내용은 글줄마다 폭깊은 성찰이 돋보입니다. 

사람들의 욕망, 동경이 역사를 움직이게 했고,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은 일종의 변종, 즉 몬스터로 설명하고 있어요.

자본주의가 멈춰질 수 없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태생적으로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자연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며,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인간의 욕망을 무시한 채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은 여전히 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던 것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세계사 중심에 언제나 종교가 있었다는 부분은 특히 많은 공감이 갔습니다. 종교가 본연의 의도와 다르게 분쟁의 발단이 되곤 했던 것은, 종교가 각자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이기 때문인 거 같아요. 정체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니, 양보와 타협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특히나 유일신 종교라면 더할나위 없었겠지요.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가독성' 입니다. 나름 인문 서적인 역사책이 이렇게 술술 읽히다니, 고마운 일이지요.

그런 가운데서도 차(tea) vs 커피, 금 vs 철의 주제로 풀어쓴 내용은 신선하면서도 기지가 번뜩입니다.

근대 이전 차(tea) 문화에서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로 전환한 것이 세계사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는 부분은 절로 감탄이 나오더군요. 또한 금(gold)이 마음을 부추기고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철이 이용됐다는 부분도 그러했어요.

그 외 자본주의가 기독교에서 시작됐다는 부분과 파시즘에 대한 설명은 제 얕은 지식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인상 깊은 저자의 이야기 후에 만난 우석훈의 해제는 제 가슴을 뛰게 하더군요.

우리 사회가 지난 10년 동안 역사학을 통한 교육과 교양을 무시해 왔지만, 지금 이 위기 시대를 맞아 또 한번 세상의 축이 바뀌고 있으며, 어차피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니 다시 백과사전형 지식 패턴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지요.

우석훈의 용어로는 종합기획자,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통섭'이라 할 수 있겠네요.

백과사전형 지식에 '역사'는 분명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우리사회를 되돌아보는 거울에 '역사'만한 것이 없으니까요.

  

 

 

 

 

읽은 날  2013. 5. 11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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