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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 더 로드 - 13가지 코드로 풀어낸 오감 자극 부산 여행 테라피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아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의 괴리가 종종 있습니다.
제겐 특히 여행이 그런거 같아요.
여행가기 전 정보를 습득해도, 시간 제약, 관광 혹은 여행자로서의 한계,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의 특성 등 여러가지가 맞물려 그런거 같아요.
지난 주, 석가탄신일 연휴였어요.
모두 즐겁게 보내셨나요.
저는 아이들 바램에 따라 모처럼 부산에 놀러갔다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부산, 생각보다 낯선 곳이네요.
'부산'하면 떠오르는 건 해운대, 롯데, 갈매기 밖에 없었는데, 이젠 문화.예술의 도시가 먼저 떠오를 거 같습니다. 이 책을 보니 부산국제영화제가 거저 생긴 게 아니란게 실감났어요.
부산에서 볼 수 있는 문화지 [안녕 광안리] [부산 햅스], 추리소설가 김성종 선생이 사재로 마련한 [셜록 홈즈의 집 추리문학관], 열악한 예술가를 지원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오픈스페이스 배] [대안공간 반디] [고은사진미술관] [도요타 아트 스페이스] 등 공간이 있더군요.
또한, 개봉했으나 어느 틈에 끝나버린 예술영화 혹은 작고 낯선 영화를 골라 상영하는 [씨네 리플레이] [작은 영화관] [다양성문화상영관 아트씨어터 C+C] 도 있습니다.
저는 그 중 산복도로와 대안문화행동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산복도로는 정류장도 없고 마을 지명 혹은 사전에도 없는, 부산에서만 사용하는 일종의 고유명사라 합니다. 산의 중턱을 지나는 도로인데요, 다닥다닥 높은 산동네 마을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멋진 곳이랍니다.
그리고, 대안문화행동은 기득권에 대해 '재미나게 놂'으로써 복수한다는 곳입니다. 2003년부터 한 달에 한 번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부산의 독립예술가, 문화기획자들이 힘을 보태 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전시하고 프리마켓도 열어 거리축제를 벌였대요. 대중과 함께 놀며 소통할 수 있는 축제 판을 만든 것인데 이 축제가 재미난 복수의 시작이라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복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 문화적인 형태로 의견을 표출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었답니다.
그 외 '이대호 우유'라 불리는 '부산 우유'도 재미있었어요.
부산 사람들이 야구와 이대호 선수를 얼마나 애정하는지, 그리고 이대호 선수의 표정이 재미있더군요.
이 책에서 소개된 곳 중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구덕교회 였습니다. 승효상의 건축을 두고 '빈자의 미학'이라 한답니다. 처음부터 반짝거리는 것들로 공간을 채우지 않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채워지고 변화할 수 있도록 절제된 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라네요. 문은 커녕 문턱도 없는 열린공간, 구덕교회에서 기도하는 공간이 갖고 있는 특유의 적막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매일 보는 어지러운 풍경이 적막하고 단정하게 바뀌면 제 내면도 그에 맞춰 조율할 거 같아요.
이 책에 나온 곳 중에서 얼마나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북적북적 다니기보다 조용히 사색하며 가기에 적합한 곳이라서요.
분명 저자 개인적 취향의 한계가 있지만, 부산은 생각보다 문화.예술 도시인 거 같아요.
정말, 그 곳에 가면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읽은 날 2013. 4. 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