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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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립니다.

누구의 전화일지, 어떤 내용일지 짐작갑니다.

그럼에도 선뜻 수화기를 들지 못하는 상대방이 혹시, 있나요?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우울한 사회풍경과 시간을 뚫고 드디어 수화기를 들어 대답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그.쪽.으.로.갈.까. 하는 물음에

내.가.그.쪽.으.로.갈.게. 라고 겨우 대답할 수 있게 된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외면하고 싶은 전화를 드디어 받고, 대답까지 합니다. 내가 가겠다고.

그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일테지요. 그러나, 글쎄요.....

 

작가는 청소년기를 앙드레 지드나 헤르만 헤세와 함께 통과해 온 세대가 있었다면, 90년대 이후엔 일본작가들의 소설이 청년기의 사랑의 열병과 성장통을 대변하는 것을 보며 뭔가 아쉬움을 느꼈다 합니다. 우리말로 씌어진 아름답고 품격있는 청춘소설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네요.

 

이 소설의 배경이 1990년대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제 20대 절독 絶讀시기가 떠오르더군요.

서로를 알아봤으나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때려야만 했던 시절(의경과 경찰로 만나), 쫓기고 고독하고 불안한 젊음, 그들이 옳지만 그래도 시위를 계속하면 우리도 시위 그만하라고 시위하고 싶었던 서민들, 말이 제 값어치를 잃어버리고 부당하고 폭력적인 말이 지배하던 그 시절.... 말입니다.

안 그래도 우울한 사회, 희망의 출구가 보이지 않던 시대에 읽는 책마저 그러니, 숨쉬기 답답했던 저는 독서를 끊었습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치고 다양했다면 소설 외 다른 분야를 읽었을텐데, 시선을 넓힐 생각을 하지 못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20대에 읽은 우울한 사회가 반영된 소설, 그때보다 나아진 건 "내가 그쪽으로 갈게" 라는 말 한마디 뿐으로 느껴지는 것이요.

아니, 그것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항상 "내가 그쪽으로 갈까" 말을 들었고 항상 그가 먼저 오곤 했는데, 어느 순간 멀어진 사이가 됐습니다. 멀어진 사이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아득한 평행선을 그리며 달리구요. 흔적마저 희미해진 어느 날, 전화가 걸려오고 나는 세월의 힘으로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많은 과거를 돌아, 물 위에 떨어진 꽃잎이 물살을 타고 내려가도 붙잡지 않고 보내줄 수 있는 마음으로 대답합니다.

"내가 그쪽으로 갈게"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한 이 한마디는, 그래도 관계 개선을 위한 나의 첫 시작입니다. 첫 발걸음이로군요.

힘겹고 오랜 세월이 걸린 시작인만큼 의미가 있습니다.

 

데모와 최루탄의 시절을 겪은 저로서는 지금 시대의 청소년이 이 소설을 자신들의 이야기라 여길지 의문스러웠어요.

지금 청소년도 과거의 우리처럼 똑같이 힘들고 우울할테지요. 그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의 본질은 분명 똑같을거에요.

 

저는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의 성장보다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줘>가 훨씬 더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왜 이렇게 베스트셀러인가 했더니, 작년 인기를 끌었던 <신사의 품격> 드라마에 자주 인용되었다더군요.

 

비록 제 20대가 떠올라 많은 공감을 하긴 어려웠지만,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에게 아름답고 품격있는 청춘소설로 많이 읽히길,

그들의 건투와 성장을 빕니다.

 

      

 

읽은 날  2012. 10. 13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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