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대한 얘기, 세삼스럽죠?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데 속 시원한 대책이 없는 듯해 외면하고 싶은, 마치 한때 막역했으나 사이가 단단히 틀어진 친구같습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그린혁명이 필요한 현재 우리 세계의 원인을 세계화의 확산, 글로벌 중산층 인구증가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중국.인도의 성장을 보며 탄성을 질렀지만, 이것은 인류의 질병 중 전염성이 가장 높은, '부자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부자병은 누구를 탓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 매우 고약한 녀석이에요. 누가 타인의 개발과 성장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저자는 미국의 석유중독증으로 다음과 같은 국제 시스템이 생겼다 합니다. 미국이 에너지 구매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편협하고, 반근대적이며, 반서구적이고, 반여권적이며, 반다윈주의적인 이슬람 세력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곳과 테러전선에 자금을 대준다...라구요.
사실, 저자 의견에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미국의 석유중독증이라하기 전에 지난 100년 넘게 석유에 의존해온 산업체제에 문제가 있었고, 미국이 중동과 에너지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단순히 에너지구매 차원의 문제로 본질을 가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근거가 약한 반이슬람정서도 거슬리구요.
그러나, 존 홀드런의 말을 인용한 그의 표현은 정확합니다. 바로 지구온난화라는 용어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인데요, 이 용어는 기온이 고르고 점진적이라는 암시를 내포하고 있으며, 고요하고 온화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 보다는 기후 붕괴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네요.
이런 기후 붕괴 시대에, 저자가 말하는 대안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생활양식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고도 효과가 분명히 예견되는 일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알 수 없다라구요.
가령, 자동차인 경우 일정 중량이나 엔진 규격 이상의 자동차를 금지하거나, 최고 속도를 시속 90km로 제한하거나, 하이브리드가 아니면 택시 운행을 못하도록 하는 노력이 대안 중 하나랍니다.
그러나, 기후 붕괴를 막기 어려운 것은 최대 피해자가 우리가 아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코드 그린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 인용된 12살, 세번 스즈키라는 소녀의 말처럼 기후붕괴의 최대 피해자는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게 될 모든 후손, 전 세계에서 굶주리고 있지만 그 울음소리를 외면당하고 있는 어린이, 지구 곳곳에서 갈 곳 없이 죽어가고 있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기후 붕괴 문제는 최대 피해자를 외면한 채 복잡성 문제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치인도 성장기계를 멈추자고 할 수 없는 현실, 태양광이 해답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지만 고압 송전선 문제는 외면하는 님비현상이 우리의 현실이죠. 게다가 자원의 효율적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인력을 투입한다해도 비용이 얼마나 들지, 가격은 어떻게 될지, 법규는?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지? 주주들의 반응은??? 이런 복잡한 문제가 기후붕괴의 최대 적이라 여겨집니다.
저자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별화된 노아와 차별화된 방주'가 필요하다 말합니다. 정부의 결정권자와 얘기할 때는 경제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공동체와 대화할 때는 복지에 관해, 비즈니스적으로 풀어야 할 자리에서는 미래의 이익에 관해, 다른 비정부 조직과 얘기를 나눌 때에는 환경을 주제로 대화해야 하는, 저마다 각기 다른 노아와 차별화된 방주가 말입니다.
이런 고차원적이고 범인류적인 해결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자신의 나라 미국에게 그 질문을 하고 있어요.
미국이 단 하루만 중국이 된다면.... 하는 바램을 갖고서요.
저자가 볼 때 중국은 미국보다 뒤떨어지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네요. 그건 중국 지도층의 능력인데, 그들이 원한다면 모든 기존산업의 성향과 온갖 이권, 관료주의적인 장애, 유권자의 반발에 대한 모든 우려 및 단순한 톱다운식 명령을 극복하고, 중국의 장기 전략적 국익을 반영하는 가격.법규.기준.교육.인프라를 전면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고 저자는 보고 있어요.
글쎄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의 말에 답이 보이는듯 하네요.
매우 어렵다는 답, 말입니다.
아직까지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 그런 국가의 일원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그에게 박수를 칩니다. 정말 정답이 찾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서요.

읽은 날 2010. 1. 1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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