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와 공식이 없는 수학카페 - '수학사랑' 박영훈 선생의 수학사 특강
박영훈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수학, 

말만 들어도 골치 아파요. 

어쩌다 수학이 이렇게 됐을까요? 

원래 수학이 그런 걸까요? 

그렇지 않을텐데..... 수학이란 과연 뭘까요? 

 

이 책 <기호와 공식이 없는 수학카페>는, 저자 박영훈이 무생물로 굳어버린 수학을 매만지고 가르치는 일이 한없이 공허하게 느껴져, 22년 동안 정든 교단을 떠나 여행을 다녀와 쓴 보고서입니다. 

그리스 찬란한 햇빛, 쪽빛 바다 앞 저자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삶 속의 수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류 문화가 농축된 진정한 수학,을 만날 수 있어요. 

그 얘기조차, 머리가 지끈지끈 할까요? 

 

사실, '수학'하면 머리로 떠오르는 정답만 있어요. 모든 학문의 기초라든가, 논리.사고력 증진....이라든가, 그런거 말이지요. 솔직히 '좋은 대학가려면 수학을 정말 잘해야 한다'가 마음 속 정답,이에요. 

 

수, 숫자..... 우리는 '아라비아' 숫자를 쓰지요. 이집트, 인도, 바빌로니아.... 모두 수학이 쟁쟁했던 곳인데, 그곳을 제치고 최초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호칭을 받은 사람은 탈레스(기원전 624~546년 경) 랍니다. 

탈레스 전에도 수학은 있었는데, 왜 굳이 그리스에서 수학이 시작됐다 할까요? 

그건 바로 탈레스의 창조적인 업적 때문이랍니다. 바로 '증명'이라네요. 증명이야말로 수학이 다른 학문과 완벽하게 구별되는, 지식을 얻는 수학만의 독창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랍니다. 

그 전까지 수학은 대부분 어림짐작, 주먹구구 였어요. 이집트, 바빌로니아인들은 방대한 지식을 수학의 특징인 추상화 과정을 거쳐 통합하는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네요. 하여 '수학'이라는 평가를 얻지 못하고, 수학의 창시자라는 영광스런 자리를 그리스인에게 내주고 말았다 합니다. 

 

이렇듯 수학이란 것이 땅의 넓이를 계산하거나 곡물의 양을 계산하는 절차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그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을 탈레스가 보여줬어요. 이 책은 그러한 그리스인들의 철학이 우리 가슴에 들어오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가 유클리드의 <원론>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부분에선 가슴이 뛰더군요. 내용이 잡동사니인데도 유클리드의 <원론>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 정말 놀랍더군요. 

고작 다섯 개밖에 안되는 공리로 기학학의 모.든. 정리를 추론했대요. 그래서 기하학의 전체 체계가 구성됐다 합니다. 

학문 영역이 지나치게 분화되어 전문가만이 행세할 수 있는 요즘, 하나의 커다란 틀로 통합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2의 유클리드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가슴이 뛰더군요. 

우와, 멋진 일인걸. 그러면 정말 좋겠다~ 내가 조금만 젊다면 어떨까? 하는. 

 

수학때문에 골머리 앓는 청소년이 있다면, 꼭 읽어볼만 합니다. ○○○정리, ◇◇◇정리, □□□정리를 증명하는 것보다 그들의 정신을 들여다보는 거, 생각보다 근사하네요. 

 

그렇다면, 수학의 시작이 왜 그리스일까요? 

오로지 탈레스 때문일까요? 

 

그리스의 수학은, 영원하고 이상적이며 완벽한 그 어떤 것의 추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즉, '신'이란 존재지요. (동양의 신과 다른 서양의 신 개념 말입니다) 

가령, 피타고라스나 플라톤이 지구가 구 모양이라 한 것은 관측이나 자료에 따른 것이 아니라 모든 도형 가운데서 구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었다네요. 

인간의 삶과 아득히 떨어져있는 완벽한 (신들의) 세상, 바로 수학이 추구하는 세계와 맞닿아 있어요. 

 

경험적 사고에서 추상적 사고로 놀라운 전환을 한 그리스인들, 무엇 때문에 가능했을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철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라 합니다. 자신과 가족이 편히 먹고 살만큼 풍부한 물자는, 곧 생활을 위한 노동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죠. 

그들은 상업적. 육체적 활동을 경멸한만큼, 지적인 탐구와 세계를 관장하는 근원적 질서를 추구했어요. 

 

아, 맥이 빠집니다. 

생활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수학이 지금처럼 괴물이 됐나요. 

그래서 우리들이 인간사의 여러 분야와 관련된 다양하고 독특한 수학의 방식을 고루 고찰하는 능력을 박탈, 당한 걸까요. 

 

이런, 맥 빠지는 결론을 위해 쓴 건 아닌데요. 

모리스 클라인의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를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660쪽이더군요!  

어휴, 660쪽을 감당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알게 됐어요. 

청소년을 위해 씌여진 263쪽인 이 책, 수학이 소곤소곤 들려주는 이야기. 

기대 이상입니다~~ 

 

 

 

읽은 날 2012. 7. 18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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