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492쪽>
흥미진진한 책,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입니다. 이 책, 꽤 유명하지요. 오늘은 이 책 유명세
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빅 픽처>의 주인공 벤은 변호사의 안정된 생활에도 사진작가에 대한 식지않는 열정으로 인생의
비상을 꿈꿉니다. 꿈이 현실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순전히 자기 자신 탓임을 잘 알고 있어요.
경력, 집, 가족, 빚.... 이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자 안정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이유
를 제공하니까 그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또한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라는 것, 자신이 자기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
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여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그의 아내와 다투면서요.
그의 아내 베스는 현실감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소설은 철저히 벤의 관점이
라서요. 베스는 작가 지망생인데, 결혼과 출산, 육아가 그녀의 꿈을 앗아가버렸고, 이 모든 건 달
콤하게 유혹한 벤의 잘못이 크다고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벤이 내민 손을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잡았다는 자각은 별로 없어요.
그러고보니 원래 아내들이 남편에 대해 화나는 포인트가 이것인 것 같군요. '내 잘못은 알지만,
당신이 이렇게 나오면 안되는거 아니야?' 하는.
이 책 시각이 이런데다가, 둘의 대화가 워낙 현실감이 강해서 독자는 차츰 벤의 편에 서게 됩니다.
아, 게다가 아내가 바람 피운 이야기도 있군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유명세의 포인트입니다.
독자 자신도 모르게 벤 입장에 서게 하는 몰입도, 게다가 벤은 우리처럼 인생의 비상을 꿈꾸는 사
람이니까요. 이후 이야기는 절로 굴러갑니다. 적당한 긴장은 제법 유지되고 있구요.
그런데,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어요.
인생의 비상을 잘못된 방식으로 이뤄내면 안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우리가 숱하게 들어온 이야기는 잘못된 방식으로 꿈을 이루어내면 망한다거나, 뼛 속 깊이
후회한다거나 그랬거든요.
그런데, 벤은 결국 성공합니다.
가장 참아내기 어려웠던 아이들과 이별하고, 끔찍한 발각에 대한 두려움도 참아내면서 말이지요.
게다가 마음의 부담을 덜어서인지, 하루만에 일약 유명한 사진작가로 성공까지 해요.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앤도 만나구요.
더 이상 바랄게 없지요. 마음 속 지울수 없는 죄책감만 뺀다면요.
이것이 이 책 유명세의 또 다른 포인트입니다. 성공하면 안되는 도덕적 기준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염원을 가득 담아 (벤이 성공하길 간절히 희망하게 되죠), 기존 이야기와 다르게 성공한다는 점 말
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잘나가는 성공이 부담스러운지 작가는 벤에게서 사진작가 성공을 회수합니다.
그래서 그는 무명 사진작가, 사랑하는 앤, 그리고 태어난 아이 잭.
이렇게 소박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제가 벤의 성공에서 본 건 인생의 비상과 새로운 삶을 간절히 원하는 우리네 모습입니다.
비루한 현실 탈출이나 간절한 꿈을 이루려 해도 쉬 이룰수 없는 답답한 현실에 사는 우리네 모습
말이지요.
그 모습이 답답한 나머지, 잘못된 방식을 통해서라도 비상하고픈 우리네 모습 말입니다.
하여 역설적이게도 이 소설은 비상이 힘든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여,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나봅니다.
물론, 이 글로 설명되지 않는 '재미'가 우선하겠지만 말입니다.

읽은 날 2012. 10. 1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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