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너무나도 유명한 책,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부분은, 

어렵다, 왜 어려울까, 이 방법밖에 없었나, 그럼에도 불구 이 책이 제게 주는 의미, 이렇게 입니다. 

 

보통 글쓴이마다 문체가 다르지요. 익숙하고 좋아하는 문체일수록 내용을 덜 따지게 됩니다. 

마치 드라마가 재미있다면 다소 과한 설정을 용서해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그런데.... 리처드 도킨스의 문체는 매우 시크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을 첫 번째 사항을 말하고자 한다' 하는 부분은  '내가 말하지 않을 부분을 가 

지고 따지지 마~!' 하는 것 같았고, 

'초기의 자기 복제자를 살아 있다고 하든 하지 않든 그들은 생명의 조상이며, 우리의 선조'라 하는 

부분은 진실 여부를 떠나 매우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성과 교차가 있어 유전자가 있다면서, 갑자기 무성생식은 성과 교차가 없다는 말이 나와 생뚱맞게 

들렸고,  ESS, 매파, 비둘기파, 보복자와 불량배 등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는 부분은 논리의 비약으 

로만 여겨졌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방대한 설명을 통해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유전자가 이기적이 

라는 것과 우리는 유전자가 만들어 낸 생존기계라는 것이지요. 

그 명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인터넷 책 소개에는 '대담하고도 섬세한 이론을 무리 없이 전개함으로 

써 완벽한 이론가의 면모를 보인 그는 완전무결한 슈퍼스타' 라 나와 있어요.  하지만 제게는 '내가 

설명하는 방식으로만 이해하며 따라올 것, 독자의 이해도와 수준은 내 알 바 아니니까' 로 보이더군 

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가 주장하는 '생존기계' 개념이 너무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워 그랬던 거 

같습니다. 

비록 시대와 경험이 주는 한계 속에 꽁꽁 묶여 살고 있지만, 가끔 제법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유전자가 조종하는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니, 거부반응이 일지 않나요? 

게다가 팔짱 끼고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말이에요, 오우. 

 

좀 더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하던 차에 <다윈주의 좌파>를 번역한 최정규님의 글을 읽으니 이거다 

싶더군요. 

유전자는 원래 이기적이랍니다.  유전자가 이기적이지 않으면  즉, 자신을 더 빨리 복제해내지 않으 

면 소멸될 운명이기 때문이죠. 유전자의 관점에서 그 담지자를 이기적으로 행동하게끔 만드는 유전 

자가 있을 때에도 그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이며, 반대로 그 담지자를 이타적으로 행동하게끔 만드 

는 유전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것이죠. 

이 당연한(?) 사실을 발견해서 리처드 도킨스가 유명한 게 아니라, 유전자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 

고, 그것을 세상에 해석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네요. 

아.... 이기적인 유전자가 말을 해서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보였나!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정규님이 생존기계란 단어를 쓰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받아들인 걸 보면,  그 단어 

가 싫어도 참 싫은가 봅니다. 

 

사실 리처드 도킨스와 최정규님의 말은 같습니다. 

유전자는 이기적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뇌는 (혹은 유전자가 담겨져 있는 담지체로서의 인간) 이기 

적 유전자에 배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정도로까지 진화했다. 

이러한 원리가 넓~게 작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라는 것입니다. 

같은 말인데, 독자에게 어필되는 정도가 무척 다릅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가 왜 이기적인가를 540쪽에 걸쳐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는 게 피 

곤한 나머지 결론을 잊어버리기 쉬운데, 최정규님은 <다윈주의 좌파> 130쪽 안에서 그것도 '옮긴 

해제' 몇 쪽을 통해 결론을 말하고 있어, 훨씬 간결합니다. 

어쩌면 진실에 다가가는 지리한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쉽게 결과를 얻고자 하는 얄팍한 독자의 한 

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전자를 놓고 볼 때, 인간의 행동 중 어디까지가 유전자의 조종인지, 어디서부터가 유전자 

를 배반하는 능력인지 구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어려워 보이고, 심지어 유전자 숫 

자 또한 셀 수 없이 많으니, 이 책의 주제가 어려워도 참 어려운 것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이 책이 제게 주는 의미는 이렇습니다. 

아무리 뛰어나다해도 독자를 감안하면 좋겠다 라는 것이죠. 

이 책이 나온 시기나 생물학계의 여러 이슈를 감안하고, 진화생물학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변할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독자를 감안하는 눈높이 설명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부분 말이에요. 

이해도가 부족한 제 탓도 있습니다만, 이 책이 많이들 어렵다 하더라구요. 

 

하여, 별다를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제 글이 앞으로 좀 더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 해야겠다~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야 어려운 걸 설명하자니 그랬다지만, 전 그래야 할 이유가 정말 없다는 생각이 들었 

거든요. 

 

마지막으로 제 글, 정리합니다.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문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존기계 개념, 그리고 쉽지 않는 주제에 관한 이 책 

은 유명세와 저자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제게 쉬운 글이 좋은 것이여~ 라는 상당히 엉뚱한 결론 

을 준 책입니다. 

 

정말 마지막, 저자에게 한마디 해봅니다. 

유전자의 조종과 유전자를 배반하는 능력을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구분할 수 있는지요?  

그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궁금, 합니다...만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 정말 좋겠어요. 

 

 

읽은 날  2012. 5. 21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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