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으로 본 한국역사 - 젊은이들을 위한 새 편집
함석헌 지음 / 한길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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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지난 총선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니, 희망을 말하기 힘든 길고 긴 암흑터널 

상태라 해야겠다. 

박근혜의 광폭행보라든지, 안철수 대선출마 여부라든지....사각지대 밖의 일이긴 하나, 이번 박근 

혜의 발언은 내 정신을 흔들어 꺠우는 벼락과 같은 충격이다. 

 

인혁당 사건을 놓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다', '역사적 평가에 맡기자'라 하지를 않나, 

5.16 쿠테타 사건을 놓고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라고 하지를 않나, 지나가는 개미가, 모기가, 바퀴벌레가 웃을 소리다. 

 

일단 웃음이 나온다.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헛웃음이다. 

그 다음, 솔직함에 놀랐다.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해도 차마 입 밖에 소리내지 못하건만, 뚝심인건 

지, 무식해서인지 그의 무대포 정신이 선명하다. 

그 다음, 정말 무식하다. 정치를 하고 싶다면 이런 말을 할래야 할 수 없다. 타인을 설득해 자기 편 

에 서게 하는 게 정치 아닌가. 세상을 올바르게 하는 게 문자 그대로 정치 아닌가. 무식한 발언에 

두 손 두 발 들어버릴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득보다 실이 지나치게 많은 발언을 왜 할까. 

차라리 아버지의 세상을 재현하고 싶어요~ 라 대놓고 말할 것이지. 

 

그의 발언도 발언이지만, 국민을 어떻게 보고 이 따위 발언을 하는건지, 그런 발언을 들어야 하는 

게 우리의 수준인지, 그 따위 (표현된 발언보다 그의 역사의식이 문제다) 발언을 해도 지지율에 큰 

화가 없는 게 정.말. 우리의 수준인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김어준이 화제의 작 <닥치고, 정치>에서 일찍이 지적했지만, 실제로 당하고 보니 이번 일이야말로  

메가톤급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지만, 그런 꼴을 들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개탄스러워 어찌할 줄 모르겠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돌아가신 함석헌 선생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한국사람은 심각성이 부족하다. 파고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생각하는 힘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깊은 사색이 없다. 현상 뒤에 실재를 붙잡으려고, 무상 밑에 영원을 찾으려고, 잡다 사이에 하나인 

뜻을 얻으려고 들이파는, 컴컴한 깊음의 혼돈을 타고 앉아 알을 품는 암탉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운동하는, 생각하는, broodking over 하는 얼이 모자란다. 그래 시 없는 민족이요, 철학 없는 국민 

이요, 종교 없는 민중이다. 이것이 큰 잘못이다." 

 

일찍이 고구려의 위대함이란 주몽이 민중에게 뜻을 보였고, 그 뜻이 민중의 가슴에 타올랐기 때문 

이었건만, 삼국시대를 기점으로 착하고 너그럽고 곧고 굳고 날쌔고 의젓하던 정신이 그만 사막으 

로 흘러드는 냇물 모양으로 어느덧 자취를 감추어버렸다고 함석헌 선생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 

에서 말하고 있다. 

 

까마득한 삼국시대부터 잘못되 이 꼴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없으나, 작금의 돌아가는 모양새 

를 보니 그야말로 실감나는 일이다. 

민중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자기를 잊은 적이 없다던데, 지금은 아닌가 보다. 

특권계급은 언제나 자기네 이익을 위해 민중을 속여 압박자에게 팔고 자기네는 그 값으로 영화를 

누리자는 것이다. 어느 민족, 어느 시대나 민족을 파는 것은 권력계급이다. 민중을 팔지 않고 권력 

은 안 생긴다.  

민중은 자기를 팔지 않기 때문에 권력이 없다는데,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걸 보면, 민중은 필시 자 

기를 잊었나 보다. 

파고들며 생각하는 힘도 모자라, 내가 나를 잊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역사는 점점 더 알 수 없다. 해방이 갑자기 온 것도 알 수 없거니와, 6.25 전쟁을 당하고 나서는 

점점 더 알 수 없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은 생각하라는 말이다." 

 

이제 신화도 없어지고 민족의 영웅도 없어져 갈수록 태산인 지금의 상황에서, 함석헌 선생의 말씀 

대로 '알 수 없으니 생각'해야만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좌절과 절망에 사로잡혀 생각할 힘도 잃어버리고, 저 멀리 있는 희망이나 목표나 바램은 싸구려 짝 

퉁마냥 내던져 버리고 싶건만, 

별이 반드시 붙잡혀서 길 인도가 되는 게 아니듯, 이상도 반드시 거기 도달해야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씀에 냉정을 찾는다. 

따라가도 따라가도 잡을 수 없는 별이기 때문에 영원한 길잡이가 되듯, 이상이란 힘써도 힘써도 그 

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을 걷는...것일....것이다. 

올바른 말씀, 애써 주억거린다. 

들리지 않는 말씀이나, 애써 새겨 듣는다. 

 

역사는 나아가도 나아간 것이요, 물러가도 나아간 것이라는데 도대체 우리는 얼마큼 물러가야 진정 

나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칼을 꺽고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박근혜를 맹신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왜 그러냐고. 

당신의 역사인식은 무엇이냐고. 

당신의 옳고 그름, 소망은 무엇이냐고. 

눈만 돌려도 수두룩하게 보이는 빈자와 약자가 안 보이냐고. 

당신은 우월하게 태어났으니 상관없냐고. 

 

영원할 거 같냐고. 

 

진정. 

 

 

  읽은 날   2009. 6. 2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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