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 게르트 보스바흐, 옌스 위르겐 코르프>
간혹 '똑부러진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건 말투 영향이 큰 탓일뿐 실제로 똑부러지는 성격은
아니다.
귀도 얇고 판단도 즉흥적으로 하고 때로는 신중하지 못하는데, 가끔 그게 '열정'으로 나타날
때가 있다. 지금은 귀는 두껍고 판단은 진중하다. 다시말해, 오랫동안 '열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회사에서 각종 그래프와 수치 속에 둘러쌓여 있었다.
빼곡한 숫자로 이루어진 통계표보다 시각화되있는 그래프가 훨씬 눈에 들어왔고 타인을 설득
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했다.
그때 봤던 그래프에 담긴 진실이 어떠했든간에, 그래프를 믿은 대가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참
혹했다. 지금은 숫자와 그래프를 맹신하지 않는다. 그저 다만, 공포와 과욕 그 어디쯤 서 있는
지 되묻고, 공포일 경우 용기를 좀 더 내고 과욕일 경우는 가지를 쳐낸다.
이 책 <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을 그때 봤었더라면, 그래프와 숫자를 덜 맹신했을까.
이 책은 독일의 통계학 교수인 게르트 보스바흐와 환경, 철학, 수치 심리학 입장에서 기술한
옌스 위르겐 코르프가 공동 집필한 책인데, 둘의 재치가 재미있다.
"곁에서 옌스가 자꾸만 핀잔을 준다. 내가 제시하는 음양이론이 결국 내 지식을 뽐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억울하다."
"내가 y축을 잘라낸 이유에 대해 따지자 해당 연구원은 통계 분야에서 흔히 행해지는 아주 일
상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속 시원한 답변은 분명히 아니었다.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들의 인간적인 표현 속에 담긴 내용은 깜짝 놀랄 것들인데, 그들은 범죄라 불러도 좋을만큼의
대담한 창의성이라 표현한다. 어디 한번 보자.

이 그래프에 약간의 생략과 역동성을 가미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쨔잔~!

어떤가. 정말 범죄 수준이다!
5 여년전 할머니께서 고관절로 쓰러지셨다. 그 당시 의사에게 들은 말은,
"6개월 내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률 50%, 1년 내 사망률 100%입니다." 였다.
그 당시 이 말은 수술하지 않으면 '1년 내 사망'이라는 귀결처럼 들렸는데, 지금은 그렇게 듣지
않을 수 있을 거 같다.
백분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교 대상이다. 나아가 백분율은 백'분'율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분자와 분모의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각자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분자만 언급
할 뿐 분모가 무엇인지는 아예 밝히지 않는다.
5 여년 전 의사의 말에 분모를 추가해 보자.
"고령의 고관절 환자 000명 중 6개월 내 수술하지 않은 2명 중 한 명이 사망했고, 1년 이내 나
머지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위의 말 대신 이 말을 들었다면, 우리는 그렇게 경황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 외 숫자 대신 다음과 같은 교묘한 포장술도 조심해야 한다.
가령, "외국인들은 다 범죄자들입니다. 그러니 이 땅에서 추방해야 마땅합니다!" 라는 직설적
구호를 외치는 대신 "이 땅에 외국인들의 수가 늘어난 뒤 범죄율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라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인과관계의 함정인데, 시간적 순서가 맞아 떨어진다 하더라도 A가 반드시 B의 원인이
되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부지불식 간 우리는 숫자를 맹신하다. 그 이유를 따지고 보면 "수치가 그 자체로 중요할 때보다
는 결국 시간 혹은 돈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할 때가 더 많은 것" 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숫자가 숫자 이상의 의미로 말을 걸어올 때, 한번 더 조심히 살펴봐야 한다.
혹시, 진실을 가장한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결과로 유인하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은 지금, 과거의 그때로 돌아간다면 숫자와 그래프를 덜 맹신할까.
...자신할 수 없지만, 수치와 그래프의 현란한 기술 속에 때로는 진실이 왜곡돼 있음을 이제는
안다.

읽은 날 2012. 5. 7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