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살아있는 교육 2
이오덕 지음 / 보리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이오덕>

 

이제는 한 줄의 아름다운 문장이 거저 나오지 않음을 안다. 애정 가득한 시선과 사색이 쌓여야

향기 가득 머금은 꽃봉오리가 터지듯, 단단하기만 한 열매에 단내가 스미듯 나옴을 안다.

작가의 시간이 농축된 문장을 발견하는 묘미와 감흥, 여운, 모두 감탄의 시간이다.

 

제멋대로 뻗친 이름 모를 풀잎 속, 꽃 한송이 오도카니 피어있다. 예전같으면 눈에 띄지도 않던

작은 프레임, 작은 발견이 기쁘다.

기쁨의 연속을 그리워해 보지만, 현실의 핑계 속에 숨는다.

자녀 없이 가는 호젓한 여행, 아직은 멀다.

가족 자전거 길, 스모그가 잔뜩 낀 한강이라도 그저 바라보고 싶지만, 아이들이 재촉한다.

 

책을 읽는다. 흔들리는 버스 안,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 책을 읽는다.

밑줄 근다. 감탄의 문장, 몰랐던 내용, 책 흐름에 필요함 문장에 밑줄 근다.

계속되는 문장과 계속되는 현실, 지친다.

문장은 문장일 뿐이지 않은가.

감탄스러운 문장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너무 관념적이지 않은가.

책 속에 들어가 있지만, 나는 현실에 있다. 삶은 현실이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돌아오는 답이 없다.

 

독서, 글쓰기...나만의 글쓰기 목표가 무엇일까.

그건 자녀와의 소통이 시작이었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 나와의 간격이 넓어지면, 이 글들이 튼튼한 다리가 되어 주리라 믿었고,

지금은 조금씩 곁가지가 자라고 있다.

 

이 책 <글쓰기는 어떻게 가르칠까>를 읽을 당시, 내가 원하는 아이들의 글쓰기 목표가 무엇이었

을까. 아마 아이들이 글을 잘 썼으면 하는 바램과 현실적인 학업 향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그리 와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글쓰기의 본질적

인 목표를 얘기하고 있어서였다.

 

"글쓰기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을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으로 키우는 데 있다.  곧,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것이다. 글은 쓸거리를 찾고 정하는 단계에서, 실제로 글을 쓰면서, 쓴 것을 고

치고 비판하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삶과 생각을 키워 가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소박하고 솔직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할까?  풍부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할까?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게 할까?   사람다운 행동을 하게 할까?  창조하는 태도를 가지

게 할까?  이런 것이 목표가 된다.  참된 사람, 민주주의로 살아가는 사람을 기르는 에 글쓰기

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오덕 선생이 말하는 글쓰기의 본질적인 목표에 이어 방법 또한 현실과 멀어 마음에 와닿지

않았나 보다.

 

"어린이는 철학이고 종교고 무슨 주의고 사상이고 다 모르지만, 어른들이 오랜 세월 애써 겨우

깨닫게 된 진리를 아주 단순하게 직감으로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이런 어린이는 숙제와 시험

공부에 매달려 있는 어린이가 아니고, 자연 속에서 뛰놀면서 살아가는 어린이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사실 도시 아이들이 쓴 글을 읽으면 대체로 재미가 없다. 날마다 하는 일이 똑같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언제나 짜여진 일과를 되풀이 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임자가 되어 그날 그날 할

것을 계획하고, 그 계획한 것을 실행하는 동안에 실패하기도 하고 잘 되기도 하는 괴로움과

기쁨을 맛보고, 실패하면 다시 또 궁리를 해서 잘하려고 애쓰는 생활, 곧 이러한 자기의 삶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삶을 빼앗겨 버렸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지금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을 박차기란 여간해서 쉬운 일이 아니

다. 머리는 하늘에 있지만 내가 서 있어야 하는 곳은 바로 여기이기 때문에, 이 책이 그리 와닿지

않았나 보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시 꺼내어 본 건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오던 선생이 말하는 글쓰기의 본질이 현실 속 내게 울림이 된다.

 

아름다운 문장이 현실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감탄스런 문장이 지금 당장 변화를 주지 않아도, 서서히 물들어가는 변화 또한 있는 것이다.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 돌멩이 하나가 호수에 떨어져 생기는 작은 동심원, 그 동심원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소리없이 조용하게, 주의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게, 그렇게.

 

글쓰기를 통해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되어가자. 삶을 가꾸어가자.

"훌륭한 시를 쓴다는 것은 훌륭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이라 한다. '훌륭'의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아보자. 스스로의 시선에서 자유롭다면 그것이 진정 '휼륭'의 기준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쓸 것이다.

 

 

읽은 날  2009. 7. 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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