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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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누군가가 읽어 온 책 이력은 그 사람의 성향, 취향, 이력까지 말해줄지 모른다. 그때 그때 관심사

이동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 동안 분야별 쌓인 책의 두께가 그를 대변해주지 않을까......

관심의 두께, 관심의 이동은 때로는 그의 욕망이며 때로는 결핍, 때로는 희망일 수 있다.

 

'나'를 구분지어 본다.

내가 아는 '나'와 사회적인 '나'로.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를 더 추가해야겠다. 블로거인 '나'로.

블로그의 '나'는 보여지고 싶은 부분, 말하고 싶은 부분으로 구성되 있다.

내가 아는 '나'는 순전히 주관적인 부분이고, 사회적인 '나'는 객관적인 부분인데 반해 블로거인

'나'는 주관과 객관이 묘하게 섞여 있다.

 

블로그가 블로거의 주체를 온전히 드러내진 않지만, 여러 블로그마다 분위기와 느낌은 블로거에

따라 절대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내 블로그에 대해 다른 분들이 가지는 느낌은 어떨까.

 

<삼성을 생각한다>는 책이 출간되고 한참 후에 읽었다.

읽지 않아도 읽은 느낌이 나기도 하고, 읽지 않아도 대충 내용을 알겠고, 그리고 아픈 환부를 마주

쳐야 하는 피곤함 때문이었다.

책 말고도 현실의 답답함은 늘상 접하는 일인데, 이것을 '책'으로까지 읽어야 하다니, 사실 피곤

한 부분이 있다.

(가끔 생각한다. 내 블로그가 '피곤'일지도 모른다고.)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답답하고 피곤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용철은 경제 민주주의가 지연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과 지식인의 무책임함 속에 '용기'

를 낸 자다. 경제라는 물신을 위해 모든 가치를 뒤로 미루는 우리네 정서 속에서 '은혜를 저버린

자'로 불릴 수 있고, 본인의 의도가 완전히 왜곡될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삼성을 얘기한다.

 

그가 말하는 삼성의 문제를 보자.

 

"이건희 씨 일가와 가신들이 국가적, 사회적 기능을 오도하고 있는 문제는 거대한 비자금을 조성

하고, 그 중 극히 일부를 국가, 사회의 각 분야에 던져주어 부패시킴으로써 공적 기능을 무력화

하고 나머지 비자금 대부분을 자신들의 영속불변의 부당한 권력체제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외 많은 삼성의 문제를 제기한 김용철과 천주교 사제단의 전종훈 신부, 함세웅 신부 등의 의도

와 다르게 삼성은 차명으로 숨겨뒀던 수조 원대 자금을 공식적인 재산으로 인정받게 됐고, 불법

으로 얼룩진 경영권 승계 문제도 깨끗해졌다.

그들의 의도, 바램과는 너무도 다른 결과를 맞게 된 것이다.

 

이것은 혼맥으로 촘촘히 얽힌 유력 정치인과 재벌, 언론사주 등 한국을 움직이는 자들의 힘이다.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사돈 사이인 그네들은 서로 보이지 않는 단단한 그물망을 가졌다. 그 그물

망의 이름이 '삼성 공화국'으로 불리기도 한다지.

 

그네들 말고 우리는 어떤가.

평범한 우리들까지 '마당발', '인맥'을 동경하게 된 원인은 허술한 사회안전망 탓이다. 개인 삶에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때문인데, 대개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유를 더 들어보면.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었거나, 병이 생겼을 때 누구나 차별 없이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면, 이런 문화가 생겨날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인맥 관리에

지나친 힘을 쏟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병역을 회피하고 세금을 탈루하는 나라가 튼튼한 안보를 유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모두 저절로 혼자 성공할 순 없다. 개인과 기업의 성공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

간접자본과 보이지 않는 이의 땀방울과 눈물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해서 그들이 일구어낸 부가 온전히 그들의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금도 삼성공화국에 치이고 있는 중소기업의 속앓이, 무노조 경영원칙에 휘둘리는 노동자가

여전히 많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나라의 재벌은 각종 특혜 속에서 자란 "너 하나만 잘 자라면 된다"며 키운

응석받이 아들이다.

 

김용철의 양심고백이 삼성공화국을 향한 바위 계란치기 일지라도, 비리를 세상에 알리는 일로서

의미가 있다.

지금 당장 무엇이 바뀌지 않더라도, 권력의 비리를 알리는 자들이 늘어단다면 그네들의 그물망이

비리를 덮어버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아무리 촘촘한 그물망이라 해도, 그 틈새가 있지 않은가.

 

그 틈새의 힘을 믿는다.

설령 내 블로그가 '피곤'이 될지라도.

 

 

읽은 날  2011. 3. 20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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