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이 책, <오래된 미래>는 <총, 균, 쇠>와 세트로 인식된다.

<총, 균, 쇠>에 따르면,  오래 전 비옥한 초승달지대의 지리적 잇점으로  획기적인 농경생활이 성

공했고, 이에 따라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시작됐다고 한다. 인구의 증가는 내부로만 향하던 시

선을 외부로 돌리게 했다.

인구가 증가한만큼 부족한 것을 메워야 하는 필요가 생겼다. 그리고 인구가 증가하면, 증가된 자

(토지, 노동력 등)을 독점하는 권력자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 권력욕 또한 외부를 향한다.

이러한 필요와 권력욕이 자신들의 주변부를 탐색하게 하고 차차 범위를 넓히게 했으리라.

애초에 '인구'가 증가하지 않던 시절에는 어땠을까?

이 책, <오래된 미래>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호지가 1975년 언어 연구를 위해 인도 북부 작은 

마을 라다크에 들어갔다가  빈약한 자원과 혹독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생태적 지혜를 통해 천년

이 넘도록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온 라다크가  서구식 개발 속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사회적으로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 역시 라다크에 머물면서 '규모'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규모든 인구

든, 우리네의 시골 마을을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적은 호젓한 시골 마을, 마을 사람들은 대개 옆집 대소사는 물론 숟가락, 젓가락 수까지

훤하다. 반면, 인구나 넘쳐나는 대도시는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

어 옆집 사람이 죽어가도 모를 수 있다.

 

이 차이는 아마도 대가족제도와 작은 규모의 공동체 생활일 것이다.  자녀를 키워보면,  대가족

제도의 장점을 넉넉히 느끼게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격함과 단호함으로 대한다. 우리아이들

이 종종 느낄 것 같은 답답함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넉넉한 품으로 자주 해소되곤 한다. 아이들

이 부모에게 통하지 않는 떼를 가끔 할머니한테 부릴 때마다 할머니가 말씀하시는데,

"에미하고 할미하고 같으니?"

이 말은 내가 들어도 절로 미소가 나는 말이다.

 

각자 사생활이 침범당할 것 같은 위치에 다닥다닥 이웃이 위치해 있다. 소통해야 하는 이웃수가

많고 어디까지 이웃으로 그어야할지 모르는 애매함 속에 피곤함이 자리잡는다.

애매함과 피곤함이 '작은 규모의 공동체 생활'로 위치가 바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의 말대로 대가족제도와 작은 규모의 공동체 생활이야말로 성숙하고 균형있는 인격이 만들어

지는데 훌륭한 기초를 형성하리라 생각한다.

대가족의 넉넉함과 공동체의 관심,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일수록 상황을 조절할 줄 알고 어떤 상

황에서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빈약한 자원과 혹독한 기후 속에도  대가족제도와 작은 규모의 공동체 생활로  사랑, 존중, 우정,

행복을 누리며 살았던 라다크에 어느 날 개발의 바람이 불어닥친다.  개발은 사람들에게 인위적

인 결핍감을 느끼게 했고 그 결과 구성원 사이의 경쟁의식은 더욱 커졌다.  사람들은  서구식 모

델을 표준으로 삼아 모든 행동과 사고를 그에 맞게 따르라는 압박을 받는다. 강요된 서구 이미지

를 추구함에 따라 자신의 고유문화와 뿌리를 부정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게 된

다.

 

600년이 넘도록 마찰 없이 공존해왔던 다수의 불교도와 소수의 이슬람교 사이에 갈등이 고조된

다.  서구식 경제개발 속에 두 집단은 싸움을 시작했고,  상대방 주택에 폭탄을 던지는 등 생명을

빼앗는 지경에 이르렀다.

산업화로 많은 사람들의 성향이 더욱 경쟁적이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감에 따라,

그런 성향들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 치부해버리는 태도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탐욕과 이기적인 모습은 인간의 본성이라기보다 산업화로 인해 사람이 소외된 현상인 것이다.

 

라다크에 불어닥쳤던 개발의 소용돌이가 가라앉고 지금은 '라다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 운동을 통해 라다크가 오래되었으나  우리의 '미래'가 되기를, 저자인 헬레나 호지와 함

께 희망해본다.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우리가 지금 시급히 해야 하는 일은 농업 자체에 그에 합당한 권위를 복원시킴으로써 앞서 언

한 추세를 반전시켜야 하는 것이고 또 농업을 정식 직업의 위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일이다.

수출을 위한 환금성 작물 재배 대신  지역 소비용 식량 생산의 비중이 증대되고  그렇게 생산된

물들이 정부지원하에  구축된 운송체계를 통해 원격지로부터 유입된 작물들과 경쟁하지 않아

되고, 또 대단위 농장이나 기업형 농경을 위한 자본집약적 농업설비 대신 지역의 조건에 맞는

규모 농업기술에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영세농의 수익에서  생태학적 측면에서 더욱

강한 재래식 영농 방법으로 이전된다면 농부들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인류가 오래 전 경작을 하며 정착했던 소박한 시대,  그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만 땅을 경작

하는 일에 합당한 권위를 복원시킨다면,  산업화로 훼손된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헬레네 호지의 대안을 보니 <88만원 세대>가 생각났다.

우리 사회의 현실인 88만원 세대를 위해 우석훈, 박권일이 제안한 것 중 '농업 공무원'이 있었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농업공무원의 일거리를 주어 농업을 정식 직업의 위상으로 끌어올린

면, 추세가 반전되고 지역 소비용 식량 생산이 증대되고...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화려한 스펙, 높은 눈높이와 진정한 땀의 가치...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의 오래된 과거를 미래로 끌어올리는 꿈을 가져보자.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라다크의 평화, 뿌리깊은 자기 존중, 사랑과 우정이 크게 와닿았다면, 우리는 충분히 꿈을 꾸고

실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읽은 날  2009. 8. 1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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