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
" '말썽이 생기는 건 질색이에요!' 내가 짜증으로 응수했다.
'말썽이 질색이라고!' 조르바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산다는 게 곧 말썽이오.' 내가 대꾸하지 않자 조르바가 계속했다.
'....죽으면 말썽이 없지. 산다는 것은...두목, 당신,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게 바로 삶이오!' "
말썽이 생기는 건 딱 질색인 사람과 산다는 게 곧 말썽이라고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
그래, 조르바는 '삶의 신비'를 즐기는 자다.
그의 삶의 신비 - 자유를 한번 보자.
"하지만 나는 도둑질도 해봤고 사람도 죽여 봤고 거짓말도 해봤고 계집질도 무더기로 데리고
자 본 사람. 계명이라는 계명은 깡그리 어긴 인간이랍니다. 계명이 몇 개더라? 10개? 20개?
40개, 100개? 백 개가 되어 봐야 내가 다 깨뜨렸을걸!"
실존인물 이야기인, 나름 유명한 책 <그리스인 조르바>를 2009년에 처음 읽었다.
그냥 그랬다. 왜 유명할까.
조르바, 그는 그리스인이랜다. 아마도 그리스, 라는 점이 중요한 거 같다. <프라하의 소녀시대>
의 리차가 그리워한 '깨질만큼 푸른 하늘'을 가진 그리스는 견딜 수 없는 햇살이 가득하다.
어쩔 수 없게 만드는 화창한 날씨의 연속, 그러다보니 그곳 사람들은 아등바등할 일이 적었을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생을 바칠 필요 없는, 먹고 즐기기 위한 삶, 바로 지중해 사람들이다.
그런 환경이 조르바를 만든 게 아닐까.
깨질듯 푸른 하늘과 풍부한 먹을 거리, 조르바는 팔짱 끼지 않고 인생의 강물에 풍덩 뛰어들어
삶을 즐겼다. 때로는 전쟁, 때로는 계집, 때로는 술, 때로는 산투르를 '살아 버렸'다. 그러니
소위 우리네의 '신비'따위인 펜대를 운전할 시간이 없었노라 말한다. 못할 것도 없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그러면서 말한다.
"펜대를 운전하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조르바가 '두목'이라 부르는 자에 내 모습이 투영된다.
말썽을 질색하고 펜대를 굴리느라 인생을 '살아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그리고 종내에는 조르바의 마음이 되기를 갈망한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마
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 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지입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
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나는 이렇게 생각합
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 자 속에도 하느님
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환경이 바뀌면 달라질까?
그리스의 쨍한 햇살도 어린시절을 지중해로 옮기는 것도 모두 어렵다.
내, 가 변해야 하지!
가능, 할까?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좋은 머리가 있으니까 잘은 해나가겠지요. 인간
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에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
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배우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아는 조르바가, 처음 만났을 때 그냥 그랬던 그가 말한다.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어쩌면 자신을 묶은 줄을 더 붙잡아 맬 지도 모른다고.
오우, 직관적으로 아는 그의 말, 이다.
오우, 어떻게 해야 하나!
읽은 날 2009.12.1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