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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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영화를(어린이 영화 외) 보는 일은 무척 소원한 일이다. 두 아이가 장성해 부모 외출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지금처럼 가끔 케이블영화 보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 덕에 이 책을 심심치않게 보게 됐다.

이 책은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 인정한 첫 번째 셜록 홈즈 소설이다. 그동안 '딕슨 카'나 '스티븐 킹'과 같은 유수의 작가들이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을 써서 코난 도일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를 했지만, 코난 도일재단에 의해 공식 셜록 홈즈 소설의 작가로 선정된 것은 아서 코난 도일 경 사후 81년 만에 앤터니 호로비츠가 처음이다.

그가 공식 <셜록 홈즈> 작가로 임명된 후 8년 동안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 집필을 거쳐 나온 작품인데, 원전 느낌을 살렸다는 호평만큼 영국의 베스트셀러를 석권했다.

 

그 동안 소설분야 독서는 베스트셀러 위주였다. 세간에 회자되는 작품을 챙기는 정도의 독서라 추리소설 역시 약하다. 읽은 추리소설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용의자 X의 헌신>이 전부이고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를 읽어본 적도 없지만, 그 책들과 격이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셜록 홈즈-실크 하우스의 비밀> 의 화자는 셜록 홈즈가 아니다. 그의 절친인 왓슨박사인데, 남의 말 하듯 툭툭 내뱉는(애정 듬뿍 담긴) 말투로 홈즈는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걸출한 명사로 그려진다. 홈즈는 절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예리한 시선을 뽐낸다.

 

“알겠습니다. 존슨 씨. 교육 문제는 말투를 들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리고 들어오면서 보니 플로베르가 조르주 상드에게 보낸 서간집을 원서로 읽고 계시더군요. 아이에게 그 정도 수준의 불어를 가르칠 수 있었다니 유복한 집안일 수밖에요. 피아노는 상당히 오랫동안 치셨죠?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일을 하고 있다니 엄청난 파국이 들이닥쳐 부와 명예를 순식간에 잃었다는 뜻이 되겠죠. 그 정도의 파국을 유발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 안 됩니다. 술, 마약, 그리고 투자 실패, 하지만 확률을 운운하고 손님을 비둘기에 빗대 말씀하셨죠. 비둘기는 초보 도박꾼을 가리킬 때 쓰이는 단어이니 그쪽 세계가 퍼뜩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보아하니 신경성 습관이 있으시더군요. 손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주사위 테이블을 연상시키는 부분이죠.”
“복역을 한 것은 어찌 아셨습니까?”
“일명 까까머리라고 하는 죄수형 헤어스타일을 하고 계시잖습니까. 자르고 나서 약 8주 정도 기른 듯하니 9월에 석방이 되었다느 뜻이죠. 피부색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이 유난히 따뜻하고 화창했는데, 그달에는 자유의 몸이었던 게 피부색을 통해 확연히 드러납니다. 양쪽 손목을 보면 수갑을 찼던 자국이 남아 있으니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반항을 했다는 뜻이죠. 전당포 주인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범죄가 장물 습득이고요. 이 가게로 말할 것 같으면 햇볕 때문에 빛이 바랜 쇼윈도의 책들이나 선반에 쌓인 먼지를 보면 장시간의 부재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시계를 비롯해서 먼지 없이 깨끗한 물건들도 많으니 최근 들어 장사가 잘돼서 그만큼 추가가 됐다는 뜻이겠죠.”


평범하게 보이는 짧은 순간에 발휘되는 날카로운 추리력은 독자를 매료시킨다. 위의 존슨을 만난 전당포 묘사 부분 또한 다른 추리소설(그래봐야 겨우 2권)과 다름을 각인시킨다.

 

"지키지 못한 약속과 깨져 버린 희망의 상징 전당포! 모든 계층과 직업과 사회적 위치가 그 지저분한 쇼윈도에 전시되고, 수많은 사람의 편린들이 나비처럼 핀에 박혀 있는 이곳. 파란색 바탕에 빨간 공 세 개가 그려진 나무간판이 녹슨 체인으로 연결돼 머리 위에 걸려 있는데, 이 안의 그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한 번 잃어버린 물건은 두 번 다시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라도 하는 양 바람이 불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 밑으로 '접시,보석, 옷, 모든 것을 담보로 돈을 빌려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과연 그런 것이, 알라딘이라도 동굴에서 이 많은 보물을 발견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석류석 브로치와 은시계, 사기 컵과 꽃병, 펜 꽂이, 티스푼, 책들이 태엽 달린 병정이나 박제한 어치처럼 이질적인 물건들과 선반 위에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끌과 톱을 팔아 주말에 마실 맥주와 소시지를 충당한 직공은 누구였을까? 엄마 아빠가 먹을거리를 마련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동안 일요일 예배용 원피스 없이 지내야 했던 아니는 누구였을까? 이 쇼윈도는 인간의 추락을 단순히 전시하는 수준을 넘어 찬양했다."

 

셜록홈즈는 우연히 실크 리본의 경고를 받고 사건을 추적한다. 사건에 대한 왓슨박사의 서문을 보면 "여기서 공개하려는 사건이 너무 잔인하고 충격적이라 출간할 수가 없었다. 집필이 끝나면 원고를 봉투에 넣어… 금고에 넣어 달라고 할 것이다. 향후 100년 동안 봉투를 개봉하면 안 된다는 지시 사항도 첨부할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관점에서 그린 셜록 홈즈의 마지막 초상을 유품으로 남긴다."
충격적인 사건인만큼 그가, 그들이 받을 위협과 협박이 짐작되고 남는다.
목숨을 건 추적은 홈즈의 책임감에서 시작되는데,

 

“내가 아무 생각이나 배려 없이 베이커 가 특공대를 동원하기는 했으니까. 그 아이들을 내 앞에 일렬로 세워놓고 한두푼씩 나누어 주면 재미있었거든. 하지만 장난삼아 아이들을 사지로 내몬 적은 없었네. 위긴스와 로스와 나머지 아이들은 내게 무의미한 존재였지. 그들을 길거리로 내몬 이 사회에서 무의미한 존재로 간주했던 것처럼. 이 끔찍한 사건이 나로 인해 벌어진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건만.
자네 아들이나 내 아들이었다면 그 어린 것을 컴컴한 호텔 밖에 세워 둘 생각이나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네. 그러려고 하다 목숨을 잃었고. 그것은 내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지.”

 

작가의 8년에 걸친 집필기간만큼 뭐하나 버릴 것 없이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와 호흡은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도 이러했을 거란 느낌을 갖게 한다. 코난 도일 재단의 평가가 그러하듯 이 책을 통해 81년만에 부활한 셜록 홈즈,를 만났다.

 


읽은 날  2012. 2. 9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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