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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ㅣ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학 오디세이 1, 진중권>
이 책 <미학 오디세이 1> 는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어 읽게 됐다. 진중권교수가 1994년에 '미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쉽게 소개하고자 쓴 책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다.
1편은 선사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풀고 있는데, 그 이야기가 어찌나 신비스러운지 남들에게 들킬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아무도 전해주지 않았던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남이 알아도 안되고 내가 안다는 사실을 들켜도 안되는 비밀, 구전을 통해 조심스럽게 전해져 오는 그 옛날 전설처럼.
까마득한 옛날 (구석기, 선사시대....재미없는 말로 불려졌을까 싶을) 주술이 예술이고 예술이 주술이던 시절이 있었다. 주술은 유일한 지식 체계이자 정보 저장과 전달의 수단이었다는데,
"…그들은 마음속 한구석에 어떤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 눈보라가 영원히 계속되는 게 아닐까, 태양이 저대로 영원히 식어버리는 게 아닐까, 이제 다신 푸른 들을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때문에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들은 사계절의 순조로운 운행을 위해 자연 현상을 주술로 재현했다. 먼저 자연의 생장력을 상징하는 사람을 뽑는다. 물론 젋고 건강해야 한다. 그는 사제이고 왕이고 주목의 정령이자, 무엇보다도 신이다.
신이 늙으면 – 신과 동침한 아내가 남편의 몸이 전과 다르다고 보고하는 날엔 즉시 그의 목을 베고, 젊고 튼튼한 사람을 새로이 신으로 선출했다. 그 시절엔 이렇게 인간이 신을 죽였다. 처음 신을 죽인 건 니체가 아니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제 그를 대신하여 다른 사람(가령 그의 아들)이 죽어간다...목숨을 내놓기 싫은 사제가, 자기 아들이 사실 자기랑 다를 바 없음을 사람들에게 증명하는 데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신이 살해되면, 그 시체를 뜯어먹는 게 당시의 관습이었다. 그들은 신의 육신을 먹으면 신의 영험함이 자신에게 옮아 온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신 또는 그 대리자의 목을 벤 날엔 흥겨운 축제가 벌어졌다. 디오니소스도 그렇게 뜯어 먹혔을 게다. 유럽에서 초봄에 행해지는 ‘카니발’ (글자 그대로 하면 인육을 먹는다는 뜻이다) 의 원형이 바로 이거다."
주술로 소망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달은 인간은 이제 신을 위대한 존재로 만들어, 이 위대한 존재의 권능에 매달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종교가 발생했고....이제 주술은 서서히 예술, 종교, 철학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상징 형식으로 나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대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결정적 역할을 발휘한다. 가령 신까지도 예술적 형상을 빌려 나타났던 고대 그리스와, 예술을 종교의 필요에 종속시키고 과학을 교회의 시녀로 만들었던 중세, 그리고 과학의 오만함이 극성을 부리는 우리 시대까지.
그 후 미학은 철학과 마찬가지로 플라톤 vs 아리스토텔레스 간의 대결이었다. 기독교적으로 해석된 플라톤주의가 몇 백 년동안 중세 미학의 골격을 이룬다. 피안의 세계, 감각세계의 '가상'을 포기하고 그 너머의 초월적 세계 드러내기....로 인물의 형태는 딱딱한 기하학적 형태를 띠게 되고, 그 결과 인물들은 저 하늘 위에 사는 사람들처럼 보이게 된다.
그 후 물질세계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면서 신이 창조한 세계에 깃든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즉 자연 그 자체에 신성이 깃들어져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플라톤주의는 감각세계의 '가상'을 포기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적으로 해석된 미학은 감각적인 자연의 묘사가 곧 신성의 묘사가 된 것이다.
제법 오래도록 미학은 두 거장의 대결로 보여진다. 생소한 미술, 예술, 미학....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도 그들의 본질을 두 거장의 대결로 통찰하며 본다면, 어느덧 미학이 친숙한 그림처럼 다가올지 모르겠다.

다시 읽은 날 2008. 9. 1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