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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과 제왕 - 국제 테러리즘의 역사와 실체
노암 촘스키 지음, 지소철 옮김 / 황소걸음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해적과 제왕, 노암 촘스키>
<라피끄>를 읽고 '도대체 왜 미국은 팔레스타인에서 이런 짓들을 벌이고 있는가'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은 <라피끄>에서 추천하는 책 중에서 그 답을 해주리라는 기대로 고르고 고른 책이다. 이 책 초판 서문에 인용된 이야기의 의미심장함으로 한층 기대감을 갖고 읽어 나갔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알렉산더 대왕 앞에 사로잡혀 온 한 해적에 관해 이야기해준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 해적에게 물었다. '넌 어찌하여 감히 바다를 어지럽히느뇨?' 그러자 그 해적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는 당신은 어찌하여 감히 온 세상을 어지럽히는 건가요? 전 그저 자그만 배 한 척으로 그 짓을 하기 때문에 도둑놈 소릴 듣는 것이고, 당신은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그 짓을 하기 때문에 제왕이라 불리는 것뿐이외다.”
그 해적의 대답은 '촌철살인'의 그것이었다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한다. "
노암 촘스키가 위의 인용을 빌어 얘기하고 있는 '제왕'은 미국이며, '해적'은 리비아처럼 미국의 악마 리스트에 오른 나라이다. 제왕에게 해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왕이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수용하도록 하는 고전적 수법인 '두려움을 유발'하기 위해서이다. 이 때 해적은 만만해야 하고, 손쉽게 증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가령 리비아처럼.
"리비아는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카다피는 손쉬운 증오의 대상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 반아랍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하고, 정치계와 말 잘하는 지식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거부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카다피는 추악하고 억압적인 사회를 창조했으며, 실제로 주로 자국민들에 대해 테러리즘을 저지른 죄가 있다. 따라서 리비아가 부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리비아는 힘이 약하고 방어 능력도 없으므로 무력이 잘 먹히며, 필요하다면 리비아인들을 살해하는 것쯤은 무난히 해낼 수 있다."
즉,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골려 먹을 수 있는 해적을 골라 그 해적을 방패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자가 바로 제왕인 것이다.
또한 제왕은 중요한 용어들이 본래의 의미와는 동떨어진 전문적(특수한) 의미를 갖도록 적절한 형태의 뉴스픽을 고안한다. 이것은 '합의의 조작' 혹은 '역사의 공작'이라 불려지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북베트남의 침공을 미국은 이렇게 부른다. '국제법 상 무장 공격에 대항한 전면적 자기 방어', 그럴싸 하지 않은가?
"우연히 그리고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전쟁의 희생인 오폭에 의한 부수적 피해 '무고한 희생'을 보도하는 것은 용납되지만,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죽을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의식적이며 고의적으로 살해된다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 계획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더 심각한 도덕적 타락이다."
쉽게 말해,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공격은 전면적 자기 방어이고 남이 하는 공격은 테러인 것이다.
노암 촘스키가 말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야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1967년 이스라엘의 군사적 승리 이후 극적으로 진전되었다. 그 지역과 관련되면 언제나 그렇듯이, 그 이면에는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그 지역의 엄청난 에너지 자원이 놓여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닌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범세계적 시스템을 조직하려는 신중하고도 정교한 계획에 착수했다. 그 계획에는 그 이전까지 프랑스, 영국과 공유했던 그 지역의 석유 자원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프랑스는 제거되었고, 영국도, 한 영국 외무성 관리의 처량한 애기처럼 점차 '미약한 협력자'로 전락해갔다."
이 책 <해적과 제왕>의 역자 지소철은 말한다.
"이제까지 소개된 촘스키의 책들에 실린 내용이 거의 모두 이 한권에서 다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촘스키의 글쓰기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또 원서는 미국의 지식인을 독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가능한 한 쉬운 말로 옮기고자 했고…"
그러나, 난 이 책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
제왕이 원하는 형태의 뉴스픽, 합의의 조작, 역사의 공작 이야기가 무한 반복 됐고 내가 알고자 한 미국과 팔레스타인 이야기는 너무 간단했으며, 문장은 쉬 읽혀지지 않았다. 저자의 문제인가? 역자의 문제인가?
앞으로 노암 촘스키 책은 읽지 말아야지 하던 차에, 그의 이력을 알게 됐다.
"요즘 들어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가 국내 언론(주로 신문)에 자주 등장한다. 물론 이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촘스키는 '살아 있는 전설'이기 때문이다. 변형생성문법을 창안해낸 그는 현대 언어학의 태두로 통한다. '사회학에서 마르크스가 또 인류학에서 레비스트로스가 차지하는 위치를 촘스키는 언어학에서 차지하고 있다.'(기 소르망). 여기에 촘스키는 생존 인물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이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통틀어서도 여덟 번재로 많이 인용된다."
<책으로 읽는 사상가들, 최성일>
음음음.... 이렇게 유명한 분이셨군. 내가 문제인가? 그들 혹은 그의 문제인가?
어려운 길을 돌고 돌아 노암 촘스키가 말한다.
"지금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위험성이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이다. 전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상이 현재의 경향이 지속될 경우 일어날 수 있다고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 전망의 일부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야 할 이유는 없다. 희소식은 현재의 권력 시스템이 무너지기 쉽다는 점이며, 그들도 그 점을 알고 있다. 현재 조성된 기회의 창을 악용해 잔인하고도 퇴행적인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전례 없이 특별하고도 매우 고무적인 모습으로 세계 전역에서 일고 있는 대규모 대중운동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시도들에 굴복한 이유는 없다. 아니, 모든 이유들로 볼 때 그러지 말아야 한다. 많은 선택과 대안들이 가능하다. 항상 그렇듯이, 필요한 것은 그런 선택과 대안들을 추구하려는 의지와 헌신이다."
옳은 말이지만, 독서에 지친 나는 그저 한숨 내쉰다.
그래도 '노암 촘스키'의 책을 처음 읽어보지 않았는가!
애써 달랜다.

읽은 날 2011. 7. 1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