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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갑자기 2009년 여름 사건이 생각났다. 그 힘든 일에서 벗어나게 해준 이 책이 생각나 예전 자료를 찾아보니, 그 사건과 이 책은 무관했다. 어쩜 이리도 몹쓸 기억력을 가졌을까! 그래도 자료 찾은 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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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니.
어쩜 이렇게 소녀적 감성을 톡 건드리는 제목이니.
어제 OOO 경위서를 대충 끝내고 나니 밤 10시더구나. (녹취를 듣고 경위서를 시작한게 8시 전이니 그리 오래 걸린 것도 아니지만)
수위가 돌아다니며 각 층에 사람 없는 곳의 불이란 불은 다 끄고 야간근무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가고 넓은 13층에 스탠드마냥 내 자리만 훤한 것이... 그것도 고작 경위서를 쓰느라, 그렇게 나를 괴롭히고도 모자라...그럼 괴롭히질 말던가. 민원을 내지 말던가.
그러고 퇴근하는 내 기분은 꿀꿀함 그 자체였어.
중반까지 어느 정도 지루하다가 새로운 인물 등장이후로 흥미진진해진, 페이지수가 얼마 안남은 [고슴도치의 우아함] 을 다 읽고 나니 2시더라.
안 그래도 우울한, 심연의 바닥에 있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까지 맞고나서, 흑흑 울었어.
나의 감정과 처지,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오늘 아침.
그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책 화일을 다시 작성하면서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내 50권 명단에 올렸지.
무언가 해볼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물질세계에서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정신세계에서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세삼 알게됐어.
심신이 지친 나를 추스릴 시간이 왔음을 느낀거지.
아니 추스리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어.
중요하나 아주 작은 변화를. 방심하면 다시 날아가버릴지도 모를 이 변화를. 나의 책 동지에게 알리고 싶어서.
같이 크라제버거를 먹던 그 순간이 말이야, 다시 그리워졌단 애기지.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
주말이 지나고 나면 잊을 건 잊혀지고 새로울 건 더 새로와지니.
그제 주문한 (이런, 아직도 도착을 안 했어!) 새로운 책을 기다리는 마음을 안고.
다시 성실해질 나에게 미소를 보내며.
Written 2009.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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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르네'의 죽음 덕에 난, 감정의 가속페달을 밟아 바닥 끝을 맛 본 뒤 다시 힘차게 올랐다.

읽은 날 2009. 5. 1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