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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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유일하게 남은 각국의 공산주의 당의 상설 국제교류기관('평화와 사회주의 제문제' 이름의 잡지)이 체코로 옮겨짐에 따라 각 국가의 공산주의당 편집자 대표와 그의 가족들이 체코로 같이 온다. 그리고 그 자녀들이 체코의 [소비에트]학교를 다니게 되는데, 이 책의 작가도 그 중 한명이다.


드문 조합이다. 지금까지 존재가 있을까 싶은 '제3인터네셔널', 각 국가의 공산주의 당에서 편집자 대표로 파견할 만큼 핵심간부 그리고 그들의 자녀, 그 자녀들은  50여개국 나라에서 온 만큼 그야말로 글로벌하고 소수정예 느낌 (13세 기준으로 한반에 20여명 정도라니), 그 편집국은 프라하 교외 숲 속 호반에 직원 휴양소까지 있고 신청만 하면 편집국이 왕복 버스까지 제공하는, 인민의 평등과 자유를 위한 공산주의 당이라지만 보이지 않는 특권층 의식, 그 와중 소련과 중국 공산당의 패권싸움, 소련의 체코 침공 - '프라하의 봄'으로 대표되는 소비에트 연합간의 분열...그 시대를, 그 곳에서 겪은 소녀 3명의 이야기이다.

 

“그럼 리차, 네 몸무게는 몇 킬로그램이니?”
“어머, 그런 걸 모두 앞에서 말하라구요?”
“45킬로그램. 그럼 나누기 쉽게 46킬로그램으로 하지.”
“싫어요. 정말 싫어요. 왜 늘리세요?”
“리차, 똑같이 한쪽 다리로 섰는데 왜 닭의 몸무게만 반이 되는 걸까?”
“선생님, 너무해요. 너무하세요.
  전 사람이에요. 닭하고 같이 취급하지 마세요!”

 

이렇게 엉뚱하고 귀여운 리차가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여의사가 된 것,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빨아널은 냅킨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파란 하늘이 짱하는 조국 그리스에 막상 가본 후 '결국 유럽 문명에서 태어나 자란 인간'임을 깨닫고 독일에서 일상의 의사로 살아가는 리차는 미소를 안겨주었고,

 

조국 - 유고슬라비아가 '사회주의의 탈을 쓴 자본주의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탓에 소비에트 학교에서 그녀와 동생을 둘러싼 동심원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던 야스카.
전쟁이 나기 전 한번도 본인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자각해본 적 없었는데, 전쟁이 모든 인간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고 (각종 내전...)
보스니아의 마지막 대통령이 그녀의 아버지였던 야스카.
"마리, 나 말야, 공기가 되고 싶어.”
...............정말 짠했다.

 

단숨에 읽어내게끔 만드는 가독성과 매력만점인 이 책에서 제일 시선을 잡아끈 것은 아냐였다.
그녀의 엄마는 24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을 가진 집이 좁다며, 인도의 집은 정원이 숲이었고 호수가 있고 폭포까지 있었다, 중국의 집은 가운데 정원을 두고 방이 많았는데 세어보지 않았을 정도로 방이 많았다는 특권층 중의 특권층.
특권층의 자제인 아냐의 소녀시절 애국심은 가히 하늘을 찔렀다. 대개 망명자 자녀들은 평균치 보다 꽤 높은 애국심을 가지고 있어 자기 나라 자랑을 떠벌리는 것을 너그럽게 들어주었는데, 아냐의 야단스런 나라 자랑 연출에는 그 누구도 짜증날 만했다. 큰 나라보다 작은 나라, 강한 나라보다 약한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강하다는 것, 고국이 불행하면 할수록 망향의 한은 더욱 커진다고.
그녀의 고국은 '루마니아'였다.

 

세월이 지나 그녀들이 성인이 됐을 때 아냐의 오빠는 고국의 동포와 내 주위 사람들은 가난에 허덕이는데 그.런.집.에서 살 수 없다며 가족과 결별을 하고, 아냐는 이렇게 말하는 여자가 되어 마리(이 책의 저자)와 재회한다.

 

“루마니아인들의 참상에 마음 아프지 않아?”
“그야 마음 아프지. 아프리카에도 아시아에도 남미에도 이보다 훨씬 심한 곳이 많아.”
“하지만 루마니아는 네가 자란 곳이쟎아.”
“그런 좁은 민족주의가 세계를 불행하게 하잖아.”

 

같은 부모, 같은 환경에서 자란 누구는 각성을 하고, 누구는 그냥 그렇게 네가 가난한 건 네탓이라며 심드렁해한다.
어떻게 이런걸까?
타고난 성향은 어떻게 해야 바뀌는 걸까? 바뀌기는 할까? 경험 상 90%이상은 안 바뀌는 것 같은데.
바뀌려면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마치 병아리가 자신의 전부인 알껍질을 깨듯.
그 각성의 필요와 계기는 각자에게 달려있을 텐데, 그것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저절로? 그냥? 운?
진보와 개선의 인자를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 무엇이 그것을 가지게 하고 안 가지게 하는가?
질문을 가졌으니 언젠간 답도 얻겠지....싶다.

 

 

 

읽은 날 : 2011. 12. 1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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