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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불과 얼마전만 해도 '도가니'하면 '도가니탕'이 제일 먼저 생각났는데, 2011년 가을 지금은 영화 [도가니]가 제일 이슈다. 개봉 2주만에 300만을 돌파하고, 많은 사람 가슴에 '정의'의 작은 불씨를 퍼트리고 있으니 말이다.
배우 공유가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고 영화화를 생각했다는데, 참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언뜻 보면 이러한 주제는 흥행으로 연결되기 어려운데, 영화관계자들이 선뜻 영화제작을 하겠다 했을까?
배우 공유는 영화배우보다 TV 탤런트 이미지가 더 강한데, 어떤 부분이 어필 됐을까?
배우 공유가 그런 생각을 한 건 사실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더 많이 강조, 활용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과 순간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자연스레 궁금증이 생긴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사실은 이렇다 한다.
이 작품은 공유가 병장 진급 기념으로 받은 원작을 읽고 '욱'해서 혈기와 의욕으로 영화화가 시작됐다. 공유의 요청으로 그의 소속사가 판권 구입 등 영화화의 현실적 가능성을 타진했고, 제작사까지 정해졌지만 메이저급 투자사들이 투자를 꺼려 결국 공유의 소속사가 공동 제작사로 나서게 됐다. 영화 제작 보고회에 기자가 거의 오지 않을 만큼 냉소적이었지만, 언론 시사회에서 분위기가 반전된 후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흥행과 함께 실제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에 들끓고 있다. 영화 제목인 '도가니'처럼 스크린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 어려운 와중에도 한 편의 영화가 나오게 한 힘은 과연 무엇일까? 배우와 제작사의 힘도 컸을 것이고 보이지 않는 여러 힘도 십시일반 했을터이지.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어렵게(?) 제작된 영화가 흥행도 성공하고 사회적 반향도 많다니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몇 리뷰를 읽어보니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영화의 힘 덕분인 듯 싶다. 감정에 부러 호소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만든 황동혁 감독의 힘.
아무래도 활자보다 영화가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사람 감각수용기의 70%가 눈에 있다는 과학적인 이유, 독서보다 덜한 노동의 강도 기타 등등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2009.12월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 TV 어느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싶다? 추적60분?)에서 시골 작은 마을에서 이장(?)이 장애우를 공공연히 성폭행하는 걸 본 적이 있어, 굳이 이 책을 안 읽으려 했으나 동료의 적극추천, 어떤 부채의식이 뒤엉켜 읽었었다.
이 책의 사건 후에도 분명 기사가 나갔을 터인데, 왜 지금 이슈가 되는 걸까? 그 동안 응축된 사람들의 생각이 이 영화를 계기로 분출되는 거라고 할 수 밖에.
우리 일상엔 ‘도가니’말고도 가진 자의 폭력이 너무 많다. 국가발전 시기를 누린 기성세대가 88만원 세대현실을 모르는 척 하는 것, 대기업이 영세서민 밥그릇 빼앗기(기업형 슈퍼마켓, 불발이지만 통큰치킨 등등), 외국인근로자의 현실, 직장내 고용주의 횡포, 멀게는 축구공 하나, 다이아몬드, 커피 한잔 등등에 숨은 어린이들의 열악하나환경의 노동, 감히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나 또한 부지불식간에 가진 자의 횡포를 부리고 있을 것이다. 10여년(?)전쯤 회사에 비정규직이 등장하고 그들 연봉이 적음에 놀란 후, 모든 직원의 월급을 차별없이 준다면 내 월급의 감소를 감내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정말 공명하다는 전제만 있다면 생각해 본 적 있었는데, 사실 그것도 현실가능성이 적어 그리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후 10여년이 흐른 지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잊은 채 비정규직 현실이 원래 그러한 양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도 시대가 변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그 중의 하나는 인식의 준비 (대한민국2, 박노자)’ 일 것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의미있는 것이길 바라며.
회사에서 단체로 보러 가기 전에는 브라운관으로 보기 힘든 처지이나 정말 이 영화가 잘 되기를 응원한다.
유난히 상복 없던 공지영 작가의 2011 이상문학상 대상수상, 도가니 흥행 원작자...일이 잘 되어가는 그에게도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읽은 날 : 2009. 12. 15. by 책과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