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미드나잇'
(Round Midnight)

감독 : Bertrand Tavernier
출연 : 덱스터 고든, 허비 행콕, 마틴 스코어시지(!)


 

 

 

 

 

 

 

 

 

 

 

 

bud powell에 미쳐 파리의 재즈 클럽 바깥에서 그의 공연을 몰래 듣곤 했다던 한 프랑스의 재즈광 이야기에서 착안하여 감독이 만든 어떤 재즈 뮤지션과 파리의 가난한 화가이자 재즈광과의 교류를 그린, 또는 어떤 불세출의 재즈 뮤지션의 삶의 한 풍경을 그린, 또는 감독이 모던 재즈에게 바치는 오마쥬, 이도저도 아니면 재즈를 소재로 헐리우드 제작 시스템내에서 적당히 타협도 하면서 만든 그냥 그런 음악영화.

버드 파웰은 1940년대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등과 함께 비밥의 개척자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재즈의 역사에서 비밥의 등장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비밥이 등장한 이후 재즈는 더 이상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여흥을 돋우기 위해서 연주되던 딴따라 음악일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일컬어 모던재즈의 도래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자본주의가 낳은 시장바닥에서 나고 자란 음악으로서 그 시장이 지워준 무게를 떨쳐내고 ‘벽’을 넘은 것은 내가 여지껏 들어본 음악 중 재즈 밖에 없다. 내게는 그렇다. 그리고 ‘비밥의 출현’이란 재즈가 벽을 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Round Midnight : 모던재즈시대를 풍미한 怪 피아니스트 Thelonious Monk가 작곡한 아주 유명한 재즈 발라드 넘버. 매우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하였다.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등등...

늙은 테너 색소폰 연주자 데일 터너(덱스터 고든), 그는 알콜 중독이며 이미 술 때문에 몸이 상당히 망가진 상태다. 그는 홀연히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파리의 재즈 클럽 ‘블루 노트’에서 허비 행콕(극중이름 모르겠음)의 밴드와 함께 연주한다. 그가 파리에서 처음 연주하는 날 바깥에는 촉촉이 비가 내리고, 그리고 클럽 블루 노트 바깥에서는 비를 쫄딱 맞으며, 어정쩡하게 닫힌 클럽의 낮은 창에 등을 구부리고 공연을 듣고 있는 한 사내가 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은 터너에게 맥주를 사준 것이 계기가 되어 가까워진 이 프랑스 사내와, 영화가 만들어 낸 테너의 거장 데일 터너와의 이야기를 연대기처럼 그려나간다.

덱스터 고든은 60년대에 크게 활약한 유명 색소폰 주자이다.

그리고 주지하시다시피 허비 행콕은 5~60년대 소위 황금기 이후를 이어간 피아니스트이다. 케이스 쟈렛이나 칙 코리아 등은 그와 동시대에 활약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다.

단 이 영화에서 그려진 재즈에는 위에서 말한 ‘벽을 넘어선 재즈’의 굉장함이 없다. 아마도 영화제작과정에서 영화사측 인사 및 제작자와 회의를 너무 많이 한 탓이리라. 아마 영화를 만들어 놓고 감독은 내심 많은 아쉬움을 남겼겠지 싶었다.

나는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재즈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실망을, 재즈를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실망을, 그리고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재즈에 대한 오해와 졸림을 선사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영화라고 보면서 느꼈다.

이 영화는 DVD로 봤는데, 인터넷을 뒤지다 이 영화가 워너에서 ‘워너 재즈 박스세트’라는 이름으로 이 영화사에서 만든 재즈영화 세편을 묶은 박스세트로 나왔음을 알았다. 이 영화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Bird’, 유명한 몽크의 다큐멘터리 영화 ‘Straight No Chaser’가 한데 묶여 있다. ‘Bird’는 찰리 파커의 이야기를 이스트우드가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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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 볼륨1(Kill Bll vol.1)

감독 : 퀜틴 타란티노
출연 : 우마 서먼, 루시 리우, 대릴 한나
(2003년)



 

 

 

 

액션영화의 클리셰.
그것은 악당과 주인공의 대결에서 반드시 주인공이 이긴다는 것이다.
둘째 악당:주인공의 유효타격 비율은 6:4~7:3정도라는 것이다. 즉
주인공이 악당보다 더 많이 얻어 터지고 약간은 위기도 맞이함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결국에는 힘든 결투를
승리한다는 공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영화속에서 무수히 반복되고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 진부한 표현양식이 되어버리고 난 후 그 누구도
악당에게 얻어터지고 결정적인 위기상황을 맞이하는 주인공을 보며
손에 땀을 쥐지 않는다. 결과가 뻔한 것이다.

스티븐 시걸의 미덕.
그의 영화는 솔직히 톡 까놓고 얘기하자 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어차피 주인공이 이길 게 뻔한 건, 너(보는 놈)나 나(만드는 놈)나 서로 뻔히 알고 있는
건데, 지루하고 따분한 주인공이 쥐어 터지는 연출이 뭐가 필요하냐.
그러느니 그 아까운 시간에 어차피 이길 게 뻔한 주인공이 얼마나 화려하게
악당을 쥐어 패는지를 보여주자는 발상. 이건 대단한 창조성이라고 나는 멋대로 생각한다.


영화 시작전 나오는 홍콩 쇼브라더스 로고 및 ‘이 영화를 후카사쿠 긴지 감독에게
헌정한다’고 하는 감독의 커멘트. 이들로 미루어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아시아 폭력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알 수 있다.


 

 

 

 

 

 

타란티노 그가 확실히 아시아의 다양한 폭력영화를 많이 본 건 사실인 것같다.
영화 여기저기서 다종다양의 아시아표 폭력영화에 대한 오마쥬를 그는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유혈이 난자한 1대집단의 대난투극. 객잔에서의 대결.
일본도를 향한 카메라의 그 엄정하면서도 관능적인 시선 등). 그러나, 그가 제대로
된 스타일리스트로 서고자 한다면, 폭력을 그림으로 해서 자신의 미학이라는 걸
추구한다면, 최소한 스티븐 시걸과 같은 '참신함'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영화 킬빌의 결투장면 전개는 확실히 대단히 진부하다.
디스코장을 겸한 일본풍 '객잔'의 결투장면에서조차 주인공은 똘마니들은
허벌나게 쥐어 패면서, 얼굴에 가면 쓴 루시 리우의 왕똘마니에게만은
철저하게 위의 6:4 or 7:3 법칙에 따른 결투를 벌인다. 이건 너무나 작위적이며
자연스럽지 못하며, 게다가 이 영화가 초두에서 보여준 스산함에 대한 도발적
기대를 저버린다. 무론 스티븐 시걸식의 결투전개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타란티노 지가 악동이고 잘난놈이면 잘난놈 답게 진부한 클리셰에 통쾌하게
한방 먹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마도 내가 여지껏 본 영화중 가장 잔인한 영화였다.
잔인함의 수준은 액션영화의 경계를 넘어 거의 하드코어 호러영화의 수준
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끔찍스러움은 있었을
망정, 80년대 중반 오우삼이 보여준(아마도 그가 장철로부터 물려받은 것일 것인)
그 시뻘건, 피비린내나며, 스산하며, 처절하리만치 비장한 말로 잘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장면을 통해서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가.

추신 : 이 영화를 본 건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개봉되기  일본에서였고, 영화의 잔인성 때문에 소위 객잔의 결투장면은 일본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화면을 흑백처리해서 상영하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심의 때문에 몇장면 잘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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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리 린든'(Barry Lyndon)

감독 : 스탠리 큐브릭

출연 : 라이언 오닐, 마리사 베렌슨

1975년도

 


 

 

 

 

 

 

 

 

 

 

 

 

 

 

 

 

 

 

 

 

 

 

 

 

 

 

 

 

 

 

 

 

 

 

스탠리 큐브릭의 모든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현재 스코어 나의 큐브릭 영화 베스트 3를 꼽으라면 '시계태엽 오렌지', 풀메탈 자켓(고개를 갸우뚱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이 영화 마지막 장면의 '미키마우스 노래' 중창과 주인공의 내러티브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의 마지막 장면과 아울러 큐브릭이 보여준 냉소 미학의 극치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꼽고 싶다.


18세기인가 19세기인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하긴 그까짓 연대기적 수치 따위 여기서 기억해서 뭣하겠는가만은 하여간 한때 유럽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피카레스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서사방법은 그 어떤 영화와도 다르게 매우 독특하다. 마치 영화로 만든 한편의 그림책, 또는 칼라로 그려진 삽화가 많이 들어간 이야기책과도 같다.


 


 

 

 

 

 

 

 

 

 

 

 

 

 

 

이야기 서술에서 나레이션이 차지하는 커다란 비중. 이에 곁들여서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배우들의 연기장면, 아울러 정지화(=삽화)를 연상하고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 화면구도와 미장센. 거꾸로 가는 클로즈업(이걸 영화 전문용어로 뭐라하나)을 통하여 강조되는 회화적 구도의 칼라풀한 풍경 등등


실내촬영시 카를 짜이츠에서 특별제작한 렌즈를 사용, 전혀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은 이른바 '촛불조명'으로도 유명하다.


 

 


 

 

 

 

 

 

결투에서 시작되어 또한번의 결투로 결말지어지는 이 한 사내의 (전혀 사실성 내지는 진실성, 그리고 드라마에 대한 시리어스한 접근이라고는 없는)파란만장한 인생을 영국의 정원문화가 한창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와는 다른 방법으로 매우 유려하게 그리고 있다. 더구나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내의 파천황 인생을 그리는 큐브릭의 방법은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고 독특하다.


요즘이야 오닐하면 누구나 샤킬 오닐을 떠올리겠지만, 라이언이라는 이가 오닐 성을 대표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미 지금은 대학생들의 학부형이 되어버린 세대들이 대학생이었던 시절, '러브 스토리'라는 유치한 삼류급 최루성 드라마와 당시 젊은이들의 미국(상류 백인문화)에 대한 맹목적 동경을 무지하게 자극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그. 이 영화에서 별 볼일 없는 배우라도 감독의 지시에만 잘 따르면 얼마든지 인상깊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잘 보여주었다. 이에 비하면 'Gangs of the New York'의 재능있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의 지리멸렬한 모습은 이와는 정반대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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