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누군가 달려들어 뺨을 할퀴는 꿈에 깜짝 놀라 깨어 앉았다. 앉은 김에 E=mc2를 읽는데 넘 재밌어서 점점 말똥말똥해졌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이 책을 꺼내들었는데 거침없이 성기 이름을 날리는 말초 신경 자극 효과인지 정신은 점점 더 맑아졌다. 네 시쯤 잠을 다시 청했지만 한 번 달아난 잠은 쉬이 돌아오지 않았다. 여섯 시 쯤 아침에 먹을 무국을 끓이기도 하면서 결국 다 읽었다. 얇은 책이니 다섯 시간 만에 독파가 그리 큰 일은 아닐 것이다.
딱히 너무 재미 있어서 밤새 읽은 것도 아니고 약간은 징글징글해 하며 읽었는데 그리 되어버렸다.
예순다섯 방탕한 노인네 케페시와 그가 빠져들었던 빛나는 젊은 아가씨 콘수엘라. 그리고 그녀의 한없이 빛나던 육신에 병마가 깃들자 생겨나는 정열과 욕망, 인생에 대한 상념. 처음부터 끝까지 독백투의 이 책은 오히려 큰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 죽어가는 짐승은 주인공인 노인네이기도 하고 큰 병을 얻은 젊은 여자이기도 하겠지. 다가오는 죽음 앞에 겸손해지면서도 결코 아무것도 그것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것이 인간이리라.

두 폭의 누드화로 기억될 작품. 하나는 모딜리아니의, 또 한 폭은 스탠리 스펜서의.

그나저나 옮긴이가 번역한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 가는 배에 올라.

뭔 뜻인지 잘 모르겠다.
슬슬 잠이 오며 멍해진 머리 때문일까?

재독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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