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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문학동네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새 소설집이 나왔다.
박완서 작가님이 작고하신 지 15년이 되었으니
새 소설집이라는 말이 좀 어색하긴 하다.
<쥬디할머니>는
박완서 작가님 타계 15주기를 맞아
31명의 한국 대표 소설가에게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에 수록된
총 97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각각 2~3편씩 추천받아
10편을 추린 것을 모아 낸 책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박완서 작가님 단편소설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정수라고 할 만 하다.
부끄럽게도, 박완서 작가님 책은
많이 못 읽었다.
읽었어도 옛날에 읽어서
잘 기억이 안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10편의 단편소설도 모두
이번에 처음 읽은 것 같다.

단편소설집 <쥬디할머니>에는
표제작인 '쥬디할머니'를 비롯하여
'애보기가 쉽다고?', '공항에서 만난 사람',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재이산', '해산바가지',
'나의 가종 나종 지니인 것',
'부처님 근처', '도둑맞은 가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등 10편이 실려있다.
주로 1970년대~1980년대에 발표한 작품이다.
육이오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야기,
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들 이야기,
혈육을 버리고도 고상한 척 하는
중산층의 역겨운 위선과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겪어야 하는 수난들,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애를 써야 하는 치욕적인 가난,
자식 잃은 부모의 애끓는 마음...
각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아픈 장면들을
온 몸으로 뚫고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들의 끓는 분노가,
한없이 깊은 슬픔이,
자조와 냉소가
내 마음 속에 반향을 일으키며
휘몰아쳤다.
읽으면서 소설 속 세월을
고스란히 살아냈을
우리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쓰린 세월을
엄마는 무엇으로 살아냈을까?
버텨냈을까?
문득 남자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궁금해졌다.
그들도 다 읽고
엄마가 그리워졌을까.

책을 덮으며
시대정신을 진하게 포착해 낸
우리시대 거장 박완서 작가님 또한
못내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