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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새해 첫날 하룻만에 다 읽어버린 책,
온다 리쿠 작가의 괴담 연작소설집
<커피 괴담>.

워낙 크기가 아담한 책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미스터리함과
오싹한 공포,
배경의 레트로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기 떄문이다.
온다 리쿠 작가의 책은 예전부터 좋아했다.
데뷔작인 <여섯번째 사요코>로부터,
<밤의 피크닉>이나 <삼월의 붉은 구렁을> 등
현실과 환상이 교묘히 갈마드는
그녀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었다.
워낙 다작인 작가라 그녀의 책을
다 읽었다고는 못해도
꽤 많이 읽은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새로운 연작소설집
<커피괴담>이 리뷰어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열심히 손을 들었다.
pick me! pick me!!!!!!
읽었던 소설 중 가장 무서운 소설 중 하나가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다.
온가족 독살사건을 배경으로 한 책이니
그 분위기는 짐작이 가리라.
오래 전에 읽어
책 내용은 자세히 생각나지 않지만
그 꺼림칙한 공포는 아직도
내 피부 어딘가에 들러붙어 있는 것 같다.
이 책 <커피괴담>에는 그 책처럼
주위의 공기마저 냉각되는 듯한
섬뜩한 공포는 없다.
대신 어딘가 묘한 위화감에
머리카락이 쭈뼛해 지고,
으스스하고 오싹한 분위기가
읽는 내내 주위를 맴돈다.

이야기는 통으로 주욱 이어지지도 않는다.
여섯 편의 연작 소설은
남성인 네 친구가
교토에서 요코하마, 도쿄, 고베, 오사카,
그리고 다시 교토의
유명한 옛 찻집을 돌며
괴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 친구는
대형 뮤직 레이블의 프로듀서 쓰카자키 다몬,
작곡가 겸 스튜디오 뮤지션 오노에,
검사 구로다, 의사 미즈시마.
대단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사실은 내가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는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하며 기묘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다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무서움 또는 공포를
느끼는 순간, 그 이유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재미(?)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나는 민속촌 귀신의 집에도
동생 등에 붙어 겨우 들어가고,
공포 VR 게임은
몇 번의 시도에도
중도에 포기하며,
악몽도 자주 꾸는 쫄보다.
그런데도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나는 왜 그럴까.
잘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었는데
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조금 납득이 간다.

특히 괴담을 서로 이야기하는 즐거움.
묘한 일체감.
왠지모르게 뒤가 캥기는
길티 플레저. ㅎㅎ
"다몬, 역시 너는 이따금 무서운 말을 해. 잠깐 다른 세계에 한 발을 들여놓는달까."
다몬은 심드렁하게 혼잣말처럼 말을 잇는다.
"초빙한다.......확실히 괴담에는 그런 점이 있어. 혼자서는 할 수 없고, 괴담을 주고받는 장소에는 무언가가 끌려오게 되지. '햐쿠모노가타리'는 바로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거고."
"그럼, 지금 우리도 무언가를 초빙하고 있는 건가?" (182쪽)
<커피괴담> 맨 뒤에 있는
저자 온다 리쿠의 '덧붙이는 말'을 보다
다시 오싹함을 느꼈다.
책에 나온 이야기가 거의 다 실화라니!
거의 다 직접 겪거나, 들은 이야기라니!
그리고 책에 나온 찻집 혹은 카페도
대부분 실존하는 장소라고 한다.
그 중 몇은 현재 없어진 곳도 있지만.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전엔
'맛있는 커피는 밖에서 마신다'는
주의였기 때문에
찻집 순례가 취미였다고 한다.
오호라 그래서 이렇게 장소 묘사가
매력적이고 생생하구나.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스탤지어'가
오래된 도시의 전통있는 찻집 묘사에서
멋지게 살아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쓰카자키 다몬은
온다리쿠의 전작 <달의 뒷면>과 <불연속 세계>에도
등장한다고 한다.
(<달의 뒷면>은 읽은 것 같은데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네^^;;;;)
이 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친구들이 기차를 타고 다카마쓰까지 가서
다몬의 일을 해결해주는' 에피소드는
<불연속 세계>에 나오는 것 같다.
네 친구는 기차 안에서도 괴담 이야기를 했다지.
그 책도 읽어보고 싶다.
작가는 얼마 전 환갑을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데뷔 30주년도 맞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매우 새삼스럽게도)
'호러 체질의 작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호오~
<커피괴담>이 온다 리쿠 작가의
최고의 책은 아닐지라도
그녀의 '호러 체질'이 십분 발휘된
재미있는 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P.S.
띠지가 있는 책은
띠지를 두른 채로 읽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
다 읽고 띠지를 떼다가
심장 멎는 줄 알았다.

아이고 깜짝이야.
무섭자나 잉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