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모님 말고 사장님이 되기로 했다
소택언니(김지엽).글로공명(이지아) 지음 / 북심 / 202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사모님 말고 사장님이 되기로 했다'

니, 정말 가슴 뛰는 제목이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월급쟁이 말고 사장님이 된다고?'

하고 귀가 솔깃하고

주부라면

'남편 월급만으로 생활비 쓰는 거 눈치보이는데, 내가 사장님?'

하고 두근거리고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맞아, 그래서 내가 사업을 시작했잖아, 공감할 수 있겠는걸?'

하면서 집어들 책이다.


나는 번번이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n수생으로서,

'다시 일어서는 데 뭔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집어들었다. 


이 책은 재무와 세금 컨설팅을 하고 있는 소택언니라는 분과 방송작가인 글로공명이란 분이 함께 쓴 책이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소택언니의 목소리여서, 글로공명이라는 분은 아마도 소택언니의 말을 글로 옮기는 일을 하지 않았나 싶다. 


두 사람이 이 책을 쓴 배경은 앞부분에 나와 있다. 소택언니가 몇년 전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쉰둘이라는 늦은나이에 자기계발 세계에 뛰어들고 보니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아래와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몇 달에 걸쳐 지켜보니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도, 정작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배우느라 돈과 시간을 계속 쓰며 지쳐가고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져 다시 자기가 있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21쪽)"


소택언니는 미라클 모닝, 서평, 블로그 작성 등을 열심히 하면서도 뭔가 결실을 맺지 못하는 이들을 많다는 것을 목격하고 문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두려움'. 


시작에 대한 두려움은 그대로 둔 채 자기계발한다는 미명하에 '열심히 사는 척'만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두려움을 깨고 진짜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사장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업체를 경영하거나 사업장을 오픈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과 환경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성장해 가는 것, 그리하여 종국에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사장으로 살아간다는 진정한 의미다. (22쪽)"


그러니까, 결국은 자신의 인생을 경영하는 사장이 되자는 말이다.


이 책이 요즘 유행하는 '월 1000버는 법'을 알려줄 거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살짝 맥이 빠지는 듯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부터 선행되어야 유형이든 무형이든 무언가를 다른이들에게 팔아 소득을 올리는 '사업'을 하는 '사장'이 될 수 있다고 이해하였다.  


소택언니는 사업을 할 때 중요한 것은 핫한 아이템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마인드라고 말한다. 


"결론은 지속 가능한 사업 아이템이란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의 경영 마인드라는 사실이다. 무엇을 팔더라도 나만의 진정성 있는 마인드와 철학으로 경영한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하는 사업 아이템이다. (89쪽)"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방법도 살짝 귀띔해 준다. 


"나는 내가 가장 불편하고 원했던 부분을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 또래가 원하는 것을 팔아보려 한다. 각자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었던 아이템으로 사장님이 되어도 좋겠지만 고객과 내가 불편을 느꼈던 부분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것을 팔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


책은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에세이처럼 읽힌다. 어머니의 암투병, 아버지의 자살 등 어려운 환경을 외동딸로서 혼자 감내해야 했던 어려움, 빚으로 시작해 시부모님 봉양, 시동생 건사까지 해야 했던 결혼 생활 등등, 개인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독자의 어려움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저자는 어려움을 겪어도 나를 좋아하는 마음(자존감일 것이다)을 잃지 않았던 것이 자신을 지켜주었다고 고백한다. 


너무 힘들고 우울할 때면 세상에 대한 원망과, 과거에 대한 자책, 남편과 시댁에 대한 원망이 천장 누수처럼 속수무책으로 떨어져내리던 때가 있었다. 아니, 최근에도 그런 마음이 장마 뒤 곰팡이처럼 검게 번지곤 했다. 하지만 다시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힘을 내야만 한다.   


나도 곧 소택언니처럼 50대가 된다. 앞으로 인생이 짧은 것 같지만 생각보다 길 수도 있다. 성인으로 살아온 30년. 앞으로 그만큼을 더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희망과 용기를 이 책에서 얻었다. 


중간에 사업자등록증 내기와 세금 문제, 직원채용 하는법, 상속 증여세 관련 내용은 좀 뜬금없이 느껴졌다. 에세이 같다가 갑자기 실용서가 된 느낌. 


사업자등록증부터 내라고 주장하고, 세금부터 공부하라는 부분도 공감하기 어려웠다. 본격적인 사업을 할 때 기존 사업자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세금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간이사업자로 세금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을 일반사업자로 시작해서 불리할 수 있음). 먼저 작게 시도해 보고 사업자등록증은 나중에 내는 것이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세금 문제도 사업을 먼저 시작하고 그 때 그 때 필요한 걸 공부하는 것이 더 머리에도 잘 들어오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상속과 증여 문제도 그렇게 할 자산이 조금이라도 생겼을 때 고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함. 직원 채용도 직원이 필요할 만큼 사업이 커졌을 때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소택언니의 영향으로 실제 사장이 된 여성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어려운 가운데도 '두려움'을 딛고 시도하여 멋지게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 


50대 저자의 응원의 글은 곧 50이 되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나도 사모님 되기는 글렀으니 ㅋㅋ 사장님이나(!)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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