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츠드렁크 -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
미스카 란타넨 지음, 김경영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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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꼿꼿이 앉아 연필을 들고 줄을 치며 책을 읽다가 곧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책은 소파에 누워, 흘리지 않을 정도의 각도를 유지한 채 맥주를 들고

홀짝거리며 읽어야 하는 책이었던 것이다.

당장에 집 앞 편의점에서 네 캔에 만 원짜리 수입 맥주를 사다가

한 캔을 따고 아이들 남긴 과자와 함께 소파로 가져와

비스듬히 누웠다.

그리고 책을 설렁설렁 읽었다.

때로 낄낄대면서....그러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다시 일어나 책을 읽다보니

대부분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네?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었어.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 있었어....

하고 뿌듯해졌다. ㅎㅎㅎ

팬츠드렁크가 뭘까? 팬츠드렁크의 어원인 핀란드어 '칼사리캔니'는 속옷을 뜻하는 '칼사리(Kalsari)'와 취한 상태를 뜻하는 '캔니(Kanni)'의 합성어다.....쉽게 말해, 팬츠드렁크는 어디도 나가지 않고 오직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를 의미한다.

31쪽

핀란드 문화의 산물인 팬츠드렁크는 핀란드에서 중요한 개념인 '시수(sisu)', 즉 핀란드식 투지의 정제된 형태이다. 긍정적인 의미로 시수는 끈기 내지 인내심, 심지어 확소 같은 집념을 뜻하지만 어두운 이면도 있다. 어떤 누구도 온종일 쉬지 않고 뒤치다꺼리를 하거나 고객을 쫓아다닐 수는 없다.

35쪽

결국 팬츠드렁크의 궁극적 목표는 몸과 마음의 휴식, 그리고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

37쪽

진지한 건 여기까지다.

다음부터는 더욱 편히 잘 쉬기 위해서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속옷)

어떤 것을 할 것인지(진지한거 빼고 다.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춤추고 허공에 악기를 연주하든, 아주아주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떨든, 다....)

무엇을 마실 것인지(시원한 맥주 혹은 주스?)

등등이 농담과 진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적혀있다.

예쁜 일러스트와 인포그래픽, 도표, 북유럽 스타일로 꾸며진

집 사진을 보며 책장을 휙휙 넘겨 보았다.

 

 

 

 

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

이런 정보는 내게도 도움이 될 듯 했다.

캔맥주를 젖은 종이 휴지로 싸서 냉동고에 넣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젖은 휴지의 물이 냉동고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114쪽

하지만 나는 책에 나온 핀란드 방식으로 맥주를 식히고 싶어졌다.

팬츠드렁크는 1년 중 해가 제일 짧은 시기에 하면 딱 좋다고 한다. 12월 말에 헬싱키는 하루 중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여섯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고.(저런!!!)

여름은 보통 7월 마지막 두 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다. 이 때는 집에서 팬츠드렁크라 아닌 푸시칼리아를 즐겨야 한다. 푸시는 봉지, 칼리아는 맥주를 뜻하니 슈퍼마켓에서 시원한 맥주를 산 뒤 비닐 봉지에 담아 근처 놀이 공간이나 공원에 가서 마시는 것이란다. 때로 영상15도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하니까.(헉! 더워봤자 15도!)

책을 읽다보면 나도 7월 말 쯤에 책에서 소개한 핀란드의 푸시칼리아 하기 좋은 곳에 가서 반짝반짝 백야 아래 푸시칼리아를 하고 싶어진다.

2015년 핀란드 정부에서 만들어 전세계에 배포했다는 '디스이즈핀란드'라는 이모티콘에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각각 팬츠드렁크 하는 그림이 실렸다고 한다. 노키아, 핀란드식사우나와 함께...이렇게 열려있는 핀란드 정부 담당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자는 그러나, 팬츠드렁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팬츠드렁크는 마음에 사소한 탈이 날 때 잠깐 들르는 정비소 갚은 곳이다...하지만 평소에 수시로 정비가 필요한 사소한 문제와, 더 신경 써서 돌봐야 하는 문제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라....어떤 부정적인 감정 상태는 긴장을 푸는 정도의 가벼운 술자리와 잠깐의 휴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더 장기적인 내면의 대화 또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때는 술을 멀리하고, 특히 과음을 자제해야 한다.

167쪽

팬츠드렁크는 낮 동안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쌓였던 감정의 응어리를 풀기 위한 단기적인 요법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펑펑 우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제안한다.

팬츠드렁크를 위해 너무 술에 의존하는 것도 경고한다.

술의 유혹에 너무 쉽게 빠지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 사실을 명심하라. 연습만이 답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다른 방법도 많다는 사실. 팬츠드렁크가 휴식이 아니라 습관이 되거나 다음 날이 즐겁지 않다면 그만두는 것이 최선이다.

175쪽

아이러니한 말이긴 하지만 진정한 술 안먹고도 '팬츠드렁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팬츠드렁크 고수는 어디에 있던 상관없이 긴장을 풀고 진짜 자기다워지는 방법을 알고 있다. 유독 힘겹거나 정신없는 날, 근사한 정장과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옷차림으로도 숨길 수 없는 한 가지 진실을 떠올리면 순식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바로 겉옷 아래 누구나 속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

181쪽

책을 덮을 무렵에 이 책이 말하려는 바를 깨닫게 되었다.

팬츠드렁크가 '칼사리캔니'를 넘어 오늘날 만국 공통어처럼 쓰이는 영어로 표현되어야 하는 이유를.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핀란드 인이나 한국인이나 싱가포르 인이나, 미국인이나...) 낮동안의 사회적 자아를 유지하느라 크나큰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럴 땐 가끔 혼자서 조용히 술기운이라도 빌려서 긴장을 풀고 불안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미친듯 춤을 춰도 좋고 몸에 나쁘다고 평소 피하게 되는 음식도 마음껏 먹고, 신나게 자신을 놓아주라는 것이다.

행복 지수 1위 국민들이 실천하는 방법이라니까,

이미 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잘해봐야겠다.

잘한다는 것? 머릿 속을 비우고, 더욱 나 자신을 풀어놓겠다는 것.

키피스(건배)!


덧. 책을 읽다 보면 도대체 '노라 하파 파티 센트럴'이라는 곳은 뭐길래 이런 걸 연구하고 발표하나...하는 궁금증이 계속 드는데,

책의 맨 마지막 쪽인 189쪽 맨 아랫줄에 그 답이 적혀 있다.

저자 미스카 란타넨은 노라 하가 파티 센트럴 연구소의 소장으로, 50년째 핀란드식 삶의 방식을 연구해 오고 있다.

그럼 그렇지...여기서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그 연구소라는거, 혹시 저자 당신 혼자 하고 있는 거 아니우? 아님 말구~~~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정성껏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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