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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요시모토바나나의 그 유명하다는 글들을 나는 읽어본 적이 없다.워낙에 가려 보는 타입인데다가 특히 번역된 글들은 별로 좋아하지를 않는다.번역된 글들이 정말 그 작가의 문체일까가 나는 사실 의심스럽다.아무리 번역을 잘하는 번역가라 하더라도 그곳에는 그 작가만의 문체만 순수하게 있지는 못할 것이다.번역가의 문체는 어느정도 뭍어 있을테고 그건 어쩌면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고 그러나 나는 원문을 읽을 능력이 안되므로 별로 좋아하지를 않는다.내가 문체라는 것에 비중을 제법 두는 이유는 문체가 그 글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함과 동시에 작가의 개성을 간접적으로 글 전체에서 표출하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읽게 되었는지는 이번에도 역시 나는 기억나지 않고, 읽은 소감을 말해 보라면 글쎄, 아무 생각 없는데, 라고 말 할 수 있는게 고작인 하드보일드 하드럭이다.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비슷한 분위기에 휩쌓인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읽어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어도 내용과 스토리의 성격과 진행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에게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것이 번역의 단점일 수도 있고 내 자신의 구분하지 못함일 수도 있겠지만 어떠랴. 어쨌든 나는 문체부분은 이미 포기하고 읽었고 그래서 작가의 작품의 많은 부분을 놓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읽었긴 읽었다 이거다.
하드보일드 하드럭에는 두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옛 연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결혼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한 언니에 대한 이야기 이다. 각자 화자는 다르고 주위 배경도 다르고 결론도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 에 관한 점이라는 것이다.
'죽음' 이라는 부분은 나에게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다. 누군가 죽었을때도, 누군가 죽을지 모를때도, 내가 죽고 싶을때도, 나에겐 언제나 예민한 부분이었고 그것은 내가 살아있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설령 나 뿐일까. 누구에게나 죽음이라는 것은 아직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조금은 생소하여 어떤 의미에서든 환상을 갖고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친근하고 그러면서도 두렵고 막연한것이 아닐까.
하드보일드 하드럭에서 이야기 하는 죽음은 모두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죽음을 알게되는 그런 당황스러운 죽음. 이들이 얼마나 슬퍼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형으로 나오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실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 슬픔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지만, 나를 그 소설에 대입시켜 볼때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급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많이 당혹 스럽고 많이 힘들고 슬플 것 같다.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이렇게 주저리 거린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는 것이다. 그냥 그랬을 뿐이다. 그냥, 죽음에 대한 당사자의 모습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 대한 것들을 보았을 뿐이다.분명한 것 한가지는, 누군가 죽어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간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