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은 덕분인가 정말 정신모르고 자다 깨어보니 밤 10시가 넘었다. 약기운에 부들 떨리는 몸과 나오지 않는 목소리 몽롱한 정신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어기적 밖으로 나가니 가인이 방에 피자 한조각 있다고 먹으라고 하였다. 콜라 사와서 먹겠다니깐 건물 안에 콜라 자판기가 있데나. 못봤는데? 하니 헬스클럽 옆에 있잖아. 아 정말 못봤다. 여기 콜라가 아래 편의점보다 더 싸서 500원이라나. 그럼 여기서 사먹으면 되겠네 졸졸 방으로 돌아와 동전 헤집어보니 500원짜리 동전 보이길래 그거 하나 낼름 들고 피자는 전자렌지에 돌리고 자판기로 간다. 이 곳에 온지 벌써 4일이 지났는데도 왜 나는 저 자판기를 못봤을까. 엘레베이터 바로 옆에 있는지라 자판기가 잘 안보였었다는 변명도 안먹힐 지경이다. 내가 물론 주위에 신경을 잘 안쓰고 다니긴 하지만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 했다 싶긴 하다. 자판기를 보니 콜라도 있고 커피도 있고 온음료에 음료수도 다양하게 있다. 진작에 알았으면 편의점까지 달달 떨며 갖다오는 짓이 좀 줄었을텐데 싶기도 하다가도 커피가 푸른색이라 좋다 하려고 보니 네스카페여서 레쯔비면 정말 내가 자주 이용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지금 방에서 재털이로 레쓰비 캔을 사용하고 있는데, 저거 볼때마다 자꾸 달짝지근한 레쓰비 맛이 혀끝을 감돌아서 조금 괴롭다. 그래도 인내는 쓴 것. 지금 몸도 안좋고 모처럼만에 푹 쉬려고 하루를 비워놨고 내일은 병원에 가야하니 지금 레쓰비를 사와서 먹으면 또 일을 다 망치겠지.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재털이로 사용되는 레쓰비 캔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으로 레쓰비를 실컷 먹은 샘 쳐버린다. 이제 슬슬 짐 정리도 하고 이따가 내려가서 담배 도 좀 더 사오고 해야지. 피자를 먹으면서 가게에 접속했는데 기껀 잠 한숨도 못자고 감기기운에 부들 거리는 몸 끌고선 한시간 반 걸려서 신촌 갔더니 결국 아무도 안와서 한시간 반동안 그렇게 기다렸다 왔다는 원망섞인 소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차마 로그인은 하지 못하고 그냥 대충 훑어만 보고 온다. 관리자로그인을 한 후에도 자판에는 손을 안대고 한 손에 피자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우스를 움직이며 새로 가입한 회원이며 관리자 모드를 살펴본다. 익명게시판에는 가게에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다 뭔가 실망을 한 것 같다 누가 좀 해명을 해달라는 게시물이 밑도 끝도 없이 달려있다. 실망할 건덕지야 많지. 뭐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바란다라는 소리도 없는 그 게시물에 댓글 달 말도 없고 달고 싶지도 않아져서 너희는 그렇게 오고 싶을 때 와서 즐기며 가다가 실망했다고 말만 하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이 강해져 쳇, 하고 침만 튀긴채 창을 꺼버린다. 나야말로 너희에게 화가 잔뜩 나 있다고, 사실은 꼴도 보기 싫다고 정말. 너네가 얼마나 미운질 몰라 정말...

 

.... 젠장 .. 더 나쁜 생각 들기 전에 얼른 담배나 사러 내려갔다 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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