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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내리는 비, 잠비 - 2025년 제4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116
김도영 지음, 해랑 그림 / 비룡소 / 2025년 7월
평점 :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이다. 기대감 속에 펼친 《여름에 내리는 비, 잠비》는 여름비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마음을 적시는 이야기다.
아버지를 잃고 불안 속에 살아가는 어린 세손 이산,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설움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소년 규안. 두 소년의 우연한 첫 만남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규안의 캐릭터는 참 이색적이다. 완벽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헤쳐나가는 모습이 어쩌면 그 나이 또래의 솔직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꾸밈없는 성격과 재치 덕분에 그는 궁궐이라는 낯선 공간 속에서 서서히 이산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연다. 빗소리를 함께 들었던 어느 밤, 서로의 외로움이 맞닿으며 두 소년은 비로소 진짜 친구가 된다.
이 작품의 특별함은 역사적 인물과 가상의 인물이 만나, 조선 시대의 신분제와 차별 문제를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서얼 등용’의 문제가, 규안이라는 인물을 통해 숨결과 감정이 살아 있는 이야기로 변한다. 신분제의 벽에 가로막혀 재능과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과, 앞으로 왕이 될 어린 이산의 내면을 함께 그려낸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세상이면 족하옵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질 테고, 저절로 공부도 잘되고 돈도 벌게 될 테고요. 가끔 꿀물하고 찹쌀 경단도 먹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두 소년이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치유되고, 함께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읽는 이의 마음에도 따뜻한 울림을 남긴다. 규안이 그리는 세상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역사와 우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아이들과 함께 읽고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