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의 편지 - 제3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나이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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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의 편지』는 고래섬에 사는 마나와 일곱 숭아가 함께 만들어 가는 다정한 이야기다. 여름 태풍에 떨어진 복숭아들을 마나가 거두어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만난 존재들이 서로를 돌보고 나누며 살아가는 과정이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흐름은 어디로 향할지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천천히 따라가게 된다.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를 읽는 것도 같고 동시 한편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은 숭아가 되어 보기도 하고, 마나가 되어 누군가를 돌보는 마음을 느껴 보기도 하며 편지를 받은 이가 되어보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나와 숭아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는 돌봄과 연대의 가치가 담겨 있다. 인형뽑기 기계에 갇힌 인형을 구해 내고, 다시 그 인형들이 각자의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함께 있음’과 ‘떠나보냄’이 조용히 공존한다. 그리고 다시 봄, 복숭아꽃이 떨어지는 자리에서 마나와 숭아들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은 특별한 설명 없이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눈길이 머무는 부분은 ‘이름’이다. 깨숭아, 먹숭아, 울숭아, 뼈숭아처럼 일곱 숭아들 하나하나 이름을 얻는 순간, 숭아들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주체가 된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또한 편지 형식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요즘에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대와 달리, 편지는 기다림과 여백을 품고 있다. 마나의 편지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 편지를 ‘받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고, 고래섬의 풍경과 그곳의 소소한 일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답장을 써 보고 싶어진다.

『마나의 편지』는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다. 누구나 모험을 떠날 수 있고, 다른 존재를 도울 수 있으며, 이름을 통해 하나의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한다.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마나에게 보내는 답장을 써 보는 활동으로 이어 가기에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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