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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문 정도는 열 수 있어
유키나리 카오루 지음, 주원일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나는 초능력이나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마블 시리즈의 광팬이다. 어벤져스나 엑스맨 등 실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초능력자들을 보면 그 능력이 부러우면서 한 번쯤 나도 저런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우리도 문 정도는 열 수 있어>가 초능력자 관련 소설이라는 말에 이 책은 꼭 읽고 싶었다.
"여기, 초능력을 쓸 때마다 머리가 빠지는 슬픈 히어로가 있습니다."라는 웃픈 글귀를 보고는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연작소설처럼 주인공들의 사연이 단편소설 형식으로 나와있다. 다들 조금씩 연관되는 사건이나 장소가 있고, 마지막 장에는 유괴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들의 초능력과 사연을 다 적기에는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초능력을 사용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카네다의 사연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선 주인공들의 흥미로운 초능력부터!
텔레키네시스 - 염동력, 손 대지 않고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
패럴라이즈 - 가위눌림, 상대의 신체 혹은 신체 일부를 마비시켜 행동불능 상태로 만드는 능력
파이로키네시스 - 라이터나 성냥 등의 도구 없이 물질을 발화시키는 능력
사이코메트리 - 정신측정능력, 물질에 남은 잔류사념을 읽어내는 능력
마인드리딩 - 독심술, 눈이 미주친 상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텔레파시 - 정신감응, 멀리 떨어진 인간에게 사고나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
카네다는 패럴라이즈라는 상대를 마비시키는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부작용으로 머리가 빠진다.(ㅠㅠ)
20대의 정의감이 불타는 카네다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나서부터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을 쫓아내는데 초능력을 사용했었다. 도시 생활을 시작한 후로 어느 날 회사 상사가 카네다에게 '대머리'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 충격받은 카네다는 그 뒤로 의기소침해지고, 결국 회사 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예전과 달리 위축되어 소심해지게 된다.
어느 날 전철에 서있던 카네다는 앞에 있던 여고생이 성추행 당하는 걸 목격하게 된다. 카네다 옆의 건장한 남자가 범인이었는데, 초능력을 쓰려고 해도 머리숱 때문에 갈등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그 여고생의 뒤에 있던 본인이 성추행범으로 몰리게 되는데, 다행히 같은 전철을 탔던 여성의 도움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자신이 그렇게 범인으로 오해받게 된 건 다 머리숱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 우울해진다.
주말 동안 고향인 시골로 내려가 전직 형사였던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마음의 변화가 생기게 되고, 바쁜 회사 생활을 하던 중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전철에서 또 여성에게 성추행을 하고 있는 지난번 그 남자를 만나게 된다.
과연 카네다는 이번에도 그냥 묵언수행하게 될까?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사실 그동안 초능력자들은 영화 속 스크린으로만 만나보아서 그런지 거대한 스케일과 영상에 익숙해져 처음에는 소소한 주인공들의 능력을 보고는 '에이 뭐야 컨트롤도 못하고 시시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능력과 사연에 몰입하며 읽다 보니 400페이지 분량의 책이지만 금세 읽을 수 있었다.
난 가끔 출근이 귀찮을 때나 멀리 가야 할 때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예전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가 문만 열면 다른 곳으로 가는 능력을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초능력 중에는 물건을 자동으로 움직이는 염동력이 조금 탐난다.
가끔 tv 리모컨이나 휴대폰이 멀리 있을 때 움직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이... 역시 나는 게을러서^^;
하지만 초능력이 있다고 해서 다 좋을 것 같진 않다. 개인적으로 잔류사념을 읽어내는 사이코메트리나 눈을 마주치면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독심술은 사실 겁쟁이인 나에게는 조금 무서운 능력인 것 같다.
재미로 읽은 책이지만 읽고 나니 평범한 게 제일 좋구나라는 생각도 들며 정말 이 세상에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여러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