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척 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 하
A.J.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물론 나는 어떠한 종교도 따르지 않는다.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필사적으로 (여러 형태라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의문스러운 점은 왜 항상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비교적 규모가 큰
전쟁의 뿌리에는 늘 종교 갈등이 있는지, 신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자에게 가난 또한 왜 그렇게
악착같이 따르는지가 의문스러울 뿐이다.


정말 신이 있다면 왜 아무 죄가 없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변변한 치료 한 번 받아 보지 못하고 죽게
하는지.., 왜 신의 이름을 이용해서 제 뱃속만 채우는 이들에게 시원하게 벼락 한 번을 선물해주지 않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나는 종교를 믿지도 않으면서 종교란.. 그리고 신이란 언제나 우리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막연히 그리고 당연히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이 계시긴 할테지만 내 눈으로 본 적도 없고 또 하느님의 존재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저자
A.J. 제이콥스는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무모하다 해야할 지 모를 프로젝트를 기어이 시작하고야 만다.
유대인으로 태어나서는 성경 말씀대로 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구약 성경을 시작으로 해서 중요 계율
들을 정리해서 그대로 지키려 애쓰는데 대부분의 말씀은 '문자 그대로'를 기본 지키기로 하면서도 조금 난감한
문제들은 '문자 안에 숨은 의미'를 파악해서 행동으로 옮긴다.

그는 모든 사람이 기피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에 소속된 사람과 대화를 하고 오히려 여호와의 증인측 사람이
먼저 자리를 뜨도록 만드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하고 자녀를 엄하게 다스리라는 가르침에 따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에게서 등을 보이기도 하며, 십계명 중 "거짓을 말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고자 많은
사람들의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냥 어차피 구약이든 신약이든 까마득히 오래전에 쓰여져 있으니 그 계율들을 그저 현재 상황들에
맞게끔 지켜나가면 안되나하는 생각이 들고 "음.. 저건 너무 융통성이 없네.."하고 탄식을 내뿜게 만드는 대목도
있었지만 저자는 초지일관..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계율을 잘 지키기 위해 속임수도 쓰지 않고 착실히
행했다.

무엇보다 그의 장점은 그렇게 자신이 시작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배움에 있어 상대가 누구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실 약속 중에 가장 지키기 힘든 게 자기 자신과의 약속일텐데 (뭐..그쯤 안지키면
어때?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테니까) 저자는 일년이라는 (정확히 387일)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종교의 빛과
그림자, 모순과 한계까지 겪으면서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한 걸음씩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수많은 종류의 성경과 같은 신의 이름 아래에 무수히 많은 종파들과도 교류하며 보다 영적인 삶을 깨닫고자
했지만 사실 종교적 깨달음도 깨달음이지만 그가 자신의 인생을 보다 넉넉한 시선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지게 된 것이 더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