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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 개정판 문학동네포에지 1
김언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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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한 끼나 두 끼쯤 굶고, 각설탕 세 개를 까넣은 에스프레소 더블을 원샷한 후, 단단히 채비를 마친 채 맞이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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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 개정판 문학동네포에지 1
김언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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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복간본이 출간된다는 의미를 이 시집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수십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힐 리가 없는, 이렇게나 펄펄펄 살아있어 영영 마를 리 없는 시의 생명력을 지금 이 시절에 다시금 길어올려 목을 축이는 일이라는 것.

팔을 착 감아오며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한 편 한 편의 시를 오싹하고 달콤하게 느끼며,
나도 아직, 두부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미꾸라지처럼 살아있다는 감각을... 감각의 재부팅을 경험한다.

<미꾸라지숙회>

희망, 희망하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미꾸라지숙회라는 음식을 잡숴보셨는지요
산청 생초 명물이지요
기름 둘러 달군
백철 솥 속에
펄펄 뛰는 미꾸라지들을 집어넣고
솥뚜껑을 들썩이며 몸부림치고 있는 미꾸라지들 한가운데에
생두부 서너 모를 넣어주지요
그래 놓으면
서늘한 두부살 속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어간 미꾸라지들이
두부 속에 촘촘히 박힌 채
익어 나오죠
그걸 본때 있게 썰어
양념장에 찍어 먹는 음식인데요
말씀하시는 게, 그
두부모 아닌가요
우리 모두 대가리부터 파고들어가
먹기 좋게 익혀져 나오는
허연 두부살?

- 문학동네 포에지 001 <트렁크> p.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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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5
김언희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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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죽이고 싶어 나갔더니 마침

그 여자가 지나갑디다


마침 그 여자가

될지도

모르는 하루를 시작한다 삼각 김밥 속에서

허연 어금니가 나올지도 모르는

하루를, 아는 사람

전부가

원수가 될지도 모르는 하루를 시작한다

이 세상이 사과처럼 두 쪽으로

빠개지는 걸

목도하게 

될지도 모르는 하루

(하략)


- <09:00> 중에서 -


마침, 그 여자가 되거나, 

마침, 그 여자를 마주치게 되거나...... 


어느 쪽이 더, 두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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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 배수아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5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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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서히 무너지는 잇몸에서 어느 순간 마침내 모든 이가 남김없이 한꺼번에 빠지는 것처럼 붕괴된다. (<은둔하는 북의 사람> 중에서.)

그 붕괴를 그려내는 것. 바투 뒤쫓아오는 실패를 겨우 예감만 할 뿐이거나, 이미 실패해 있는 삶에 질식하거나, 더러는 소멸에 매혹되거나, 떨어져내리기 시작하는 현재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그려내는 것. 마치 머스탱을 몰고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는 도로 위를 내달리며 자멸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한 인물들을 관찰하는 시선. 그 시선이, 우리 손에 주어진 기회의 하찮음, 피로, 권태, 나약함, 불평등, 외면하고 싶은 삶의 온갖 한계상황을 부각한다. 붕괴를 예견한다.

작가는 결정적인 무너짐 이후의 삶을 그리지 않지만, 우리는 이야기의 뒤를 살아야한다. 그 파괴에서 남은 부분이 있거나 말거나, 설령 어떤 희망이나, 심지어 그러고자하는 의지조차 전무할지라도 삶은 재건되어야 한다. 쓰레기가 되어버린 영광의 기억들, 오물로 얼룩진 도덕과 이상, 치유될 수 없는 배신감 따위를 바닥에 깔고, 계속할 명분도 설계도 없이 쌓아올리는 ‘삶’이 제 이름값을 할리가 만무한데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남은 것이 이뿐이며, 되돌아갈 길은 언제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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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 / 프란츠 카프카의 시적 인류학 주제들(THEMEN) 시리즈 2
게르하르트 노이만 지음, 신동화 옮김 / 에디투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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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를 느낌이 아닌 머리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번역과 주석이 몹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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