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의 복간본이 출간된다는 의미를 이 시집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수십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힐 리가 없는, 이렇게나 펄펄펄 살아있어 영영 마를 리 없는 시의 생명력을 지금 이 시절에 다시금 길어올려 목을 축이는 일이라는 것.팔을 착 감아오며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한 편 한 편의 시를 오싹하고 달콤하게 느끼며, 나도 아직, 두부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미꾸라지처럼 살아있다는 감각을... 감각의 재부팅을 경험한다. <미꾸라지숙회>희망, 희망하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미꾸라지숙회라는 음식을 잡숴보셨는지요산청 생초 명물이지요기름 둘러 달군백철 솥 속에펄펄 뛰는 미꾸라지들을 집어넣고솥뚜껑을 들썩이며 몸부림치고 있는 미꾸라지들 한가운데에생두부 서너 모를 넣어주지요그래 놓으면서늘한 두부살 속으로필사적으로 파고들어간 미꾸라지들이두부 속에 촘촘히 박힌 채익어 나오죠 그걸 본때 있게 썰어양념장에 찍어 먹는 음식인데요말씀하시는 게, 그두부모 아닌가요우리 모두 대가리부터 파고들어가먹기 좋게 익혀져 나오는허연 두부살?- 문학동네 포에지 001 <트렁크> p.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