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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브 14
마시마 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어려서부터, 라고 해봤자 중고등학교 때를 말하는 것이지만, 여하튼 이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술과 만화인데, 나름의 인연이 있는지 지난 겨울에 만화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때, 하루종일 만화방에 앉아 있기를 2,3일 하다 보면 내가 보지 않는 책이라고 해도 어떤 책이 인기가 있는지를 절로 알게 되는데 '레이브'도 그런 책 중의 하나다. 그때는 12권인가 까지 나왔었는데, 어찌나 많이들 찾는지 12권은 두권을 들여놨던 것이 기억난다. 뭔가 궁금해서 일하는 틈틈이 읽어보려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결국은 책장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그만 두게 되었다. 그러다가, 요즘 동생이 갑자기 이 책에 미치는 바람에 덤으로 얻어보게 되었는데, 솔직히 나는 좀 실망했다.
이 책을 보고있자면 '지극히 일본적'인 성향의 '성장', '모험'만화라는 것을 느껴진다. 일본적 성향의 성장, 모험 만화의 특징은 10개중의 7개가 허풍, 즉 좋게 말해 상상력이라는 것이고 '정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 것들을 해나가지만 알고 보면 그것이 '정의롭다'는 것이며, 완결이라는 '끝'을 좀처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레이브 역시, 이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있지만, 내가 실망한 것은 이런 것 때문이 아니다. 레이브 보다 먼저 우리나라에 출판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일본에서도 먼저 출판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이브와 비슷한 부류의 만화로 존재하는 '원피스'와 '샤먼킹'에 비교하면 레이브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레이브에서 보여지는 '상상력'은, 솔직히 원피스와 비교하면 상상력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왠지 모를 이미지 표절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내가 원피스를 먼저 접한 이유도 있겠지만, 레이브를 먼저 접했다고 해도 결국은 원피스를 보며 '업그레이드 된 상상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레이브의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나름의 가치관이라든지 목표라든지 알 수 없는 느긋한 성격 등의 특이한 점들은, 샤먼킹과 비교하면 별 것 아닌 듯한 기분이 든다. '이야기'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비중이 큰 것을 부인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샤먼킹과 비교했을 때 레이브의 캐릭터들은 솔직히 좀 약하다.
나는 만화에 10점짜리 평점을 매겨, 8점 이상이었을 때 그 만화를 '수작'이라고 부르지만, 레이브가 수작으 반열에 올라서려면 아직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으로 느끼는 재미지만, 수작 급의 점수를 받으려면, 캐릭터에 진짜 개성을 부여하거나 스토리를 기똥차게 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출간되는 만화에 비해 작품이 적은 현실을 생각하면, 그중에서는 조금 볼 만한 만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