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항로 27
이학인 글, 왕흔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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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조를 사랑한 삼국지'라는 말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책이다. '난세의 간웅'으로 알려져 왔던 조조를 '난세의 영웅'으로 끌어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조조를 간웅에서 영웅으로 돌변시켰지만, 생각해보면 조조가 한 일에 대해 오히려 더 냉정하고 객관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는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를 뜻하는 것으로 촉한정통의 측면이 매우 강하여 유비와 그의 의형제를 영웅 중의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사실은 삼국지(삼국지연의)를 읽어보지 않은 어린 아이들도 유비, 관우, 장비는 '좋은 사람'이고 조조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엄격함(혹자는 비정함이라고도 한다)과 사실의 진위를 알 수 없는 여백사의 일, 그리고 재빠른 감정 변화 등 조조의 단점 혹은 '호감을 줄 수 없는'점 등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유비의 단점 같은 것은 '너무 인정 적이라는 것'정도 밖에 모른다. 황실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유비지만, 그가 정말로 황실의 일원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 할 수 없다.

삼국지 자체가 조조와 유비에 대해 너무 편파적인 입장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확실히 보통의 비판적인 생각이 없으면 조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조조의 단점을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일에 대한 엄격함은 공정함을 나타내며, 재빠른 감정 변화는 인재에 대한 올바른 처우를 나타낸다. 조조의 가장 비인간적인 부분이라는 여백사의 일 또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백분 활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색다른 해석뿐만이 아니다. 조조만큼이나 유비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데, 유비보다는 관우와 제갈량을 해석하는 것이 더 흥미롭다.

사당까지 세워져 신으로 추앙 받는 관우는, 유비의 의형제로 머물기에는 그 그릇이 컸을지도 모른다. 당장에, 신으로 추앙되는 관우와는 달리 유비는 그냥 유비라는 한 인물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관우는 정말 유비의 의형제라는 자리에 만족했을까? 유비라는 인물에게 그토록 이나 매료되었을까? 관우는 의기가 높고 자존심과 자부심이 강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순간, 관우는 자신이 유비의 동생으로 머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책에, 유비가 관우에게 이런 생가에 기초한 말을 한다. 내 그릇에 담겨지고, 너의 그릇이 더 크다면 나의 그릇을 깨고 나가버리라고 말이다. 다른 날에 태어났지만 한 날 한 시에 죽기로 맹세한 것으로 유명한 이 의형제의 다른 면을 본 기분이었다.

제갈량은, 아주 뛰어난 참모로 알려져 그가 천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하는데, 여기에서는 사람이 아닌 듯한 그 어떤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도교의 신선 같은 것으로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도원향'에서 사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결국은 도사와 비슷한 존재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단히 독특한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제갈량이 조조를 대하고 생각하는 부분 역시 대단히 흥미롭다. 조조를, 자신과 같은 부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스케일이 크고, 이미 27권까지나 나와있기 때문에 서술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책이다. 휴가를 보낼 여유가 없다면, 한번에 이 책을 모두 독파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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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브 14
마시마 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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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라고 해봤자 중고등학교 때를 말하는 것이지만, 여하튼 이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술과 만화인데, 나름의 인연이 있는지 지난 겨울에 만화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때, 하루종일 만화방에 앉아 있기를 2,3일 하다 보면 내가 보지 않는 책이라고 해도 어떤 책이 인기가 있는지를 절로 알게 되는데 '레이브'도 그런 책 중의 하나다. 그때는 12권인가 까지 나왔었는데, 어찌나 많이들 찾는지 12권은 두권을 들여놨던 것이 기억난다. 뭔가 궁금해서 일하는 틈틈이 읽어보려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결국은 책장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그만 두게 되었다. 그러다가, 요즘 동생이 갑자기 이 책에 미치는 바람에 덤으로 얻어보게 되었는데, 솔직히 나는 좀 실망했다.

이 책을 보고있자면 '지극히 일본적'인 성향의 '성장', '모험'만화라는 것을 느껴진다. 일본적 성향의 성장, 모험 만화의 특징은 10개중의 7개가 허풍, 즉 좋게 말해 상상력이라는 것이고 '정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 것들을 해나가지만 알고 보면 그것이 '정의롭다'는 것이며, 완결이라는 '끝'을 좀처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레이브 역시, 이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있지만, 내가 실망한 것은 이런 것 때문이 아니다. 레이브 보다 먼저 우리나라에 출판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일본에서도 먼저 출판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이브와 비슷한 부류의 만화로 존재하는 '원피스'와 '샤먼킹'에 비교하면 레이브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레이브에서 보여지는 '상상력'은, 솔직히 원피스와 비교하면 상상력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왠지 모를 이미지 표절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내가 원피스를 먼저 접한 이유도 있겠지만, 레이브를 먼저 접했다고 해도 결국은 원피스를 보며 '업그레이드 된 상상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레이브의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나름의 가치관이라든지 목표라든지 알 수 없는 느긋한 성격 등의 특이한 점들은, 샤먼킹과 비교하면 별 것 아닌 듯한 기분이 든다. '이야기'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비중이 큰 것을 부인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샤먼킹과 비교했을 때 레이브의 캐릭터들은 솔직히 좀 약하다.

나는 만화에 10점짜리 평점을 매겨, 8점 이상이었을 때 그 만화를 '수작'이라고 부르지만, 레이브가 수작으 반열에 올라서려면 아직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으로 느끼는 재미지만, 수작 급의 점수를 받으려면, 캐릭터에 진짜 개성을 부여하거나 스토리를 기똥차게 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출간되는 만화에 비해 작품이 적은 현실을 생각하면, 그중에서는 조금 볼 만한 만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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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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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계에서 대중의 인기는 크게, 하루키와 바나나로 양분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얼핏 들은 듯 하다. <노르웨이 숲>(상실의 시대)로 잘 알려진 작가 하루키는, 불행히도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 초 히트작이라 할만한 <노르웨이 숲>이 나와는 조금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난 성격 탓에, 한번 아니면 곧 죽어도 아니기 때문에 <노르웨이 숲>은 내가 하루키를 접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후, 하루키의 라이벌이라고 나 혼자 생각하고 있는 바나나를 접했다.

내가 처음에 읽은 바나나의 책은 <N·P>였다. 우울한 파란색 문체가 좋았고, 소곤소곤 진행되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좋았다. 곧바로 바나나에게 빠져들기 시작해, <키친>과 <암리타>를 읽은 후에는 그녀의 팬이 되었다. 이 책 <도마뱀>역시 바나나의 책으로, 오로지 바나나라는 이름을 보고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름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바나나의 초기 단편을 모아 놓은 책이라 할 수 있는 <도마뱀>은 나로 하여금 '바나나는 단편집보다는 장편집이 좋다'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게 했다.

내가 좋아했던 '키친'은 단편이긴 했지만, '만월'을 2부로 넣었기 때문에 단편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다. <하드 보일드 하드 럭>역시 두개의 단편으로 꾸며진 책이었지만, 단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도마뱀>역시, 바나나의 색이 잘 묻어나기 때문에 '바나나 맛보기'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지만, <키친>이나 <암리타>같은 것들이 주었던 그 어떤 '충격'적이고 '신선'했던 그런 것이 약했다. 어쩌면, 이미 바나나라는 이름에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읽었기 때문에 그녀의 초기작들이 눈에 차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바나나에 대해 닳고닳은 사람(?)이 아니라 이제 막 바나나를 접하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담 없이 시작하는 바나나'라고 이름 붙이기에 알맞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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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28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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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별로 예쁘지도 않은 그림에 뜻 모를 제목, 그리고 관심과 흥미 지수가 제로(0)에 가까웠던 '해적'이라는 소재 때문에 피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밤낮 하는 일이라곤 만화책을 읽는 것뿐인 사람에게 '골라 읽는 재미'는 언감생신 꿈에도 못 꿀 말이다. 그런 이유로, 12권이 나와있는 것을 보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지금은 '추천목록'에 들어간 책이 되어버렸다.

원피스는 단순한 스토리 구조에 비해 많은 등장인물을 식구로 가지고 있다. '악마의 열매' 중 하나인 '고무고무 열매'를 먹어 '능력자'가 된 밀짚모자 루피, 루피의 우상이자 그를 해적의 길로 이끈 '친구' 빨간머리 샹크스, 삼검류의 달인이며 한때 현상금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조로, 아픈 과거와 천재적인 항해술을 자랑하는 나미, 무조건적인 레이디 사랑 정신과 훌륭한 요리솜씨 그리고 멋진 발차기를 선보이는 상디, 허풍에 살고 허풍에 죽지만 포격술이 뛰어난 우솝, 절대로 평범하다고는 말못할 사슴처럼 생긴(?) 선의(船醫) 쵸파. 샹크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여섯 명이 고잉메리호의 한 식구들이다.

평범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워낙 먼 선장 루피 부터, 이 배에 타고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평범'이라는 말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이들이기에, '평범'한 머리로는 생각도 못할 것들을 태연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만화의 최대 매력이고, 그리고 캐릭터들을 살아있게 하는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무방할 원피스는, '극화'적인 요소는 단 하나도 없다. 팔다리가 늘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몸이 토막 나서 돌아다니는가 하면, 고잉메리호의 해적들이 가고자 했고 드디어 진입한 '위대한 항로'자체가 비 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인 것들을 비웃으며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모험 만화'라고 할 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감동'만큼은, 근육맨들이 영웅심을 불사르는 극화 못지 않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잉메리호의 해적들은, 자신이 해적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며, 동료에 대한 신뢰와 꿈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비 정상적인 그 들을 가로막는 비 정상적인 적들. 뉘우치고 후회하는 적에게는 관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적들에게는 용서가 없다. 이것은, 그들이 정의의 사도인 히어로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그들 자신의 믿음이고 의지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자랑스런 해적'이 되어 '꿈'을 찾는 그들. 인기의 비결은 한장 한장 넘기는 그 순간에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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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상하고 야릇한 것 - 단편
자오우 타이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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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날' '프린세스 프린세스'의 작가가 그린 야오이라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야오이라는 장르 자체가 낙서에서 시작하여 '내용, 클라이맥스, 의미'없음을 내포한 빈약한(?) 것이기 때문에 퀄리티를 확인하기 전까지 섣부른 구매는 후회의 지름길이라고 굳건히 믿어오던 나였다. 그래서 가능하면 어딘가에서 빌려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그것이 또 뜻대로 되질 않아, 결국은 별 기대 없이 사서 읽었다. 읽고 난 후, 나에게 등급을 매기라고 한다면 '12'세 정도를 때릴 것 같지만 정확하게는, 야오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할 듯 하다.

예지몽을 꾸는 주인공이 몇 해 전부터 꿈에서 봐온 자신의 '베드신'. 그것도 남자인 자신의 베드신 상대가 남자라는, 나름의 충격적인 장면을 본 후에 '펜트하우스'지를 학교에서 당당히 펼치는 대담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제법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건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꿈에서 봤던 그 녀석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가 특유의 독특한 설정과 가벼운 내용, 그리고 가끔씩 터지는 맥없는 웃음. 퀄리티의 보장 없이 구입한 책이었지만,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재미없네'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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